열일곱 준형이에게 희망을 묻다

앞서 두 분의 시니어 후원회원님을 만났습니다. 사회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올곧은 심지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두 분의 모습은 브라질의 열정 가득한 삼바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생이라는 춤을 정열적인 리듬에 맞춰 신나게 즐기고 계셨으니까요. 나이는 그분들의 춤사위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의지도 꺾을 수 없었지요. 신명난 기분에 한껏 취해있을 때, 한 후원회원님으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희망제작소에 후원한 지 1년 반 정도가 되었네요.
선생님을 따라 <감사의 식탁>에 참여했다가 알게 된 희망제작소.
후원하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좋은 경험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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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다짐했습니다.
지금은 고등학생이라 많은 후원을 할 수 없지만,
대학생이 되어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면 좀 더 보탬이 되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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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님들도 파이팅하시고,
저도 제 자리에서 정의를 외치며 열심히 노력할게요!

작년 2월, 멀리 진천에서 선생님과 함께 희망제작소를 방문했던 중학교 학생들이 생각났습니다. 그 중 한 명이었던 임준형 학생이 보낸 메시지였습니다.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정의를 외치겠다는 메시지에서, 시니어 후원회원님들의 삼바 열정과는 또 다른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임준형 학생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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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희망을 만드나요?

“처음에는 시민단체가 무엇인지, 또 무슨 일을 하는 지도 몰랐어요. 하지만 희망제작소라는 이름이 제 호기심을 자극하더라고요. 서울 오는 내내 어떤 단체인지 궁금했습니다.”

임준형 학생에게 희망제작소는 방문 첫 날부터 탐구대상이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일까? 어떻게 희망을 만든다는 거지? 궁금한 만큼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였던 걸까요? <감사의 식탁> 행사 당일, 연구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이고 희망제작소 곳곳을 세밀히 살피던 임준형 학생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 연구원분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지요. 집에 돌아가서 희망제작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봤어요. 활동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저의 작은 힘이 세상 어딘가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확신도 생겼고요. 망설이지 않고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대학생이 되면 후원금액을 더 늘릴래요!

임준형 학생은 용돈을 모아 한 달에 만 원씩 희망제작소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후원을 시작할 때는 ‘한 달에 겨우 만 원인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입이 없는 학생이다보니 가끔은 부담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학교생활에 치여 희망제작소에 관심을 갖지 못할 때는 그 마음이 더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 초, 활동보고서와 기부금영수증을 받는 순간 아쉬움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1년간 희망제작소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살펴보니, 제 후원금이 의미 있게 쓰이고 있다는 게 한눈에 보이더라고요. 희망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죠. 만 원이 몇 배, 아니 몇십 배의 기쁨이 되어 돌아왔어요. 그 뿌듯함을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습니다. 대학생이 되면 후원금액을 좀 더 늘리고 싶어요.”

지역이 살아야 우리 모두가 행복해진다

충북 진천은 인구 6만여 명의 작은 도시입니다. 이곳이 고향인 임준형 학생은 대도시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영화 한 편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영화관에 가려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인근 대도시로 나가야 해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아프거나 다쳤을 때도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아요. 병원이 중심가에만 있으니까요. 이외에도 농촌이라서, 시골이라서 아쉬운 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뿌리센터의 활동에 관심이 많이 가요. 마을만들기, 지역활성화 등 듣기만 해도 설레고 희망찬 일들을 하고 계시니까요.”

지역과 중앙이 균등하게 발전하는 것. 희망제작소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임준형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니 지역이 살아야 우리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지요. 지역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 되길 바라는 임준형 학생. 문득 그가 생각하는 희망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희망을 심는 사람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을 거야라는 소박한 기대’, ‘오늘의 시련이 먼훗날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라는 믿음’ 이런 마음가짐이 희망 아닐까요? 나중에 커서 이런 희망을 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회변화에도 앞장서고 싶고요. 가끔씩 의욕만 앞서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운 마음도 들지만, 저의 움직임이 변화를 위한 작은 씨앗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열일곱 학생의 깊은 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정의를 외치며 열심히 노력하겠다던 이야기가 사실이었던 것이지요.

“‘법과 정치’를 가르치는 선생님께서 정의란 ‘억울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이 말을 듣고 우리 사회를 돌아보니 정의롭다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것들이 참 많더라고요. 때문에 정의를 항상 마음 속에 품고 또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 임준형 학생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청소년 문화 관련 정책 제안도 하고, 학생모니터단으로 활동하면서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와 의견도 냈다고 하네요. 학교에서는 학생회 부회장으로 학생들의 자치에 대해 고민하고 았습니다. 또래상담자 활동을 통해 친구들의 아픔도 나누려 노력하고 있고요.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얼마 전, 열흘간 미국에 다녀왔어요. 많은 것이 새로웠지요. 특히 시민의식에 많은 충격을 받았어요. 모르는 사람과 눈만 마주쳐도 웃으며 인사를 하더라고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한참 어린 저를 정중한 태도로 대해주셨던 것은 물론이고요. 동등한 인격체로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 사회도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좀 더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임준형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니, 지난 7월 18일 <노란테이블> 원탁토론에서 학생들의 말도 잘 들어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던 한 고등학생 참가자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세상은 어른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이 향유해야 할 공간이지요.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희망제작소 또한 계층, 계급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믿을 수 있는 버팀목으로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정부, 언론, 기업 등이 모두 신뢰를 잃은 것 같아 안타까워요. 희망제작소는 믿을 수 있는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희망을 만들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좀 더 영향력 있는 단체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옆에서 항상 응원할게요!”

어찌나 든든하던지요. 임준형 학생이 오히려 희망제작소의 버팀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희망제작소를 후원, 응원하고 계신 모든 분들이 희망제작소의 버팀목이지요. 무르지 않고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 임준형 학생의 모습에 힘이 났습니다. 동시에 희망제작소 또한 무르지 않은 단단한 조직으로 한 뼘 더 성장해야 함을 느꼈습니다. 후원을 통해 희망을 알게 되었다는 임준형 학생. 앞으로 더 많은 후원회원님들이 희망을 확인하고 느끼실 수 있도록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겠습니다. 응원하고 함께 해 주실 거죠?

인터뷰 진행 및 정리_ 최은영 (공감센터 연구원 bliss@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