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거리에는 구세군 냄비가 모습을 드러내고, 우편함에 송년모임과 기념행사를 알리는 초대장이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새해 떡국 한 그릇을 맛있게 비운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다사다난했던 2009년도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된 듯 합니다.

눈송이처럼 ‘머뭇거리지 않고, 서성거리지 않고’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12월의 끝자락, 희망제작소 해피시니어팀에서는 아주 특별한 송년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인생황혼기’ 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풍부한 삶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니어들에게 수여되는 <2009 해피시니어 어워즈> 시상식이 12월 16일(수)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지난해 처음 열린 <2008 해피시니어 어워즈> 에서는 서재경(희망씨앗상 – NPO창업부문), 서병수(새삶개척상 – NPO활동부문), 송래형(행복나눔상 – 공공봉사부문) 님께서 수상하신 바 있습니다.

“인생 전반전엔 직장과 가정을 위해 헌신해 왔다면, 이제는 더 큰 나눔과 사랑을 시작할 때”라는 메시지를 전해준 세 분께서는 수상 이후 십시일반으로 ‘해피시니어 어워즈 기금’을 조성해 올해도 변함없이 행사가 계속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사람을 향하는 따뜻한 마음,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꿈을 변치않고 간직하고 있는 영원한 청년, <2008 해피시니어 어워즈> 수상자 세 분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희망씨앗을 키워냅니다”

”사용자
지방대생 위해 전국에 ‘영리더스 아카데미’ 개설한 서재경님 (2008 희망씨앗상)

‘영리더스 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는 서재경 씨가 사회경험이 풍부한 주변의 현역, 퇴직 시니어들과 함께 지방 대학생들에게 참된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과 감성 등을 전수하고 있는 취업지원 프로그램이다. 시니어들이 반평생 동안 얻어낸 생생한 경험과 지식들을 문서화하거나 누군가에게 전수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마찬가지로 실무 지식을 습득하면서 동시에 인생의 방향 설정에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전인적 교육기관 역시 드물다. 아카데미는 바로 이런 문제의식과 고민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아카데미에서 시니어들은 더 이상 생산성 없는 불모의 존재가 아닌 ‘스승’으로서 거듭나고, 젊은 대학생들 역시 ‘방황하는 철부지’가 아닌 ‘우리 사회의 미래, 희망’으로 거듭난다. 기업실무 뿐 아니라 인문학 강좌 200시간, 봉사활동 100시간이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전액 무료로 운영된다. 현재 서울, 광주, 대구, 제주 모두 네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서울지역 수업은 매주 토요일 대방동 남도학숙(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전라남도 출신 대학생을 위한 기숙시설)에서 열린다. 서재경 씨는 지난 3년간 주말을 모두 아카데미에 반납했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알 만한 기업의 임원 출신으로 은퇴 후 여유롭게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여기에 투자하고 있다.

전라남도 목포 출신인 서재경 씨는 수도권 도시들에 비해 다소 낙후된 고향에 대해 늘 안타까움과 부채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지역발전에 기여할 방법을 물색하던 중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나아가 학벌, 경제적 여건 등의 이유로 취업시장에서 소외된 ‘지방 대학생’ 문제에까지 관심이 미치게 되었다.

양질의 도서를 읽는 것 외에도 ‘영리더스 아카데미’ 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다양한 현장에서 요구되는 프로젝트를 모의 수행해보는 ‘기업실무’시간이다. 팀 내 역할을 분담하는 것부터 프레젠테이션 과정에 이르기까지 학생들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서재경씨의 말을 빌자면, ‘어느 분야로 가든지, 그 분야에서 주인답게 훌륭한 리더쉽을 발휘하는 인재’가 바로 ‘영 리더’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이 수업 과정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그만큼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보람’이 있으니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초반에는 학생들을 모집하는 것부터 난관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저의 작은 노력으로 학생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먼 훗날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미래’라는 것은 사실 ‘오늘’ 시작되는 것이거든요. 비록 그 결과가 내일, 혹은 더 먼 미래에 나타날지라도 ‘오늘 시작하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젊은이들의 지금 모습이 바로 우리의 미래입니다. 지금 젊은이들이 바르게 살겠다고 각오를 하면 미래에는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질 것이라 믿어요. 아직까지는 몇몇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작은 모임이지만, 저는 이 작은 텃밭에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회공헌과 연결된 제2의 길을 갈 수 있어 행복합니다”

”사용자
잘 나가는 금융인에서 복지전문가로 변신한 서병수님 (2008 새삶개척상)

경제성장만이 최고의 가치였던 시절, 잘 나가는 금융인으로 사회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믿었던 서병수 씨는 IMF의 벼락이 자신과 사회를 강타할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배반감과 자괴감, 비관과 허무가 벼락의 잔재로 남았던 그때,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자원봉사였다.

우연한 기회에 종교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생생한 사회현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며, 세상은 승자나 성장, 경쟁만이 다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굳게 믿었던 삶의 지향들이 무책임하게 깨져 버린 현실 속에서, 돌보고 나누고 함께하는 사명과 만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고 서 씨는 말한다.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사는 이들이 있구나, 아직도 이런 낙후 지역이 있구나’ 싶어 놀랐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어요.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인생이었다면 몰랐거나 혹은 외면했을 일이었던 거죠.”

공부가 필요했다. 마음으로 돕는다고 전부가 아니었다. 상담 뿐 아니라 봉사를 하기 위해서도 관련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이 절실했다. 서 씨는 대학원에서 빈곤과 복지를 새로 공부했다. 그때 나이 53세. 늦었다고 주춤거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석사 2년, 박사 5년, 총 7년간을 쉬지 않고 공부했다.

대학원 공부를 마친 후에는 신림종합사회복지관을 시작으로 자원봉사를 하며 복지현장 공부에 들어섰다.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서병수 관장의 인생 이모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제까지는 성공을 위하여, 나와 가족을 위하여 달려왔다면 이제부터는 나눔을 위하여, 남과 이웃을 위해 달려 가야죠. 저는 운이 참 좋은 편입니다. 나름 두 번째 인생이 성공적이라고 자부하는데 그 길이 사회환원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민관이 협동해서 시니어들의 사회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특히 학력, 경제력, 건강이 뛰어난 4060 신세대 시니어들은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인력이다. 그들의 탁월한 능력과 경험을 받아 안고 활용할 수 있는 일반기업, 사회적 기업 등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서 씨는 강조한다.

“시니어들의 사회복지서비스사업 취업률이 외국은 25%나 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3%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우리나라도 점차 중고령층의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율성입니다. 내가 직접 선택을 하고 실현해 낸다면, 그만큼 자유의 폭이 넓어지고 행복 지수가 올라가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테니까요.

“나눔과 순환을 실천하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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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종잣돈으로 독거노인 돕기에 나선 기부전도사 송래형님 (2008 행복나눔상)

송래형 씨는 아름다운재단 ‘은빛겨자씨기금’의 최초출연자이다. 그는 국민연금이 고갈될 위험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좋은 제도와 재원이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만 60세가 되던 2003년, 정년퇴직과 함께 국민연금을 받게 되자 기금출연을 결심했다.

“연금 수령액의 절반정도는 회사에서 보조해 주는 돈입니다. 때문에 이것은 제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했지요. 평소 아름다운재단이 건전하고 투명하게 기금을 관리, 운영한다는 평을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 미약한 힘이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을까 싶어 망설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도도히 흐르는 한강물을 보고 있자니 ‘어리석고 부질없어도 강물 한 동이를 부어 죽어가는 나무를 살리는 것이 의미 있지 않겠는가’ 라는 깨우침이 생기더군요.”

그는 단순히 은빛겨자씨기금의 종자돈을 내놓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이후 본인의 국민연금을 전액 기부하기 시작했고, 주위사람들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1% 나눔운동’을 벌여 기금을 더욱 확장시켜 나갔다.

송씨의 꾸준한 노력과 열정 덕에 6년간 1만 명이 넘는 기부자들이 은빛겨자씨기금에 새로 동참했고, 어느새 기금총액은 6억 원을 넘어섰다. 많은 이들의 정성이 담긴 기금은 전액 홀로 사는 노인을 돕는 데 쓰이고 있다.

“작년 10월에 제가 시신을 기증했다는 기사를 보고 어느 수감자가 편지를 보냈어요. 본인도 장기를 기증하고 포장마차 장사하면서 불우노인을 돕겠다고 하더군요. 참 고마웠지요. 앞으로 효의 개념을 바꾸어야 해요. 내 핏줄에만 연연하지 말고 내 친부모가 아니더라도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돌보는 것이 바로 효입니다.”

그는 요즘 매년 꾸준히 배분하는데도 기금이 다시 채워지는 기적을 확인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특히나 많은 초등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기금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어 하루하루가 즐겁다. 우리사회가 이러한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로 인하여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기에.

“저는 보약 한재 먹지 않아도 참 건강합니다. 해로운 음식을 먹지 않고 좋은 공기 마시며 늘 자연과 가까이 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일관되게 실천하도록 늘 염두에 두고 살지요. 그렇게 나눔과 순환을 실천하며 살다가 때가 되면 자연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삶, 성공한 삶이 아닐까요?”

글_해피시니어팀 이재흥 연구원 (weirdo@makehope.org)
사진_강홍수, 김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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