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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희망탐사 54>

관광 콘텐츠를 가장 먼저 고민한 사람

‘한국문화관광콘텐츠개발 주식회사’란 회사 명칭을 들었을 때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가란 의문이 들었다.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회사라는 의미 같은데 관광 콘텐츠에 대한 실체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혼자만의 의문은 아니었던가 보다. 최영환 대표이사가 컨텐츠에 대한 의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해 볼만한,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바로 관광사업이었습니다. 고부가가치 사업이기도 하고 제조업처럼 공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강릉에 터를 잡았습니다. 관광자원이 가장 많은 곳이 강원도이고, 그 중에서도 강릉에 관광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입니다.

강릉에서 많은 샘플을 만들고 이를 전국화하고 있습니다. 벌써 14년이나 되었죠. 14년 전에 관광콘텐츠라는 말을 쓰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시ㆍ군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더군요. 처음에 회사명을 ‘먼동’이라고 했다가 ‘코리아아이투어(KOREA I-TOUR)’로 바꾸었습니다. 그랬더니 여행사로 혼동을 하더군요. 후에 ‘콘텐츠’라는 이름이 좀 더 보편화되면서 지금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 관광에 관한 콘텐츠개발을 사업으로 하다
-행정이 제안하면 안 되니까 일단 투자해 만들어서 가져간다

관광 콘텐츠하면 사람들이 알 듯 모를 듯 한 게 사실이다. 여행사에서 만든 패키지 여행상품이 콘텐츠 종류의 하나라고는 인식하지만 여전히 막연한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최영환 대표이사의 설명을 듣고 나면 관광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좀 더 분명히 알 수 있다. 우선 한국문화관광콘텐츠개발 주식회사는 기초관광, 패키지관광 등으로 콘텐츠를 개발했고 그 콘텐츠에 맞는 여행 책자를 냈다. 대표적인 예가 강원도 평창이다.

“평창군의 경우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의 여행 패키지 정보가이드북을 만들어 납품했습니다. 여행사 관계자나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평창군을 시작으로 해서 다른 군으로 가고자 합니다. 동해안에 오는 사람이 반드시 강릉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광역지역의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동해안지역의 여섯 개 시ㆍ군을 대상으로 하는 ‘그리움으로 만나는 동해안여행’이라는 책자를 발간했습니다. 비용은 도와 각 시ㆍ군이 조금씩 협조하고 모자란 부분은 우리가 떠안으면서 개발했지요.”
”?” 여행 책자를 만드는 일부터 농촌체험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 그리고 해양관광, 산촌문화 등을 관광 콘텐츠화하는 일을 한국문화관광콘텐츠개발 주식회사에서 수행했다.

그 결과 산촌관광과 관련해서는 강원도 정선군과, 해양관광과 관련해서는 환동해출장소와 용역을 체결해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또 강원랜드의 경우에는 ‘강원랜드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는 책자를 만들기도 했다.

강원랜드 여행과 관련된 책자를 만든 이유에 대해 최영환 대표이사는 “자신의 기관만이 아니라 주변의 관광자원이나 사회 환경을 함께 팔지 않으면 안 된다는 측면에서 샘플로 만들어본 것”이라며 “거기에서 팔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알려주고 팔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측면에서 기획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숨겨져 있는 자원을 발굴하거나 여러 자원을 연결해 관광 콘텐츠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태권도 성지순례 콘텐츠를 만들다
-3억 명의 태권도 인구가 종주국에 와도 길 곳이 없다

그래도 개념이 잘 안 잡히는 사람이라면 한국문화관광콘텐츠개발 주식회사에서 5년간 추진하고 있는 태권도 성지순례 콘텐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관광 콘텐츠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태권도 성지순례 콘텐츠를 5년간 개발하고 있습니다. 태권도의 역사가 확실치 않지만 우리가 파악했더니 신라의 화랑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화랑 유적의 76%가 동해안에 있습니다. 경주에서 화랑도가 순례를 떠날 때 동해안을 따라 금강산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그 루트가 태권도 성지순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권도 정신과 화랑도가 다르지 않습니다. 이것을 이용해 태권도 성지순례 프로젝트로 만들고 있다. 270페이지 분량으로 책자를 만들고 있는데 사람만 오면 안 되니까 기념품 개발도 하고 있습니다.”
”?” 최영환 대표이사는 “우리가 해외여행객을 끌어들이려면 여행객이 우리나라에 오는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태권도 성지순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태권도의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지만 수요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필수다.

“세계태권도연맹(WTF)에 가입한 유단자가 7000만 명이 넘고 북한의 국제태권도연맹(ITF)에 가입한 사람도 4000만 명이 넘습니다. 실제로는 이것보다 더 많다고 들었습니다. 태권도사범이 이야기하는 태권도 인구는 3억 명이 넘습니다. 미국에 태권도 도장이 1만5000개 있는데 미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 1만 개입니다.

태권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종주국인 한국에 가보고자 하는데 한국에 와도 가볼 곳이 없습니다. 그 동안 태권도의 역사를 찾는 일에 전혀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콘텐츠를 만들면 오겠느냐고 물었더니 무조건 온다고 합니다.”

관광수지 적자 120억 달러를 메우는 방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고급여행상품을 만들도록 대폭 지원해야

14년 전에 관광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에 매진해온 최영환 대표에게는 우리나라의 행정이 참 답답하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행정”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가 보기에 관광은 소비가 아니라 생산이다. 관광 소비자들이 관광을 소비함으로써 좀 더 생산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에, 관광이 생산이라는 말이다. 그는 관광이 “부족한 에너지를 채우고 현장에 돌아가서 더 큰 생산을 하는데 맞추어져야 한다.”며 “먹고 자고 즐기고 사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못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관광객이 요리를 원하는데 행정이 그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재료만 팔고 있는 셈이라는 주장한다.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들 때 요리가 되듯이 여러 곳에 퍼져있는 관광자원을 하나로 묶었을 때 소비자들이 원하는 관광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우리 관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고급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국가가 대대적인 지원을 해야 하고 지방정부도 기업과 협약을 체결해서 관광 상품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못하면 우리나라 관광은 한발 짝도 앞서갈 수 없습니다.

현재의 여행사 95% 이상은 해외상품을 열심히 팔고 있습니다. 해외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관광객들 모아서 비행기만 태우고, 공항에서 내리면 픽업해서 우리가 해준다는 이른바 랜드사가 많습니다. 그러나 국내에는 랜드사가 없기 때문에 해외손님을 끌어오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작년에 관광수지 적자가 12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런 얘기를 항상 해도 바뀌는 게 없습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 안 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영환 대표가 행정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부분은 또 있다. 그것은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도, 그 프로그램이 보호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영환 대표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두면 카피를 당하기 마련인데, 카피 때문에 여행사가 좋은 상품을 만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콘텐츠가 보장이 안 되니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하는 아이템 발굴부터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템을 발굴해서 제안을 해야 하는데 이것부터 불가능합니다. 행정기관에 제안을 하면 금방 카피 당합니다. 심지어 그것을 행정기관이 자기 것처럼 발표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입니다.

또 우리가 아이템을 제안해도 입찰에 붙여버립니다. 그러면 제안할 이유가 없게 됩니다. 더구나 최저가 입찰이 대부분이므로 제안자가 더욱 의미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정부의 잘못 중의 하나가 평준화 현상입니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보상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다른 업체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다가 입찰공고만 보고 공모에 응합니다. 가격을 싸게 하다보니까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우선 시급하게 바꿔야 하는 것이 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식 못하는 정치인이나 행정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콘텐츠를 제안 한 사람에게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바뀌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듭니다.”
”?” 최영환 대표의 이 말은 템플스테이란 관광콘텐츠를 만들었지만, 그 콘텐츠를 만든 회사가 정작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쓰디쓴 기억 때문에 나온 것이다.

“관광객에게 하루 이틀 만에 불교문화를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산사의 하루’라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강원도와 관광공사에서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언론사와 접촉해 방송과 신문에서 기사화하니 문화관광부가 좋다고 하면서 200억 정도를 예산을 세웠습니다. 그러자 조계종에서 템플스테이 사무국을 얼른 만들더군요. 우리가 낙산사에서 먼저 템플스테이를 시작했는데 압력도 있었고 화재도 나서 아예 접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조계사는 우리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가버렸습니다.”

관광콘텐츠가 문제다-큰 백화점은 있는데 상품이 없다

최영환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의 관광 사업을 상품이 없는 백화점에 비유한다.

“지금 콘텐츠가 필요한 이유는 이런 것입니다. 여행사는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삽니다. 관광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상품을 만드는 곳이 없습니다. 백화점이 직접 상품을 다 만듭니까? 아닙니다. 우리의 관광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백화점은 있는데 상품은 없는 것입니다.”

상품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최영환 대표는 관광 콘텐스 사업을 제조업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관광콘텐츠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곳은 우리가 처음이었습니다. 상호를 바꾸고 사업자등록을 내면서 계속 싸우는 것이 서비스업이다, 제조업이다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상품을 만드는 곳이므로 제조업인데 관광콘텐츠라는 항목이 아예 없습니다.”라며 “국회에 가서 법을 만들어야 할 지경이라고 얘기한다.

그가 보기에 우리나라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콘텐츠 개발에 달려있다. 그런데 관광 콘텐츠에 대한 인식도 부족할뿐더러 전문가도 없는 것이 문제다.

“관광경영학과가 있지만 이런 쪽과는 다릅니다. 더구나 식음료 부분에 집중되어 있고 콘텐츠개발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콘텐츠를 하나 만들려면 연구기획부터 들어가야 합니다. 기초 콘텐츠를 먼저 만들고 패키지 콘텐츠를 만들고 그 다음으로 출판, 동영상, 웹 사이트 등으로 가야 합니다. 좋은 콘텐츠 하나 만들어내려면 다양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심각한 농촌관광,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무조건 지원이 아니라 융자지원이 적당하다

관광 콘텐츠와 관련해 최영환 대표는 경쟁력을 중요시한다. 다른 콘텐츠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는지, 비슷한 콘텐츠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는지 등을 그는 고려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관광사업에 무조건 지원하는 것을 반대한다. 특히 농촌관광에서 그는 그런 문제점을 많이 느꼈다고 말한다.

“농촌관광이 심각합니다. 사이좋던 사람들의 관계도 다 나빠집니다. 컵은 하나만 잘 만들면 되지만 관광은 그 사람들이 와서 써보고 집까지 돌아가는 순간까지 만족을 느껴야 합니다. 사실 농민들의 전공은 농사짓는 것입니다. 관광까지 팔기가 힘들고, 성공하기도 힘듭니다.

제 생각으로는 농민들이 자기 전문분야인 농사를 열심히 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농민이 가이드를 할 게 아니라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농촌을 둘러보기만 해도 만족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무조건 돈을 지원하는 것은 경쟁력을 떨어뜨립니다. 마을에 맞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농민들이 자기역할을 하게 해야 합니다. 프로그램을 만들어 팔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오히려 관광객들에게 농산물을 팔아야 합니다.

도시민들을 불러다가 우리 마을에는 옥수수, 감자도 생산된다고 보여주고 먹어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저절로 농산물을 사가게 될 것입니다. 생각을 바꿔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방에 있는 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문화관광콘텐츠개발 주식회사는 강릉에 터를 잡고 있다. 그런데 강릉에 자리를 잡은 것이 때로는 불리했다고 한다.

“관광공사가 우리나라 관광 테마를 10개 정해서 책자를 만드는 공모를 했습니다. 이 아이템은 우리가 제안했는데 공모에 들어가 서류심사 받고 프리젠테이션도 했는데 우리가 떨어졌습니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보았더니 서울에 업체가 많은데 왜 강원도 업체하고 하느냐고 심사위원들이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울에 지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관광공사하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데 거리가 가까우면 물론 좋을 것이다. 그러나 거리가 또 멀면 어떤가.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질과 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일 텐데 말이다. 최영환 대표는 본사를 수도권 지역으로 옮기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지방에 있는 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14년 동안 버티었는데 옮기는 것이 억울하기” 때문이다.

14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다. 관광 콘텐츠라는 생소한 분야를 개발해 그것을 14년 동안 계속해온 한국문화관광콘텐츠개발 주식회사는 지금 관광 콘텐츠의 역사를 쓰고 있다. 상품이 없는 백화점과 같다는 우리의 관광사업에서 최영환 대표의 행보는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재료를 팔기보다는 요리를 만들어 팔겠다는 최영환 대표의 소신에 박수와 함께 기대 가득한 눈길을 보낸다.

면담일시 – 2007년 9월 2일

면담인사 – 최영환 (한국문화관광콘텐츠개발 주식회사 대표이사)

면담장소 – 강원도 강릉시 포남동 1278-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