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경기도ㆍ시흥시ㆍ경기농림진흥재단이 주최하고, 희망제작소가 주관한 국제 심포지엄 ‘도시 정원을 꿈꾸다’ 가 3월 11일 오후 1시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올해 11월 시흥시 옥구공원에서 개최되는 경기정원박람회가 어떠한 성격을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모티브를 얻기 위해 마련된 행사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수많은, 그러나 모두가 비슷비슷한 형태의 공원들을 새롭게 생각해보고, 이들 공간을 시민의 것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단초를 얻기 위해 기획되었다.

”사용자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경진 교수는 ‘창조적인 공원 만들기를 통한 도시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기조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도시에서 공원이 가지는 잉여성을 설명하면서, “어떤 도시든지 가장 쓸모없고 불필요한, 공허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빈 공간이고, 이 빈 공간 때문에 전체가 사는 것” 이라는 어어령 교수의 말을 소개했다.

또, 공원은 단지 자연을 체험하는 ‘도시 속 오아시스’ 라기보다 여러 다른 용도로 활용되는 도시 문제의 처방전이며,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공간이자 사회교육과 공공 건강의 장이라고 규정했다.

조 교수는 다양한 공원의 사례들을 ‘시민참여ㆍ민관협력’, ‘공간재활용ㆍ창의적프로그램’, ‘스토리텔링과 공간화’, ‘예술과 정원’ 등 4개의 유형으로 구분했다.

첫째, 시민참여ㆍ민관협력에 관한 사례로는 시카고의 밀레니엄 파크와 서울숲과 우리 동네숲을 들었으며, 둘째 공간재활용과 창의적 프로그램과 관련된 사례로는 독일 IBA 엠셔파크(Emscher Landschafts park)와 뒤스부르그 노드 파크(Duisburg Nord Park)를 주목했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

스토리텔링을 구현한 사례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오래된 발전소 부지에 위치한 웨스터게스패브릭 파크(Westergasfabriek Park)와 뉴욕의 고가철도를 공원으로 개조한 하이라인(Highline)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공원과 예술, 공원과 정원이 결합한 사례로 다양한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참여한 ‘융합형’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집결지인 안양예술공원과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들었다.

조경진 교수는 창조적인 공원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리더쉽, 복합적인 비전, 창의적인 큐레이팅과 스토리 디자인을 꼽았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시민과 함께 시간을 갖고 좋은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과정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환경운동가 테레사 하인즈의 연설을 인용하며 강연을 마쳤다.
“도시는 우리가 꿈꾸는 대로 다시 태어난다. 꿈이 없는 도시, 그것은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다.”

기조강연에 이어 4명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영국 런던 마일엔드 파크(Mile End Park)의 디렉터 마이클 로완(Micheal Rowan)은 ‘영국 공원과 정원의 사회적인 의미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마일엔드 파크의 개발과정을 통해 공원의 가치와 마일엔드파크가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사용자

마일엔드 파크는 런던 동부에 위치한 타워 햄릿 자치구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지역은 빈곤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며, 문화적으로도 다양한 인구 구성 분포를 가진 지역이다. 영국의 다른 지역보다 사망률 및 질병 발생률이 높으며, 33개 런던 자치구 중 주민 건강상태 평가 등급이 가장 낮은 지역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공원의 개발은 1단계로 1998년에서 2003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1억 2천 6백만 파운드를 모금해 세 개의 쉼터와 수체, 구불구불한 산책로와 그린 브리지를 건설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진정한 지역사회의 참여가 결여된 상태였다.

이후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예술과 생태, 놀이를 주제로 한 포럼을 시작으로, 지역 전문가와 공원개발 지지자 사이에서 다각도의 논의가 이루어졌고, 공원 순찰대가 꾸려졌다.

순찰대는 공원을 알리는 홍보대사로 거듭났고, 공원 내 안전을 확보하고, 사람들의 의견을 접수하는 창구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9년부터는 매달 공원에서 이벤트를 개최함으로써 사람들이 공원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물 수 있었다.

마이클은 공원이 가져야 할 핵심 요소로 재정적인 지속가능성과 환경적인 지속가능성, 지역 재생과 지역사회의 참여를 강조했다. 특히 마일엔드 파크의 경우 지역사회 참여 유도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으며, 주민들이 공원에서 자신들의 주인의식을 고취시키고, 사회통합을 증진시킬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도면상에 나타나는 미적인 디자인만으로는 공원 만들기가 절대 불가능하며, 비전과 함께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때 단지 괜찮은(Good) 공원이 아니라 훌륭한(Great) 공원이 될 수 있다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시민참여는 공원의 미래

미국 PPS(Project for Public Space)의 부회장인 신시아 니키틴의 발표가 이어졌다. PPS는 35년 간 시민참여 공간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이다. 그는 ‘주민참여를 통한 좋은 공원과 장소 만들기의 원칙과 실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한 신시아는 그간 자신들이 진행해 온 작업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성공적인 공원을 만들기 위한 10가지 원칙을 통해 쉽고 재미있는 발표를 이어갔다. 서울숲과 대구 삼덕동 사례 등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사례들을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점도 인상적이었다.

신시아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 또한 처음에는 그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으나, 지역의 시민참여를 통해 잠재적인 가치가 현실로 드러날 수 있었다” 고 강조하면서 현재의 모습만 바라보지 말고 미래를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으로는 일본 미야자키시 도시정비부 공원녹지과의 쿠로키 마사타카씨의 발표가 이어졌다. 그는 ‘꽃과 정원을 통한 지역활성화’라는 주제로 미야자키시에 위치한 프로란테 미야자키 공원의 사례를 소개햇다.

쿠로키씨는 일본 남부에 위치한 프로란테 미야자키 공원을 관리ㆍ 운영하고 있으며, 프로란테 미야자키를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꽃 마을 만들기의 추진 거점’으로 소개했다.

실제로 미야자키시는 프로란테 미야자키 공원 이외에도 오픈가든을 통한 시민들의 주택 정원 전시회와 ‘꽃 마을 만들기 콩쿨’을 개최하는 등 시민과 긴밀하게 협력해 지역정원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미야자키시는 1984년 ‘마을에 신록과 꽃을 늘리는 운동’을 추진하면서 ‘365일 꽃이 넘치는 마을 만들기’를 전개해 나가기 시작했다. 1993년에는 ‘미야자키시 꽃 마을 만들기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시민 조직을 정비하고, 풀뿌리 운동을 확산시켜 나갔다.? 2002년에는 마을 만들기 조례를 만든 데 이어, ?2004년에는 ‘미야자키시 신록 기본 계획?꽃 마을 만들기’ 를 수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30년 가까이 일관되게 이어진 시의 정책으로 미야자키시는 항상 꽃을 볼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고, 지역 인구 만큼의 관광객을 유치하게 되는 성과를 이루었다. 이들이 항상 시민과 함께 축제를 조직하고 만들어 나가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쿠로키씨는 프로란테 미야자키 공원이 행정과 시민, 기업이 함께 발전시켜 만든 결과물이며, 진실로 시민들의 마음에 뿌리박힌 운동의 결과로 정착될 수 있었음을 강조했다.

두 손길을 비교하라

(주)조경설계 서안의 정영선 대표는 ‘우리 조경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 선유도 공원을 중심으로’ 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정 대표는 통영 소매물도의 작은 돌틈을 꾸미던 어느 할머니의 손길과 광화문 광장에서 인부들이 미친듯이(?) 꽃을 심어대던 모습을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경관 계획에 있어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기 위한 비유였다.

선유도 공원 조성 과정에서 정 대표는 공원부지에 위치한 수도 정수시설이 그 모습 그대로 충분히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정수시설을 철거하는 대신 산업사회의 유산으로 남겨둔 채 공원 내 환경교육 프로그램의 일부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정영선 대표는 장소가 가지는 맥락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주변의 작은 곳에서부터, 너무나 친숙해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장소에서부터 정원을 가꾸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발표를 마쳤다.

”사용자

모든 발표가 끝난 후 10분간의 휴식시간 동안 토론자를 위한 테이블을 준비하면서

나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났다.

정신없이 사람이 많은 서울에서, 정신없이 심어진 광화문 광장의 꽃들 사이에서 하나의 꽃, 내가 이름 부를 수 있는 담벼락 사이에 핀 하나의 꽃을 상상해 보았다.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 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글_뿌리센터 박상현 연구원thank2god@makehope.org”
사진_정재석ㆍ정지인 인턴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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