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례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 사회, 그리고 시민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분노와 절망 속에서도 우리는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길을 찾아야 합니다. 희망제작소는 2025년을 맞아 <민주주의X마음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광장과 일상의 경계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 지금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민주주의가 실패하고 있는 단적인 이유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는 사람과 집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러 집단이 보수화되고 우측으로 이동하는 과정, 그 과정에는 기존 민주주의 집단도 속한다. 과거 민주화운동 그룹은 한국의 가장 큰 사회적 갈등요인인 교육과 ‘주거-부동산’이라는 문제에서 새로운 체제를 이룩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익을 보았다는 반론이 거세다. 지속적인 민주화를 위해 필요한 어른 그룹 특히 ‘노블리스 오블리주’(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 책임을 지는 행위) 세대를 구축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 그중에서도 문재인 정부에서 주축을 이룬 민주화 세력에 관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에 다가가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큰 상처이자 핵심 과제인 교육과 부동산 문제에 참담한 실패를 남겼다.
믿을 수 없는 제도, 믿을 수 없는 사회
그 결과 한국은 배신의 사회가 되었다. 온갖 배신으로 인한 상처와 분노로 어떻게든 각자도생한다는 원시적 심리상태로 퇴행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인간, 믿을 수 없는 제도, 믿을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는 이제 ‘서울대’도 믿을 수 없고 세계 어디를 가도 굶어 죽지 않을 것 같고, 정권과 제도의 변화 속에서도 부유한 삶을 유지하는 ‘의과대학’에 집중하는 심리를 낳았다. 세계 초유의 사태인 ‘유치원 의대 진학반’, ‘7세 고시’라는 사회병리적 현상이 나타나고 외국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교육 풍토가 만연하다.
청년들이 예전부터 호소했던 88만원 세대, 헬조선, 저출생의 비극은 해결은커녕 확대되고 있다. 막대한 세금을 헛되게 날린 것은 보수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와 관련된 민주 인사들은 여전히 온갖 정부·사회기관의 이사장·이사·고문직을 자처하고 있다. 공정과 공평의 이슈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한 채 불거진 청년 이슈들은 청년들을 포함한 많은 국민에게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을 뿐 아니라 정치 및 정책집단에 대한 불신도 높였다.
기성세대의 행태로 저신뢰 사회가 된 한국은 급속히 와해되고 있다. 민주화는 관료화로 대체되고, 혼란한 정치 상황에서 국민은 갈수록 피곤하고, 힘들고, 각박한 사회라는 느낌 속에서 지쳐가고 있다. 현 여당을 포함해 반사회화하는 정치권은 온갖 불필요한 갈등과 소모를 조장하고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게끔 만들고 있다. 국민은 정치세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상처를 받고 있다.
저신뢰 사회가 치르는 대가는 혹독하다. 사회통합적이기보다 분열적으로 작동하는 언론과 방송은 우리 사회를 갈가리 찢고 있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숙고·숙의를 통해 갈등을 중재하고 인내심을 갖고 지혜를 찾기보다 발본색원, 처벌, 징계, 민원 등이 빈번하다. 교육, 의료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분쟁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저신뢰사회는 피해의식 사회로 진화했다. 경쟁과 분열 속 따뜻한 수용이나 미담은 드물다. 연일 사건, 사고, 처벌, 징계, 배제, 추방의 원리가 뉴스에 작동하고, 책임을 면피하는 관료나 정치인은 목소리만 높인다. 깊은 수치심과 무기력은 청소년과 청년층 중심으로 운둔, 자해, 자살 시도가 나타나고, 기성세대는 꼰대 역할을 맡거나 제 이익 챙기는 데 정신없다.
기술은 고도화된 산업화와 자본주의를 이룩하며, ‘부유한 사회’라는 외연을 만들었지만, 개개인의 생활과 문화는 힘들고, 아프고, 괴롭고, 우울해졌다. ‘울분 사회’라고 진단하는 학자들도 있을 정도다. 2024년 우울증 치료환자가 100만 명을 넘겼다는데, 현재 100만 명을 마치 모두 검열할 것처럼 말하는 정책(교육부에서 우울증 교사를 사전에 차단하고, 현직에서 물러나게 하겠다는)은 한마디로 어이없다. 온갖 상식 이하의 정책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청년들은 어떻게 이런 빛깔 좋은 지옥이 되어가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더 따뜻한 민주주의와 마음, 어떻게 가능할까
무엇부터 다시 해야 할까. 앞서 살아온 사람들의 과제는 전수와 상속이다. 전수하지 않고 상속도 없으면 청년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기존 사회의 장벽을 부수고, 청년에게 지혜를 전수하고,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 실험을 지원해야 한다. 새로운 교육제도와 주거제도의 도입, 그리고 과감한 청년 지원은 필수다. 더는 신자유주의적 개인화에 정책을 맡겨선 안 된다.
우리 삶은 여전히 서부 개척 시대와 같다. 각자도생이 남았을 뿐, 사회적 연대를 바탕으로 한 삶의 연결은 끊어져 있다. 사회가 나를 도와줘서 내가 힘을 낼 수 있었다는 청년 세대는 과거 부모 세대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반면 부모가 도와주는 중산층 세습사회는 강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청년 우익을 두고, 철학자 아도르노는 “민주주의의 상처”라고 말했다.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려면 그들이 주인공이 될 기회가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기회를 주지 않는 사이 파시즘과 사이비 종교가 그들을 열렬히 초대하고 있다고 한다.
아도르노의 말을 좀 더 인용하자면 강한 자아의 개인은 파시즘에 대항할 수 있고, 핵심은 교육이라고 일갈했다. 가정과 학교에서 입시 위주가 아닌 근본적인 교육은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파시즘 사회를 피하기 위한 반권위주의 교육, 저항권 교육, 정치 교육은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이러한 교육을 벌이는 독일에서조차 현재 우파 독일 대안당이 정당 순위 2위를 차지한 상황을 보면, 입시 경쟁 교육을 폐기하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민주주의에 대한 반동은 가장 큰 걱정거리다. 빅브라더가 통치하는 입시 위주의 기괴한 교육을 거쳐 ‘다정한 민주주의자’가 나오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게 아닌가.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에서 왕따를 겪은 학생들을 만나서 전해 들었던 지혜로운 대답이 있다. ‘과거에 겪은 트라우마가 어떻게 치유되었느냐’라는 질문에 대다수 학생은 학교의 민주적인 분위기, 자유와 선택을 보장하고, 이를 존중하는 환경이 치유력의 핵심이라고 답했다. 민주주의가 치료제라는 소리였다.
민주주의 교육을 확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습게 들리겠지만 희망제작소를 포함한 여러 싱크탱크에서 더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전수와 상속을 받는 기회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책임 있는 어른들은 더 많은 기여와 기부에 나서야 한다. 민주주의를 치유할 청년이 자라나 마음껏 활동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 본인보다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을 곳곳에 만드는 게 민주주의를 치유하고 마음을 돌보는 일이 아닐까 싶다.
글: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별의친구들 대표

서로의 마음을 돌보고 민주주의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자리에 시민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일시
✔️ 3/13(목) 오후 7시 | 민주주의를 치유하자_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
✔️ 3/19(수) 오후 7시 | 21세기 생존주의와 생태민주주의_김홍중 서울대 교수
✔️ 3/20(목) 오후 7시 | 요즘 우리가 괴로운 철학적 이유_박구용 전남대 교수
✔️ 3/27(목) 오후 7시 | 도시의 마음_김승수 전 전주시장
📌장소: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
오프라인 : 희망제작소 3층 (서울 마포구) / 온라인 : 줌 링크 발송
📌 대상: 시민 누구나
📌 신청방법
신청하기 버튼 클릭(👉 구글폼 신청하기) 후 신청서 제출 및 참가비 이체
📌 참가비 : 일반 시민 30,000원 *후원회원 10,000원
KEB하나은행 271-910003-71504 (재)희망제작소
해당 참가비로 모든 강연 수강 가능합니다.
📌 문의
시민연결팀 02-6395-1415 | 카카오톡 문의 @희망제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