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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한 이야기를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이번에는 시마무라 나오코 일본 희망제작소 이사의 글을 소개합니다.


일본통신(9)
“우리를 잊지 마세요”

작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미야기현(宮城?) 최북단에 위치한 인구 7만 명의 항구도시 게센누마시(?仙沼市)는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었다. 지진과 쓰나미, 화재로 이어지는 재해로 1,300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되었고 산업시설 80%가 무너졌다. 지난 5월, 재해 복구 자원봉사활동을 위해 게센누마시를  방문했다.

지난 방문에 이어 5개월 만의 방문이다. 주민들은 재해 복구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을 빼면 마을의 모습은 5개월 전에 비해 별로 변함이 없다. 왜일까? 재해 복구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11년 12월 24일 게센누마시 중심가에 ‘미나미마치무라사키(南町紫) 시장’이라는 가설 상점가가 문을 열었다. 대지진으로 문을 닫았던 점포 중 51개의 점포가 새로 영업을 시작했다. 원래 이 지역에는 160 개 이상의 점포가 있었는데, 그중  90%이상이 건물이 통째로 쓰나미에 떠내려갔다.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조금씩 장사를 재개해 2011년 7월에는 중소기업 기반 정비 기구의 가설 시설 정비 사업 보조금을 받아서  ‘NPO법인 게센누마 부흥  상점가’ 로 재출발했을 때는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새로 문을 연 가설 상점가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은 ‘프리덤’이란 이름의 미나미마치 자치회장 치바씨 일가가 운영하는 다방이다. 10명이 앉으면 꽉 차는 작은 가게에는 잠시 휴식을 취하러 온 상점가에서 일하는 사람들, 자원봉사자들과 사업 관계자들로 늘 북적인다. 게센누마 상공회의소 우수이 회장도 이곳의 단골 중 한명이다. 그는 “게센누마의 상업이 본격적으로 복구되는 것은 내년 가을 이후일 것이다” 고 말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올해가 아니라 내년인지, 그 이유를 물어보니 “쓰나미로 내려앉은 토지를 재건한 후 상업을 재개해야 되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프리덤의 카운터에는 치바씨가 경영하던 일본 전통음식점 자유정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그는 집도 가게도 모두 잃고, 상점가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미야기현에서 제공해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치바씨는 6월6일에 발족할 미나미마치(南町) 우오마치(魚町) 마을 만들기 협의회에 동네에 주택 건축 승인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살 곳이 없는데 가게만 들어서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가게는 가설인 채로 상관없으니, 편히 살고 싶다. 가까운 곳에 사람들이 살아야 상점가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훌륭한 시설이 아니라도 좋으니 동네에 주택을 지어 주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마을 주민들의 생각이다. 마을 만들기 협의회의 논의를 거쳐 내년 2월까지 청사진을 완성할 예정이지만, 그 이후 나라에서 보조금을 받아 실제로 건물이 완성될 때까지는 훨씬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산업은 게센누마의 주요 산업이었다. 전국 상어 수확량의 약 70%를 게센누마가 차지하고, 일본 제일의 상어 지느러미가 생산 되었다. 그러나 쓰나미로 어항도 어시장도 수산물 가공 공장도 전부 파괴됐다. 연안 토지는 약 70cm 정도 내려앉았으며, 만조 ·고조시에는 땅이 침수되기 때문에 지반을 높이지 않으면 건물을 새로 지을 수가 없게 되었다. 내려앉은 토지를 높이는 것이 복구의 중점사업 중의 하나로 이후 5~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는 ‘중소기업과 그룹 시설 등 복구정비 보조사업’의 보조금을 받아도 내려앉은 토지를 복구하지 못하면 가공 공장이나 냉동 창고 등을 재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래 어시장 주변의 가공 공장은 주거 공간과 사무 공간이 함께 있었다. 그러나 재해 후 새로 작성된 토지 이용 계획에는 주거 공간과 사무 공간을 분리해 구획하고 있다. 만약 이곳이 산업 지역으로 정해지면 주택 건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소유주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며 복구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복구에 그치지 않는 획기적인 재부흥’을 목표로 하는 미야기현은 시내 복구 추진 지역의 무질서한 재건축을 막기 위해  2013년 3윌 10일까지 재건축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복구가 늦어지면서, 젊은 사람들은 일을 찾아 센다이나 도쿄로 나가고, 수산 가공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어획량이 많은 다른 항구에 가서 일을 하기도 한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게센누마는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전망’과 ‘신선한 해산물’로 관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쓰나미에 의해 아름다운 해안 경관이 파괴되고 방조제도 복구되지 않았으며, 쓰나미에 쓸려간 쓰레기가 아직 연안에 그대로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어선의 입항도 힘든 상태이다. 어시장도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파괴되었고, 어획량도 지진 이전의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즉 게센누마의 관광산업은 아직 복구 전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어시장 가까이 있는 유서 깊은 호텔 ‘잇게이카크(一景閣)’는 다행히 쓰나미에 붕괴되는 건 피했지만, 2층까지 침수돼 영업을 재개하려면 대규모 공사가 필요했다. 공사와 설비 투자 비용을 겨우 마련해 5월에 숙박업무만 재개한 실정이다. 처음엔 앞길이 막막해 폐업도 생각했지만 자원봉사자들이 시설 청소 및 비품 세척 등을 열심히 도와줘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해산물 요리로 유명한 호텔이었지만, 주방 설비를 다시 갖추는 데 약 1억 엔이 든다고 한다. 잇게이카크 호텔 사이토 사장의 나이가 많아 대출을 받는 것도 힘들고, 빚을 얻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여 당분간은 숙박영업만 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이토 사장은 게센누마 관광 컨벤션협회 회장이며, 8개의 게센누마 복구 관련 기구의 위원을 맡고 있다. 게센누마 관광 전략 회의도 그중 하나이다. 게센누마 관광을 살리기 위한 전략 중의 하나로 재해 견학이나 자원봉사활동 참가와 같은 ‘복구 관광’을 계획하고 있다.

게센누마시는 ‘항구 경관을 살린 친수성(親水性)공간’으로 복구를 추진하기 위해서 지역의  중요 자원인 바다 경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방조제를 어떻게 만들지 공모전을 개최했다. 쓰나미가 밀려오면 압축 공기로 떠오르는 ‘부상식 제방’이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공모 결과를 참고로 시민 의견을 반영하여 방조제를 만들 예정이다.

1995년 한신 아와지 대지진 때 행정관청이 강행해 결정한 복구 계획을 주민들이 반대했었다. 그 교훈 때문에 동일본 대지진 후 재건 복구에는 주민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복구 계획 수립이 지연돼 오히려 시민의 불안과 불만이 조장되고 있기도 한다. “관료들은 월급을 받고 있어 괜찮지만 상인은 장사를 하지 않으면 수입이 없다. 관공서는 중요한 것부터 복구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적인 문제다. 먼저 해야 할 일을 단기와 장기로 나눌 필요가 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너무 걸리는 건 곤란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공적인 것은 관공서가 어느 정도 토대를 만들어 논의하는 것이 더 빨리 진행될 텐데 …” 라는 사이토 회장의 말에서 비상시 행정과 시민이 타협해 가면서 지역을 재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었다.

이처럼 피해 지역의 재건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봄 햇살을 가득 받은 부흥 상가 미나미마치 무라사키 시장은 희망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열의와 노력으로 지진 이후 9개월 만에 열린 가설 상점가에는 관광객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자원봉사자 수가 전보다는 줄었지만, 꾸준히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이 아직 많이 있다. 그들은 금요일 밤 도쿄를 출발해 6시간 동안 차를 운전해서 토요일 아침에 이곳에 도착한다. 도착하자마자 피해를 입은 주택 바닥에 쌓인 진흙을 치우는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일요일 밤에 다시 도쿄로 돌아간다. 단골 자원봉사자들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다.


가설 주택에서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재해 주민들은 겉으로는 밝게 행동하고 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 하루하루에 몸과 마음이 지쳐 있다. 이들 주민들의 치료를 위해 상가에 설립된 프리 스페이스 미나미마치 ‘카도코’(cadocco)에서 독일인 자원봉사자가 무료로 마사지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음악 이벤트도 자주 열린다. NPO 법인 게센누마 부흥 상점가 발족 멤버인 사카모토 부이사장은 항상 동네를 걸어 다니며, 이벤트 전단지를 배포하거나 상점 주인 및 타지에서 방문한 사람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역의 재생과 활성화는 주민과 주민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서로 협동하며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게센누마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방사능 문제로 후쿠시마는 계속 주목받고 있지만, 그 그늘에 가려져 쓰나미 피해 지역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다.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가짐으로써 여론이 형성되고 그것이 복구의 힘이 된다. 그래서 관광이라도 좋으니 게센누마를 찾아주었으면 하는 것이 피해 지역 사람들의 바람이다.  

”사용자글_ 시마무라 나오코(島村直子) 일본 희망제작소 이사
도쿄도 출신. 초등학교 시절 약 3년 6개월간 영국에 거주했다. King’s College London 역사학부를 1년 동안 전공했다. 쯔다쥬크(津田塾)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으며 2009년 릿교(立?)대학 대학원 21세기 사회 디자인 연구과를 수료(MBA)했다. 재단법인 국제문화회관에서 미일 및 아시아 지식인과 예술가의 교류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2000년 아시아 리더싶 팰로우 프로그램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일본에 초청한 것을 계기로 한국 시민사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 문화 경제학회, 21세기 사회 디자인 연구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편집_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westwood@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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