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아무도 못 말리는 전관 예우와 불공정한 판결 매커니즘

인터뷰에 응한 소송 경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변호사란 “내가 받아야 할 보상을 가져가는 존재”일 뿐이고, 판사란 앞에만 서면 “아무 잘못이 없어도 굉장히 떨리는” 사람이며, 검사란 내 사건을 “알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에 불과하다. 심한 경우에 법조계는 돈을 먹고 결론을 바꾸는 “푹 썩은” 조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법조계 내부인들이 보는 법조계는 어떨까? 1990대 말에 터진 의정부?대전 법조비리 사건 이후 우리 법조계에도 적지 않은 정화 노력이 있었고, 후진적인 관행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법조계 사람들이 증언하는 내부는 돈과 청탁, 브로커의 횡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난다.

특히 판검사 출신의 개업 변호사들인 ‘전관 변호사’를 둘러싼 진실들이 이번 인터뷰에서 생생하게 밝혀진다. 이른바 ‘전관예우’ 관행의 실태이다. 인터뷰에 응한 전현직 판검사,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전관예우’의 어두운 과거를 기억한다.

문제는 사건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 푼돈이라며 이런 관행을 받아들여온 판사들이 그간 아무런 고백이나 반성 없이 여전히 법원 상층부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판사에게 연줄을 대려는 사건 의뢰자가 전관 변호사를 찾는 고질적인 병폐가 이런 관행에서 비롯되며, 결과적으로 수임료를 높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돈과 청탁, 거절하면 찍히는 사법 패밀리

더욱 충격적인 것은 여전히 거절할 수 없는 돈이나 청탁이 사법계 내부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인터뷰에 응한 한 검사는 개업한 전직 차장검사가 회식 자리에서 느닷없이 30만원짜리 상품권을 돌린 일을 증언한다. 현직 부장검사가 상품권을 먼저 받았는데도 한 후배 검사가 자기는 안 받겠다고 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인터뷰한 검사는 ‘평판’이 두려워서라도 돈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일반인들은 돈을 거절한 판검사를 청렴하다고 칭송할지 모르지만, 좁은 법조계 바닥에서는 ‘또라이’로 찍힐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판검사와 변호사를 인터뷰하면서 저자는 법조계의 문제가 돈보다는 평판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단 한번의 시험에 합격하여 똑같은 기관에서 교육받은 이 소수 엘리트집단 안에서는 일정한 평판이 떠돌고, 그 평판은 법조생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판검사 입장에서 선후배들이 들고오는 돈과 청탁을 일방적으로 무시했다가는 승진은 물론, 변호사 개업에도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 평판을 관리해 ‘사법 패밀리’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법조인들의 의식은 결국 돈과 청탁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를 만들고, 결국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시민들은 높은 수임료를 감당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뛰는 놈 위의 나는 놈, 브로커의 세계

사법계의 그늘진 현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 사법계의 핵심에는 브로커에 있지만 지금까지 이 세계는 한번도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다. 엄연히 불법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브로커의 천국이나 다름없다. 저자는 이들을 ‘신성가족의 제사장’이라고 부른다.

변호사 사무장에서 법원?검찰의 전현직 공무원, 경찰·법무사·세무사·관세사에 이르기까지 변호사 근처에 있는 거의 모든 직업이 브로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해먹는’ 30퍼센트의 수임료가 모두 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브로커 없이는 사건을 물어올 수 없는 변호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들에게 밥줄을 대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일은, 브로커들이 변호사에게 받은 30퍼센트의 수임료 중 반은 자신에게 사건을 소개해주는 또다른 마당발들, 즉 전현직 경찰관이나 이익단체의 총무들에게 건네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는 놈 위에 뛰는 놈, 그 위에 나는 놈들의 암흑천지가 바로 우리 법조계인 셈이다.

팔로역정(八路歷程), 신성가족의 암울한 수업시대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법조인들은 어떻게 선발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한명의 사법 패밀리가 되는가? 저자는 이 과정을 팔로역정, 다시 말해 여덟가지 시험으로 설명한다. 어려서부터 ‘신동’소리를 듣던 고시생이 바늘구멍 같은 사법시험을 뚫고 나오면 결혼소개업자인 마담뚜가 기다리고 있다. 죽어라 공부한 데 대한 보상심리는 재력과 외모가 되는 여자와의 결혼에서 탈출구를 찾는다.

이들이 결혼시장에서 거래를 마치고 업무에 들어가면 빡빡한 도제식 수업이 기다리고 있다. 선배 판사가 빨간펜을 들고 진행하는 이 수업은 판사를 표준화·규격화하고 권위에 순응하는 사람들로 변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권위에 도전하거나 기존 질서를 흔드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자연도태되고 ‘원만한’ 사람들, 법조계 내부 논리에 충실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는다.

이 과정에서의 살인적인 업무 또한 빠뜨릴 수 없는 과정이다. 법원 출입기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하는 이 업무량이란 것도 알고 보면 너무 적은 판검사를 뽑는 우리의 닫힌 사법시스템에서 기인하는 것인데, 어찌 된 일인지 사법계 전체는 판검사를 더 뽑는 일이나 우수한 변호사들을 판검사로 영입하는 데 인색하다. 그 결과 일에 쫓긴 나머지, 판에 박힌 재판이 난무하게 되는데도 말이다.

이런 갖가지 역정을 거쳐 법원을 졸업하면 후배 판검사에게 돈을 건네고 브로커에게 밥줄을 대는 전관 변호사 개업이 이들을 맞는다.

“판사님 검사님! 저랑 얘기 좀 하시죠!”

이처럼 모두가 불행해지는 법조계 현실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일반 시민들이다. 뒤틀리고 억압된 법조계는 결국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사법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시민들의 불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법개혁과 더불어 이제 시민들이 나서서 판검사 및 변호사와 의사소통을 시작해야 할 때가 왔다고 주장한다. 판검사에게 실제로 전달되는지도 알 수 없는 돈을 전관 변호사에게 쏟아 붓느니, 차라리 시민 자신이 나서서 직접 편지를 쓰고 사례를 모아 전달하는 게 훨씬 판결에 유익하다는 말이다.

또한 사법계 내부에서 스스로를 옥죄는 원만함의 덫을 해체하고 의사소통의 활로를 열어야 하며 판검사, 변호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법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 목차

책머리에

일러두기

들어가는 글 : 사법시험이라는 희망과 절망

1장 비싸고 맛없는 빵
2장 큰돈, 푼돈, 거절할 수 없는 돈
3장 부담스러운 청탁, 무서운 평판
4장 신성가족의 제사장, 브로커
5장 팔로역정, 법조인이 이겨내야 하는 여덟가지 유혹

나가는 글 : 억지로 찾아본 희망

구술자 소개

발간사 ‘현장의 목소리’에서 희망을 찾다

■ 저자 소개

책임연구 김두식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군법무관과 서울지법 서부지청 검사를 지냈다. 미국 코넬 로스쿨을 졸업하고 한동대 법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다. 저서고 『헌법의 풍경』, 『평화의 얼굴』등이 있다.

공동연구 김종철

1971년 수원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현재 기독법률가회 사무국장으로 있다. 역서로 『이기적인 돼지가 라브리에 가다』, 『여자의 성』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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