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 리 시 대 희 망 찾 기’ 01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한다

‘민주화’된 한국사회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민주화의 체감지수는 어느 정도일까? 민주주의는 과연 독재와 억압이 사라짐과 함께 성취된 것일까, 아니면 더 많은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일까?

민주주의, 그 생활 속 체감지수는?
희망제작소가 기획하고 유시주와 이희영이 쓴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 첫째권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풀어낸 책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택한 ‘구술면접 연구’라는 방법론에 주목하게 된다. 구술면접 연구란 연구주제와 관련된 체험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녹취하고, 그 녹취록을 분석하고 재구성하여 새로운 이해에 이르는 접근방식을 말한다.

이 책은 신문기자에서 이주노동자까지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30명의 보통 시민들이 이야기한 민주주의와 관련된 일상체험들을 바탕으로 하여 씌어졌다. 따라서 시민들의 이야기가 책의 뼈대가 되며, 저자는 되도록 주관적 해석과 평가를 내리지 않고 일상 공간에서 체험되는 민주주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저자들이 만난 시민들은 “80년대에 민주주의를 외칠 때” 생각한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미 달성됐다고 말하면서도 지금의 현실에 행복해하지는 않았다. 변화된 시대가 요청하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향한 다양한 목소리들을 수용하기엔 아직 한국 민주주의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직도 먼 민주주의의 사회화
구술자들이 한결같이 지적한 문제는 민주적 제도가 마련되었더라도 그것이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이러한 제도와 운용의 불일치는 특히 생활정치의 공간에서 두드러진다. 육아휴직제가 마련되어 있어도 막상 인사상의 불이익이 두려워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든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자식들에게 돌아올 불이익 때문에 안건이 무조건 통과되는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주의의 공간은 청와대와 국회의사당에 머물지 않는다. 그 공간은 학교운영위원회, 주민자치위원회, 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 등 여러 결사체와 이익단체, 또는 시민사회단체까지를 포함한다. 또한 이러한 공간이 많아지고, 그 공간을 잇는 그물망이 복잡해질수록 민주주의는 튼튼해지는데, ‘민주주의의 사회화’란 바로 이런 상태를 일컫는다. 그런데 구술자들이 전하는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사회화 수준은 아직 그리 높지 않다.

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와 부녀회는 대표적인 사례다. 입주자대표자회의는 재산세 인상을 놓고 시의원을 불러다 따지기 일쑤고, 부녀회는 아파트값 담합을 주 임무로 삼는다. 학교운영위원장들은 선거 브로커로 뛰어다니고,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은 자기 인맥들을 동원해 동네의 이익사업에 몰두한다.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이 모든 위원회들은 유착의 네트워크 속에서 ‘사익’ 추구에 여념이 없다. 이런 생활세계의 각종 구체제를 지양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국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을 넘어 학교, 가정, 직장, 마을 등 모든 생활세계 영역들을 민주화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민주주의에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들의 목소리에서 희망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그러나 이 책에서 구술된 내용에서 작은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오늘의 한국 시민들은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시민상을 보여주었고, 일상의 공간에서 저마다의 절실한 문제를 붙들고, 비판하고 저항할 뿐 아니라 소통하고 참여한다. 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주적 가치는 새로운 역사적 육체성을 확보해갈 것이다.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란?
희망제작소는 창비와 함께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전13권)를 내년 상반기까지 완간할 예정이다. 희망제작소의 연구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는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의 현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개혁의 전망을 모색하는 하나의 시도이다.

이 시도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국가정책이나 사회제도의 변화에 대한 거시적인 접근 등에 치중해온 것에서 벗어나, 생활현장에 밀착한 ‘구술면접 연구’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구술면접 연구는 시민들의 생생한 육성을 직접 듣고 취재한 녹취록을 바탕으로 하여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사회구성원의 생활경험과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질적 접근”은 시민들이 직접 생활세계 속에서 체험하며 얻은 지혜에 기초하는 덕분에 한국사회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크게 이바지하리라 기대된다. 앞으로 출간이 확정된 연구분야와 책임자는 아래와 같다.

교육, 환상과 두려움을 넘어서 / 책임연구 정병호(근간)
less people의 SOS / 책임연구 정무성(근간)
미래 한국의 환경정책 전망 / 책임연구 소병천(근간)
하나 된 평화의 나라 / 책임연구 김귀옥(근간)
우리시대 돈 바로쓰기 / 책임연구 이원희(근간)
창의성이 매개한 문화실천 / 책임연구 임정희(근간)
세계화에 대한 세계 각지의 대안찾기 / 책임연구 이대훈(근간)
한국인의 주택―주거에서 재테크까지 / 책임연구 최민섭(근간)
민주적 법치를 위하여 / 책임연구 한상희(근간)
시민사회, 시민이 만드는 희망공동체 / 책임연구 주성수(근간)
양극화의 덫을 넘어 / 책임연구 이병훈(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