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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한 걸음 더

며칠 전 김태동 교수를 만났다. 십여 년 전 상가에서 그를 만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의 차를 얻어 탄 적이 있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그의 차는 놀랍게도 포니였다. 아직도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포니가 굴러다니는 것을 보고, 그리고 한 때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지낸 사람이 포니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그런 그가 이런 말을 했다.

“과거 나는 문익환 목사를 잘 몰랐다. 친구인 김근태와 함께 그 분 댁에 새해 인사를 간 적이 있었다. 세배객 100여 명이 집을 다 못 들어올 정도였다. 나는 그 분이 인생의 전반기보다 후반기를 더 잘 살았다는 점에서 존경하게 되었다”


그 말을 들으며 새삼 스스로 자세를 곧추세웠다. 문익환 목사는 성경학자,교수로서 오래 지내다가 인생 후반에 민주화운동에 투신하여 80년대 절망의 시대에 민주화와 인권의 선지자로서의 사명을 다했던 분이 아닌가. 그 말을 들으며 ‘이미 ‘5학년’ 중반으로 진입한 나는 현실에 안주하고 안일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의 주변에는 젊은 시절 쌓았던 명성과 업적을 늘그막에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된다. 변절하기도 하고 노망이 들기도 한다. 또, 그런 소극적인 의미에서만 인생 후반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이 들어서 오히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위대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08년 12월 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의 한국인 기대여명표는 여성이 82.7세, 남성이 76.1세까지 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이 기대여명은 의료기술의 발전, 건강에 대한 관심 고조 등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경제위기와 급격한 변화의 흐름에 따라 은퇴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50대 후반이면 거의 물러나게 된다.

기대여명과 은퇴시기의 커다란 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은퇴자들은 퇴직 이후 그냥 취미생활 정도만을 즐기고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유명인사 가운데 90대까지 살면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 적지 않다.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 – 80세에 절세 불후의 고전 <파우스트>를 탈고하다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1867~1957) – 90세까지 20세기 대표 지휘자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스토코프스키(Leopold Stokowski, 1882~1977) – 94세까지 미국의 지휘자로 활동하다
루빈스타인(Artur Rubinstein, 1887~1982) – 89세에 카네기홀에서 연주하며 피아니스트로 활동, 타의 추종을 불허하다
에디슨(Thomas Alva Edison, 1847~1931) – 발명왕이자 GE창업자로 열정을 불태우다
피카소(Pablo Ruiz y Picasso, 1881~1973) – 20세기 대표 입체파 화가로 92세까지 헤아릴 수 없는 명화를 그려내다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1909~2005) – 현대 경영학의 대부로서 75세 정년론을 주장하고 스스로 100여권의 저서를 집필하다


마지막에 인용한 피터 드러커는 96세까지 살았는데 “60세 이후 30년 동안이 내 황금기였다”라고 말했다.
나도 이제 황금기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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