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7월 19일~22일, 일본 큐슈지역에서 여행사공공과 희망제작소 주관으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해외연수가 진행되었다. 이번 연수에서는 ‘열린소통 및 거버넌스 구축’을 주제로 일본 큐슈지역의 사회적기업, 사회복지법인, NPO, 커뮤니티비즈니스ㆍ도시재생 사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연수 기간 동안 깊은 인상을 받았던 방문지들을 소개한다.


(2) 관광농원 부도우노키

“당신의 아들과 손자에게 먹이고 싶은 농산물을 생산해주시오!”

관광농원 부도우노키가 다른 지역에 프랜차이즈 지점을 창업할 때 인근 농민들에게 내건 계약 조건이다. 관광농원 부도우노키는 지역의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지역인을 고용하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지역 경제의 순환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사회적기업이다.

관광농원 부도우노키는 후쿠오카시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토오가군 오카가마치라는 작은 농어촌에 위치해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주변을 보니 온통 녹색밖에 보이지 않았다. 안내하시는 분은 우리를 멋진 나무숲길로 인도했다.


부도우노키는 연수팀의 답사 장소인 동시에 숙소였기 때문에 다들 기대와 관심이 컸다. 견학 전 우선 숙소를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숙소는 작은 단독주택 건물로 약 6~7동이 있는데, 각 동에는 1~2인용 노천탕이 있었고 건물이나 내부 가구 등은 대부분 원목을 사용해 만들었다. 그야말로 가족끼리 주말에 조용히 와서 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멋진 시설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처럼 국적없는 팬션 형태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건물들은 주변 경관과 어울리게 지어져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인구는 3만, 연 방문객은 30만

관광농원 부도우노키의 탄생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자인 코야크마루씨의 모친은 여관 야하타야(八幡屋)를 운영했고, 부친은 채석장에서 일을 했는데, 건강이 악화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포도원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뉴질랜드 여행에서 사과를 재배하면서 방문객들이 바베큐도  즐길 수 있는 관광농원을 보게 된다. 이는 1차 또는 2차 산업으로서의 농업이 아닌 6차 산업(1차산업인 농업, 2차산업인 제조업(가공),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합친 말)으로서의 농업이었고, 코야크마루씨의 부친은 관광농원을 일본에 도입하기로 결심한다. 이런 부친의 결심을 코야크마루씨가 이어받아 시작된 것이 바로 부도우노키다.

코야크마루씨는 기존의 포도농원 내에 바비큐 레스토랑 ‘부도우노키’를 열었다. 뒤이어 2만 8천㎡나 되는 넓은 농지에 웨딩홀 ‘유쾌한 과수원’, 레스토랑과 피로연회장 ‘한 그루 포도밭’, 베이커리숍 ‘보리키친’, 카페 ‘카페드 후루르’, 교회당이면서 웨딩홀인 ‘르레브’, 별장형 숙박시설 ‘모리노 나나쿠사’, 일식집 ‘소락노노암’ 등의 시설을 개장했다.


이렇게 시작한 관광농원은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 인구 3만인 이 지역에 지금은 연간 30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방문객의 경우 약 90%가 큐슈 내 후쿠오카나 키타큐슈 주민들이고 나머지 10%는 큐슈 이외의 지역에서 온다. 최근에는 중국 상하이에서도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부도우노키는 숙박업과 요식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방문객이 인근 도시에서 오다보니 주요한 수입은 요식업에서 발생한다.

부도우노키 안에는 예배당 형식의 웨딩홀(일본에서는 교회를 다니지 않더라도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한다)과 예전에는 포도 농원이었던 피로연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연간 250쌍이 결혼한다. 우리와 달리 가까운 지인들과 하루 종일 결혼식을 즐기는 일본 결혼문화의 특수성이 반영되어 인기를 얻었다. 특히 피로연장 내부의 포도나무에는 여전히 포도가 열리기 때문에 피로연을 즐기며 나무에 달린 포도를 따 먹는 독특히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야생포도 (野の葡萄)’라는 부페 레스토랑 20여 개가 후쿠오카, 도쿄, 오사카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부페 사업은 2001년 여관 야하타야에 입욕시설과 레스토랑 공간을 확장하면서 시작했는데, 이 레스토랑의 평판이 좋아 키타큐슈시에 1호점을 연 것이 현재에 이르렀다. 이 외에도 레스토랑에서 생산되는 햄, 소세지, 두부 등의 가공식품을 제조해 노인, 요양인에게 배달해 주는 택배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현재는 관광농원, 프랜차이즈 등 사업의 규모가 커져 (주)그라노24K 라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상근직원이 약 100명, 파트타임 직원이 약 400명 정도라하니 상당히 큰 규모다. 현재 연간 30억엔(약 4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성공의 비밀

부도우노키의 성공요인에는 멋진 시설이나 서비스 말고도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었다. 먼저 지역에서 나는 농수산물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그린투어리즘(Green Tourism)에서 말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의 개념이고,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로컬푸드(Localfood)이다.

부도우노키만 하더라도 지역 내 농가 40곳, 어업가구 14곳과 계약을 맺고 있다. 대개 이런 계약가구 구성원들의 평균연령은 50~60세라고 한다. 다른 지역에 프랜차이즈 지점을 설립할 때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지역농가와 계약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때 농가에게 요구하는 한 가지 조건은 앞서 언급했듯 “당신의 아들과 손자에게 먹이고 싶은 농산물”을 생산해 달라는 것이다.

지역의 농수산물을 사용한다는 것은 환경의 측면이나 건강의 측면에서도 유익하지만, 무엇보다 지역의 경제를 살리고 순환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를 지닌 로컬푸드 운동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원주시, 평택시, 완주군 등을 중심으로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부도우노키는 ‘안전’, ‘안심’, ‘풍요’를 키워드로 한다. 즉 안전한 먹거리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부도우노키가 설립된 시기가 1984년임을 감안할 때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런 농산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소비자의 안전을 생각했던 원칙이 결국에는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부도우노키는 언제까지나 일할 수 있는 연령 제한이 없는 기업을 추구한다. 직원들은 정년 걱정없이 안심하고 기쁘게 일할 수 있었고, 동시에 현대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노인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게 되었다.

우리는 왜 안되나

일본에는 부도우노키 외에도 농촌 지역에 이런 사례들이 꽤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사례가 모든 농촌 문제에 답을 준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하나의 대안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유행에 민감하다. 최근 우리나라를 강타한 유행 중 하나는 사회적기업, 커뮤니티비즈니스, 마을기업 같은 개념들이다. 말 그대로 이윤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공공의 이익, 마을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을 말한다.

우리가 방문한 부도우노키는 사회적기업이나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으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부도우노키의 원칙이나 이념, 또는 그 활동을 살펴보면 하나하나가 지역을 위한 것이고, 지역에 이득을 환원하는 사회적기업이며 마을기업의 그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왜 도시 근교에서 이런 곳을 찾기가 힘든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의 각종 지원 또는 투기 명목으로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우리 농촌은 지역의 자원과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리조트나 펜션으로 가득 차 있다. 단순히 소득향상을 목적으로 각종 사업이 진행되다보니 대부분의 사업에서 소비자나 지역을 위한 원칙같은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이런 결과론적 비교 외에도 다양한 맥락에서의 비교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농촌이 농촌으로서의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정체성 즉, 역사, 문화, 자연 자원 등을 잘 보존해 사업과 접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경제적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우위에 둔다는 확고한 원칙이 있을 때에만, 많은 사람들이 찾고 싶어하는 농촌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린투어리즘(Green Tourism)이란?

1990년대 초반, 일본 정부는 거품경제의 붕괴로 농산어촌의 리조트개발 사업이 쇠락하자  ‘새로운 식료ㆍ농업ㆍ농촌의 방향’ 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게 된다. ‘그린 투어리즘’이라는 용어는 바로 이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종합휴양정비법’을 근거로 추진된 리조트 개발이 외부자본에 의한 대형시설 개발을 중심축에 두었다면, 그린투어리즘은 소비자 지향의 관점에서 도시주민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농산어촌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휴가’의 보급을 목표로 하였다.

그 구체적인 형태를 보면 지산지소(地産地消) 개념을 도입해 지역의 농림수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기 위해 직거래 매장을 설치하고, 새벽시장을 열고 가공품을 직거래하거나 농가 레스토랑, 체험민박 등이 있다. 대부분이 지역이 기존에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하는 방식이어서 지역의 내생적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린투어리즘은 지역민이 주인의식을 갖고, 지역을 지켜가는 데에도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글_교육센터 김준호 연구원(dasan@makehope.org)

● 연재목록
1.
일본 조이구락부의 특별한 예술가들
2. 관광농원은 고기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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