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1L|1190433386.jpg|width=”1″ height=”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 글쓴이는 일본에서 유학생으로 사회교육을 공부했고 한 아이의 엄마이자 일본사회의 주민으로서 생활 속의 평생학습을 만났다. 앞으로 총 4회 연재를 통해 일본에서 어떠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평생학습이 자리하게 되었는지, 현재는 어떠한 상황에 놓여져 있으며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해외평생학습동향 (17) 사회교육, 경계를 넘어 따로 또 같이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평생학습 관련 동향과 사례, 단체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다. 일본은 주민자치와 마을만들기, 협동조합 등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던 사회적경제 분야의 선배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활동을 직접 보기 위해 연수를 떠나는 곳이다. 유럽이나 북미의 제도·정책은 사회문화적인 배경이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지만 같은 동양문화권인 일본은 유사하고 연계성이 많은 사회문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일본 평생학습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의 사회교육은 6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축적된 성과와 더불어 조직과 시설의 경직화, 퇴보화라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학습주체인 시민과 주민의 기대 및 요구에 대하여 생기 있고 역동적으로 대응해가는 자세나 에너지를 상실해 가고 있는 경향도 있다. 2000년 이후에는 대규모의 지자체 통합(시정촌 합병)이라는 폭풍을 만나 지자체에 따라서는 광역화와 조직 재편의 영향이 지금까지 사회교육과 평생학습으로 축적된 성과를 무너뜨리고 있는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
1편에 게재한 것처럼 1990년에 제정된 생애학습추진법과 민영화 속에서 평생학습은 정체와 혼미, 전환과 재생 등 다난한 세월을 겪고 있고 그 배경에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시장원리도입, 규제완화, 재정삭감, 민간 위탁 등의 여러 시책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시책들은 일본사회교육이 시설과 법의 테두리 내에서 행정주도로 진행되어왔기에 행정개혁, 행정시책의 후퇴로 인한 재정조건 축소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지금까지 축적된 것을 바탕으로 한 발전과 새로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움직임과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사회교육과 NPO
1998년에「특정비영리활동촉진법」(일명NPO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된 지금 현재 일본 전국에 약3만 5천 여 개의(2010년) NPO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NPO는 활동 목적에 따라 시민 주도 아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문화 활동을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있으며 사회교육과 관련된 공공시설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NPO도 있다. NPO법에는 활동분야의 하나로 ‘사회교육의 추진을 도모하는 활동’이 규정되어 있으며 약 40%의 NPO가 사회교육활동을 활동목적의 하나로 표방하고 있다. 한편 1949년에 제정된「사회교육법」에서는 ‘법인의 유무와 상관없이 공적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단체로 사회교육과 관련된 사업을 실시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라는 조항으로 사회교육 관련 단체를 규정하고 있다. ‘사회교육의 추진을 도모하는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NPO는 법적인 의미에서도「사회교육법」상의 사회교육 관련 단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사회교육 관련 단체도 NPO법인격을 취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편, NPO도 임의단체 및 서클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학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NPO와 사회교육 관련단체는 그 역사적 형성과정은 다르지만 서로 공통되는 부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교육 분야에서도 마을만들기, 생활의 재구축, 지자체와의 협력에 주목하면서 NPO학습활동을 주목하고 있다. 참여형 학습의 추진, 지자체 행정과 협력하는 파트너로서 NPO는 일본의 시민주도형 학습사회를 실현해 나가는데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있다. 사토오 가츠코¹는 NPO를 조사하면서 이들의 60%가 보건, 의료, 복지활동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회교육 추진과 마을만들기 추진이 각각 37%, 아동건전육성이 35%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이 활동의 주목적은 아니지만 활동의 일환으로 ‘사회교육의 추진’을 시야에 포함하고 있는 NPO가 많다는 점이고, 그것들을 종합적으로 NPO의 교육력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70% 이상의 NPO가 지역사회에 학습모임을 제공하고 있으며 과반수이상의 NPO가 정보제공과 상담활동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의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중간조직의 NPO센터도 지자체내에 다수 설립되어있고 연구기관도 많다, 즉, 이들은 학습하는 조직으로서 활동에 수반되는 시민교육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1. 사토우 가츠고 『NPO의 교육력 』동경대학 출판부 ,2004 (일본어판)
그러나 ‘학습하는 조직’으로서의 NPO의 의미가 충분히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학습의 과정이 비연속적이고 시스템으로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시민의 학습을 조직하는 주체로서의 NPO의 기능을 명확히하고 평생학습사회의 담당자로서 그 독자적인 역할을 평가하는 일이 향후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NPO는 개별과제를 통해 참여형 학습을 확대발전시키고 있지만 생활과 노동·환경·평화 등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사회인식 공유라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다. 주민운동과 사회운동 학습을 시야에 넣는 사회교육의 검토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들 NPO가 중요한 이유는 사명(조직의 비전)을 내걸고 그 활동 가치를 사회적으로 제창하는 것 자체가 교육·학습과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을 창조하면서 전문적인 기술을 향상시키고 인재를 결집하고 있는 점은 직업적인 경험이나 자격을 살린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정년 후에도 새로운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기회를 발견하거나 협소했던 직업적 경력으로는 알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NPO는 공적인 제도로서의 사회교육 혹은 민간업체가 제공하는 평생학습기회와는 다른 활동들과 하나가 되어 공동학습을 축으로 하는 평생학습사회의 제 3영역을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토오 가츠코 교수를 비롯한 많은 사회교육학자와 관련자들이 이점을 주목하고 있다.
필자 또한 이 말에 적극동의하면서 여성 학습자의 저력과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난 호(3편)에서 피력했다. NPO들이 여성만으로 구성되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이 의료, 복지, 교육이라는 분야에서 여성들의 학습과 활동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사회교육과 지역 만들기
지역 만들기와 평생학습이라는 주제는 사회교육, 평생학습의 실천적 주제로 어느 시대에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글로벌화의 진전은 이 주제에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글로벌화 이면에는 지역사회가 피폐화되고 양극화 사회가 진행됨에 따라 젊은이들이 빈곤문제를 떠안고 이와 같은 문제들이 지역사회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젊은이들의 실업문제, ‘지역경제의 활성화’ ‘도시재생’ ‘자치적인 지역공동체의 창출’ ‘시티즌쉽’을 키우는 지역만들기와 평생학습의 계획책정 등 여러 방면으로 지역사회재생을 위해 노력하는데 거기에는 사회교육이 있다.
예를 들면, 과거 청년들의 학습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사회교육은 대학 진학률이 상승하면서 그 역사적 사명은 끝났다고 한다. 그래서 1999년 청년 학급 진흥법은 폐지되고 이어 ‘청년의 집’이 재편 통합되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청년교육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를 대신해서 2003년에 <청년자립, 도전플랜>을 책정하고 후생노동성동이 ‘잡카페 (JOP CAFE)’와 같은 청년들의 취업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실정에 맞는 청년들의 능력 향상과 취업 촉진을 도모하고 고용 관련 서비스를 한 곳에서 종합적으로 다루는 원스톱 서비스만으로는 청년들과 취업을 연결시키는 것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기업은 바로 쓸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지만 고용의 폭은 좁고, 학교 교육은 직업교육에 있어서 취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례대로 배출되는 젊은 노동력은 갈 곳을 잃은 실정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잡카페에 이어 2006년부터 포괄적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니트족, 프리터족 문제에 대응하는 사회교육시설, 지역청년 서포트스테이션 사업을 전국 50여 곳에서 실시하고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학습과 교육, 교류 식사, 대화, 직업훈련들을 하며 유연성 있는 노동학습을 한다.
사회교육과 지역운동 단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지자체 개편과 아웃소싱은 시민성의 육성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과제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주체가 필요하며 시민과 협력하는 노조나 시민운동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 중 좋은 사례가 오사카부 모리구치시의 경우이다. 이들 노조는 중소영세업자들의 기업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역조사를 하는 도중에 영세기업들의 열악한 상황에 공감하며 영세기업들의 일자리와 주거를 같이 지켜나간 예이다.
기존의 지역 만들기와 문제 해결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사회교육, 평생학습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에는 사람들이 인사를 나누고 교육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을 활성화하거나 문화를 창조하고 시민성을 함양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시민교육, 평생학습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지역 문제 해결을 전문가와 행정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지역 사람들이 역량 있는 주체가 되어 직접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즉,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지적인 능력이 아니라 지역 차원의 집단지성의 힘이다.
필자도 일본에서 유학을 하면서 사회교육의 제도권 내의 활동을 연구하였지만 생활하면서는 지역의 주민으로 아이 엄마로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지역에 역동적인, 이른바 주민운동 속에서 이들의 교육력을 발견하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일본의 역사왜곡을 바로잡고 진정한 한일 평화를 원하는 시민들이 「고려박물관」이라는 작은 박물관을 만들어 한일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교류하는 단체들의 학습력이었다. 이들의 모임을 지역주민으로서 곁에서 지켜보았는데 어느 대학원 세미나 못지 않은 학습과 기록들을 하고 있었고 이러한 활동을 10년에 걸쳐 준비하면서 시민들의 후원으로 「고려박물관」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단체들의 교육력은 사회교육범주에는 들어가지 않았으나 사회를 변혁하는 힘으로 강력히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많은 시민운동과 노동운동 등 이른바 사회개혁을 목적으로 하는 시민운동단체들의 비판적이고 변혁적인 교육력에 주목해야 한다.
사회교육 교류의 중심 ‘사회교육 전국추진 협의회’
마지막으로 꼭 소개하고 싶었던 단체가 있다. 「사회교육추진 전국협의회」이다.
이 협의회는 1963년에 발족하여 매년 여름 실천활동을 교류하고 이론으로 심화시키고 다시 실천함으로 이론과 실천의 조화를 이루고 서로의 영역을 알아갈 수 있는 교류와 네트워크의 장을 펼친다. 참가자들은 연구자, 사회교육 직원, 주민, 학생 등 다양한 사회교육 관련자로 이루어져 있다.
올해에는 일본의 자유민권운동지였던 고지에서 8월에 열렸는데 필자도 참가하였다. 그 중 인상 깊었던 것은 기조 강연으로 저명한 학자가 아닌 고지 지역에서 평화학습활동을 하는 고등학생을 필두로 작은 평화박물관, 문해교육, 오랫동안 야간대학으로 성인교육의 학습권리를 보장해준 단기대학의 사례가 당사자들을 통해 릴레이 발표로 이어진 점이다. 즉 저명한 이론가나 전문가의 거시담론이 아닌, 지역의 풀뿌리 학습활동을 가장 중요한 점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들의 지역성 중시가 얼마나 깊은가를 다시 한 번 느낀 시간이었다.
이제 일본의 사회교육은 실정법의 테두리와 시설을 넘어서 좁은 시야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계성, 네트워크성, 유연성이다. 특히 작년 쓰나미 재해 후 일본사회는 다시 한 번 자신들이 살아온 파편적이고 개인적인 삶을 되돌아보고 고독한 현대병을 치유할 수 있는 참다운 인간살이를 위한 공동학습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있다.
그러나 개별화된 시민의 목소리를 모아서 시민의 요구를 끄집어내는 주체로서 사회 개혁에 어느 선까지 관여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그 한계성이 지적되기도 하고 비판적이고 정치적인 학습이 사회교육 제도권 내에서 밀려나온 상황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시 한 번 초심의 사회교육운동의 야성을 되돌아보려는 뼈 아픈 성찰의 모습, 생활과 밀착된 생활자의 시선과 행동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강화라는 씨줄과 날줄을 유연하게 엮으려는 움직임과 공동체를 향한 항해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들의 항해가 신자유주의라는 폭풍, 개인주의라는 암초 속에서도 유연하게 헤쳐 나가기를 기원해본다.
글_정현경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 해외평생학습동향 연재 목록
1) 영국에 부는 대안교육의 바람
2) 영국의 평생학습 생태계, 그 비밀을 캐다
3) 누구나 배우며, 누구나 가르치는 대학
4) 개인적 학습을 넘어 사회적 학습으로
5) 시민참여교육, 투 트랙(Two Track)이 필요하다
6) 여유만만 독일 시민들은 공부 중
7) 함께하는 정치교육, 국가는 거들 뿐
8) 독일의 교육안전망 ‘시민대학’
9) 닮은 듯 다른 평생학습지원제도
10) 함께 살며 서로 배우는 독일 시민들
11) 문턱 없는 마을학교 ‘커뮤니티 컬리지’
12) 공부, 골라서 하는 재미가 있다
13) ‘마을’이 키우는 학교, 커뮤니티 컬리지
14) 풀뿌리가 만드는 평생학습
15) 일본 지역주민들의 마을 놀이터 ‘공민관’
16) 일본 평생학습을 움직이는 ‘여성’의 힘
17) 사회교육, 경계를 넘어 따로 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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