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 뿌리센터는 지난 2013년 5월 강동구청, SH공사, 한겨레신문사, 강일리버파크7단지 공동주택대표회와 함께 ‘주민참여형 행복한아파트공동체 만들기사업’ 업무 협약을 맺고, 7~8월 두 달 동안 강동구 강일리버파크 7단지에서 행복한 아파트공동체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아파트공동체학교는 아파트에서 보다 즐겁고 유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관심을 갖고 내가 할 일을 찾아내어 함께 할 사람들을 찾아서 꾸려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일곱 번에 걸쳐 진행되는 행복한 아파트공동체학교 후기를 홈페이지를 통해 전합니다.

7월 26일 금요일 네 번째 만남

두 번째 워크숍까지 마치고 원주 현장탐방을 다녀온 뒤, 강일리버파크 7단지의 행복한 아파트공동체학교는 주민분들과 함께 꾸준하게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아파트공동체라는 게 뭔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았지만, 여러 강연과 활동을 통해 관심이 생기고 조금씩 구상이 떠오르는 것 같다는 분들이 점점 눈에 띕니다. 벌써 중반까지 달려온 강일리버파크 7단지 행복한 아파트공동체학교, 그 네 번째 시간에는 내가 사는 마을의 여러 가지 자원을 찾는 ‘우리마을 자원찾기’ 워크숍을 진행한 뒤 성북동 ‘성아들(성북동 아줌마들, 성북동 아이들, 성북동 아름다운 사람들)’에서 마을만들기 활동을 하고 계시는 이선화 대표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우리마을 자원찾기’ 시간에 주민들은 조를 나누어 강일동의 자연자원, 역사문화자원, 사회자원, 사람자원을 찾아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서울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인 만큼 자연자원이나 역사문화자원을 찾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워크숍을 진행해 보니 강일동 주변의 큰말산신제를 지내는 산신제 터와 천주교 구산성지, 암사 선사유적지 등이 나왔습니다. 또 고덕천 자전거도로와 억새풀을 볼 수 있는 한강변 등 자연자원도 있었습니다.

지난 시간 강연에서 언급됐던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도시농업지원센터와 농산물판매장 등은 강일동의 정말 중요한 사회자원인데요, 주민들도 강동구청 자원봉사단, 아파트 경로당과 탁구장, 초등학생 방과후교실 자원봉사, 청소년수련관과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아나바다 벼룩시장, 텃밭, 배드민턴 동호회, 교회 물놀이장 등 여러 가지 자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바로 사람자원이었습니다. 참석하신 분들 중에도 굉장히 재능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다이어트 방법을 아는 분부터 시작해서 탁구를 잘 치는 분, 커피 핸드드립을 잘 하는 분, 아로마테라피를 할 줄 아는 분, 리본공예, 네일아트, 초등학생들 공부 도우미까지 서로 나눌 수 있는 재능이 정말 다양했습니다. 이분들이 강좌를 열면 얼마나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생길까요?

강일리버파크 7단지 주변에 어떤 자원들이 있는지 알아본 후, 성북동 ‘성아들’에서 일하고 계신 이선화 대표의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성아들은 ‘성북동 아줌마들, 성북동 아이들, 성북동 아름다운 사람들’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주로 학부모들이 모여 성북동 역사문화해설, 아이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 등을 진행하는 지역공동체입니다. 2012년 성북구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당선돼 활동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성아들’이 역사문화해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아이들이었다고 합니다. 성북구는 역사문화유적이 열두 곳 정도 되는 곳인데요. 이곳에 배낭을 메고 몰려오는 타지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들은 왜, 뭘 하러 오는 거지?’라는 생각만 할 뿐 직접 지역을 둘러볼 생각은 하지 않던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이번 주말엔 아이와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매번 먼 지역으로 나들이를 가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까 내가 사는 지역을 탐방할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여기서부터 시작해 역사문화해설가를 양성하는 강좌를 만들고, 랑랑봉(엄마랑 아이랑 함께하는 자원봉사)을 시작하는 등 마을에서 공동체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자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하다 보니 처음 하는 일이나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적절한 능력을 가진 구성원이 있어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뭘 할 때는 내가 혼자 잘하는 것보다는 같이 어우러지고 사람들이 모여서 효과를 낼 때가 최선입니다.’라는 이선화 대표의 말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내용이라 그런지 깊게 와 닿았습니다. 흩어질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이내 모두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이 일을 좋아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성아들’은 최근 과학공부와 요리를 결합한 생생과학실험 등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며 사업공간까지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선화 대표는 ‘내 집 주변에서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면 분명히 좋은 아이템이 있을 것이고, 구성원들이 서로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결합하면 좋은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조언과 함께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사용자

강연을 들으며 주민들은 내내 깊게 몰입한 표정이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출발한 이웃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이야기를 전해주었기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을공동체 일을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여러 지역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인 만큼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을 강조한 이야기들을 듣게 됩니다. 강연을 통해 ‘성아들’이 얻은 경험, 그 속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강일동 주민들이 공동체를 만들어 무언가를 시작하게 되면, 분명 오늘 들은 이야기가 큰 밑거름이 될 것 같습니다.

8월3일 토요일 다섯 번째 만남

8월 3일에 진행한 행복한 아파트공동체학교 5강에서는 워크숍에 앞서 참가자 홍순애 님의 커피 핸드드립 강의가 있었습니다. 유명한 바리스타에게 배우셨다고 하는데, 핸드드립도 해보고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커피에 대한 지식도 듣는 일석삼조의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웃 주민이 직접 하시니까, 역시 단번에 듣는 분들의 집중도가 올라가고 분위기도 훨씬 부드러워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수업  발제를 시킨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를 맛본 뒤, 마을사업 아이템을 도출하기 위한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2강에서 했던 마을의 장단점 찾기, 4강에서 했던 마을자원 찾기를 토대로 마을에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종이의 앞면에 사업명과 어떤 주제의 사업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지를 적고 뒷면에는 어떤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장점을 살릴 수 있는지, 어떤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적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주민 스스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방향에서 진행했습니다. 주민들 각자가 어떤 특기와 재능을 갖고 있고, 사업을 진행한다면 누구와 함께 할 수 있고 어떤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종이에 적은 것을 발표하면서 인상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우선 미니커피하우스에 대한 것인데, 아파트공동체학교를 진행하는 탁구장 같은 공간에서 엄마들이 커피를  만들어 나눌 수 있다는 것이지요. 월 회비 5천 원 정도면 충분히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고, 그것을 매개로 모여서 엄마들이 서로 친해지고 정보도 교환하는 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습니다. 또 아파트공동체학교에 꾸준히 참여해 주신 주민이자 원로목사님이신 분은  평생 목회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상담했던 경험을 살려 아파트에서 청소년 상담과 결혼 상담을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작은 도서관 이야기도 나왔는데, 그것과 연계해 학생들의 방과 후 학습지도도 가능하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 탁구장 공간을 일반에 대여해 주는 것, 아로마테라피, 기타교실 같은 동호회를 꾸려 공간을 활용하는 것, 천연화장품 만들기, 아빠들을 위한 목공수업 등 많은 사업 아이템이 나왔습니다. 이외에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가족들이 나들이를 나가는 주말모임을 해보면 좋겠다는 제안도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주민들이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는 ‘서로배움터’를 제안하기도 했는데, 강일리버파크 7단지에 재능 있는 주민분들이 많이 사는 만큼 잘 꾸려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어른들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로배움터가 있어도 좋겠다는 의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 동경대 부속고등학교에서는 ‘배움의 공동체’라는 수업방식을 실험하고 있는데, 이게 바로 아이들이 서로 가르쳐 주고 서로 배우는 형태입니다. 선생님이 계시긴 하지만 최소한의 개입만 한다는데, 수업효과가 놀랍다고 합니다. 만약 서로배움터를 잘 운영한다면 어른들에게도 좋겠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른들도 아이들과 서로 가르쳐 주고  배울 수 있으니까요.

강일리버파크 7단지 행복한 아파트공동체학교는 이제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참여해 주신 분들도 아파트공동체나 마을사업에 대한 낯선 인상을 버리고 익숙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휴가철이 겹쳐 모든 분들이 참여하시지는 못했지만, 매번 흥미롭고 뜻깊은 배움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강일리버파크 7단지 아파트공동체가 꼭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글_ 유승민 (뿌리센터 인턴연구원)
      장우연 (뿌리센터 연구원
wy_chang@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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