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4기 소셜디자이너스쿨 3강 – ‘기획의 달인’  세이브더칠드런 최혜정 부장이 전하는 성공적인 기획의 비밀

사람들이 왜 남을 돕는데 인색한줄 아세요? 이기적이어서가 아닙니다. 그들은 단지 너무 바빠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을 뿐이라고 세이브더칠드런 창립자가 말했어요. 그렇다면 NGO와 NPO에 있는 사람들의 역할은 분명하지요. 사람들이 잠시라도 바쁜 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극하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기획의 힘입니다.”

희망제작소 ‘4기 소셜디자이너스쿨’ 세 번째 강사는 ‘기획의 달인’ 최혜정 세이브더칠드런 자원개발부장이다. 그는 22년간 광고업계를 주름잡다가 1년여 전 국제아동권리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으로 자리를 옮겨 ‘신생아 모자 뜨기 캠페인’ 등 NGO 히트상품을 주도하고 있다. 아이디어 하나로 그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세이브더칠드런 한국지부 연평균 수입 250억 원 중 150억 원에 달한다.

”사용자
그가 말하는 기획의 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째, 문제의식을 가져라. 변화시키고 싶은 대상을 분명히 하라. 둘째, 이야기를 만들어라. 변화시키고 싶은 대상과 사람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고 기대감을 불러일으켜라. 셋째, 기회를 제공하라. 아주 작은 것이라도 참여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단순히 돈을 내는 행위를 넘어 나의 참여가 변화를 일으킨다는 감동을 선사하라. 그럼 이제부터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동참하도록 만드는 구체적인 기획의 방법에 대해 들어보자.

아이디어 하나가 수많은 생명을 살린다

최혜정 부장이 가장 성공적인 캠페인으로 꼽는 것은 지난해 3월 유니세프가 실시한 ‘물의 날 캠페인’이다. 물 부족으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의 숫자는 엄청나지만 사람들은 그런 현실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단 1달러만 있으면 40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유니세프는 뉴욕 레스토랑에 협조를 구해 무료로 제공하는 물 한잔에 1달러씩 기부하도록 했다.  캠페인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사람들은 나의 1달러 기부가 40명의 생명을 살린다는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고, 뉴욕에서 시작된 캠페인은 30개 도시로 확산됐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 올해 3월에는 지난해의 두 배인 60개 도시에서 캠페인이 진행됐다.

“유니세프 캠페인에는 물 부족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겠다는 ‘문제의식’, 단 1달러로 40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 레스토랑에서 무료로 주는 물 한잔에 1달러를 기부하는 것으로 40명의 생명을 살린다는 ‘참여의 기회’가 있어요. 캠페인에는 제약이 없습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돈도 필요 없죠. 오히려 많은 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하고 있는 ‘신생아 모자 뜨기 캠페인’도 같은 맥락이다. 아프리카 신생아들이 사망하는 3가지 원인 중 하나가 저체온증이고, 털모자만 써도 체온을 2도 이상 올릴 수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사람들에게 직접 털모자를 짜도록 했고, 지난해 처음 목표한 1만5000개를 훌쩍 넘긴 3만3000개가 판매됐다. 그렇게 모인 모자들은 아프리카에 보내져 많은 생명을 살렸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올해도 신생아 모자 뜨기 캠페인 시즌3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루는 광고회사에 다닐 때 알고 지내던 모 기업 전무에게 신생아 모자 뜨기를 권했어요. 그는 솜씨는 서툴지만 회사에서 틈틈이 모자를 떴는데, 난생 처음으로 부하직원들에게 ‘알고 보니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대요. 그 회사에서만 300명이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GO와 PO에서는 점점 고객들을 편하게 모시려고 하잖아요. NGO와 NPO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돈뿐 아니라, 자신의 땀과 정성을 함께 기부하도록 만드는 거죠. 좋은 말로는 참여형 기부문화인데, 사실은 사람들 고생 좀 시키자는 거예요. 한마디로 사서 고생하도록 만드는 캠페인인 거죠.(웃음)”

”사용자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성공한다

최혜정 부장이 말하는 성공하는 기획의 핵심은 ‘이야기’다.

“소비자들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Story)가 담긴 제품을 기꺼이 구매한다. 즉 소비자는 상품이 아니라 상품에 담겨 있는 스타일과 이야기, 경험과 감성을 사는 것이다. 미래 조직에서 가장 존경받는 리더는 기업의 문화와 이미지를 창조하는 이야기꾼(Storyteller)이 될 것이다. 상품이 담아내는 이야기가 바로 경쟁력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롤프 옌센 코펜하겐 미래문제연구소장이 자신의 책 ‘드림 소사이어티’(2005)에서 한 말이다. 최혜정 부장은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기획을 꿈꾼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캠페인 기획을 논할 때 빠져서는 안 되는 한 가지가 또 있다. 바로 ‘Where’다. 무엇(What)을 이야기해야 할 것인가는 누구나 알고 있다. 어떻게(How) 이야기할 것인가는 조금 어려워도 어떻게든 아이디어를 짜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콘텐츠라도 어디에서(Where)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180도 달라진다.

“싱가포르의 한 NGO에서 지난해 유방암 검사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가슴 한쪽을 도려낸 빨간색 브래지어를 백화점 속옷점포 맨 앞에 걸었죠. 구멍 안에는 작은 글씨로 ‘유방암 검사를 하세요. 암 발병률을 30%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단 1mm 공간이었지만 백화점 속옷점포였기에 가능한 결과였죠. 유니세프의 물의 날 캠페인도 레스토랑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겁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최혜정 부장에게 불가능이란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에게도 아직 넘지 못한 벽이 있다. 물 부족이나 저체온증 등 생존권 이슈에는 호응이 높지만, 소년병이나 아동노예 등 교육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람들의 반응이 시큰둥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7년 다니던 광고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치유를 겸한 대안학교를 하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전 세계에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7200만 명의 아이들이 있어요. 이중 3700만 명이 분쟁지역에 살고 있죠. 96달러면 한 명의 소년병을 구출해 1년간 학교에 보내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캠페인을 기획해 추진했는데 잘 안 됐어요. 아직 우리나라 정서상 교육 이슈가 생존 이슈를 앞서지 못하는 거죠.”

젊은이는 늙기 전에, 늙은이는 죽기 전에

최혜정 부장은 잘 나가는 광고인이었다. 2002년 레오버넷 코리아 제작이사로 일할 당시 맥도널드 광고 ‘목숨 걸지 맙시다’로 세계 3대 광고제 중 두 곳인 칸 광고제 은사자상과 뉴욕 광고 페스티벌 금상을 휩쓸었다. 누구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임원이던 그가 NGO로 전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물음표를 던진 것은 당연했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영리조직에서 일하다가 비영리조직에서 일하니까 어떠냐는 거였어요. 저는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고회사에 다닐 때는 ‘성공’을 목표로 일했지만, 지금은 식물형 인간이 되어 매일 자라는 ‘성장’을 하고 있거든요. 물론 혼란스럽죠. 조직이나 시스템 등 많은 것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충분히 혼란스러워야 변화도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큰 자갈이 아래에 있고 작은 자갈이 위에 있는 병의 배열을 바꾸려면 우선 마구 흔들어야 하는 것처럼요.”

일상에서 깨짐과 깨침을 반복하는 배움도 그에겐 큰 성과다. 

“광고계에 몸담고 있을 때는 어둡기만 했던 세상이 NGO로 시선을 돌리자 달의 반대 면처럼 너무 밝은 거예요. 다만 내가 알지 못했을 뿐 세상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아직 대한민국엔 희망이 있구나, 믿음을 회복해가고 있는 중입니다.(웃음) 느슨한 연대의 힘을 아세요? 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은 느슨하지만 비동질적인 사람들과 폭넓게 만나는 것이 중요해요. 변화는 내가 알지 못하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시작되거든요.”

최혜정 부장이 건넨 “젊은이는 늙기 전에, 늙은이는 죽기 전에 꿈을 현실로 만들어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사용자
글 /  4기 소셜디자이너스쿨 수강생  권지희 (여성신문사 기자)
사진 /  남정탁 희망제작소 인턴  

동영상 클립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