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퇴근 인파가 슬슬 늘어나는 7시 안국역.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직장인들.
뭐..꼭 모든 직장인이 집으로 향하는 것은 아니고..
동료와, 친구와 한잔(?)을 걸치기 위해 가까운 술집으로 향하기도 하는 그들.

하지만,
이들 속에는 10년 후의 ‘나’를 바라보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름다운가게로 향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일명 ‘퇴근 후 렛츠’ 멤버들.

이들은 왜..광화문 강의장을 벗어나 안국동에 하나 둘 모여들고 있더란 말인가??
저녁 끼니도 제대로 못챙겨  情(초코파이)으로 허기를 달래면서까지.


땡땡땡~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리는 듯해 날짜를 헤아린다.
6월 30일 수요일. 2010년 상반기를 종치는 날이었다.
’7시. 이제 5시간 후면 올해도 반이 지나가는 구나..‘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한 안국동 아름다운가게 앞에는
벌써 모여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는 렛츠 멤버들이 보였다.
그리고 이내 7시 반이 가까워 오자 가게 앞은 사람들로 가득 메워졌다.

”사용자
현장탐방.
강의장을 벗어나 사회적기업과 공정무역에 관련된 현장을 직접 돌아보는 시간.

일찍 도착해 미리 아름다운가게를 둘러본 사람들도 있어
일부는 남고 일부는 다음 장소인 ‘그루’로 자유롭게 이동했다.

그루.
식물, 특히 나무를 세는 단위.
한 그루 한 그루 나무가 자라 숲을 이루듯,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길이 나무가 되어 하나된 숲을 이루길 희망하는 공정무역 회사.

천연염색을 고수해 온 여성들이 가족을 위해 충분한 식량을 살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50시간 양탄자를 짜야 하는 소녀가 학교에 갈 수 있습니다.
절망한 면화 재배 농민이 자살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숲이 무차별적으로 파괴되는 것을 멈출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만든 이들이 원조가 아닌 거래를 통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습니다.

커피, 초콜릿 같은 식료품은 많이 접하고, 구매도 해봤는데 패션소품까지 공정무역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루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사용자
비싸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를 걸치고 ‘으쓱~’ 자기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이들과
공정무역 브랜드를 걸치고 ‘으쓱~’ 타인의 어깨에 힘을 실어 주는 이들을 비교해 본다면
그 비쌈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소비를 통한 자긍심을 나에게 남겨두지 않고 타인에게 돌릴 때,
비로소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는 숲이 된다.

마지막 종착지는 아름다운가게 본부.
김재춘 아름다운가게 정책국장이 우리를 맞았다.
재활용품을 통해 잘 꾸며진 본부 옥상에서 이미 어둑해진 하늘, 높다란 빌딩들이 밝히는 서울시 야경을 바라보고 강의장으로 내려왔다.

밝은별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김재춘 국장.
“저는 밝은별이라고 불리웁니다.”
머리를 한 번 손으로 쓱- 문지르고는 
“왠지 아시겠죠?”

하하하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비영리단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재춘 국장의 설명에는 막힘이 없었다.

수강생 중 한 분은 렛츠 카페를 통해 이렇게 표현했다.

재수없다. 항상 ‘숫자’를 가져오라는 우리 팀장을 닮았다.
거침없다. 직설을 즐겨하시고 애매한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매력적인 분인건 분명하다.

어쩌면 김재춘 국장은 자신의 말대로 미친 사람일지도 모른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딱 두 사람이면 됩니다. 죽어도 그 일을 꼭 하겠다는 미친 자와 그 미친 자를 돕는 또 다른 미친 자.”

그의 재수없고, 거침없는(?) 말빨에 빨려든 우리는 점점 더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경쟁에 지쳐서 입사한 사람은 이곳에서도 견딜 수 없습니다. 이곳은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곳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열정이 전이되는 것을 느낀다.

한 낮의 열기도 식어 시원해진 늦은 밤.
다른 직장인들처럼
퇴근 후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들어가 편안히 쉴 수도 있고,
동료 친구들과 거나한 술자리를 가지며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었건만,
이렇게 모여 있는 사람들.

10년 뒤 나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
조금씩 미쳐서(?)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개인들이 서로 기댈 수 있는 숲을 이루기 위해.
그래서 세상이 바뀐다면 좋겠다고 꿈꾸는 사람들.

오늘의 피곤함이 가히 어제의 피곤함과는 다르다고 느끼는 것은 나 혼자만일까?

글_시니어사회공헌센터 김돈회 연구원(forest4u@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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