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강연을 통해 대안적인 직업의 세계를 소개하는 1천개의 직업은 2010년 9월 11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기보다는 대기업과 공기업, 고시패스만을 성공으로 삼는 사회를 향한 하나의 대안 제시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시작해 완주군, 성남시를 거쳐 광주시를 끝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이후 1천개의 직업이 단순한 강연으로 끝나지 않도록 서울시 교육청과 함께 소개된 직업 가운데 몇 개를 선정해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는 ‘진로직업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11월 7일, 오금고등학교 학생 4명과 함께 서울 마포구 연희동에 위치한 친환경 바느질 공방 ‘네모의 꿈’을 찾았습니다.  

골목을 돌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를 갖춘 공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와~’하고 터져나오는 아이들의 감탄소리. 수많은 재봉틀과 형형색색의 실로 가득한 지하실을 생각했던 예상이 다행히도(?) 빗나갔습니다.

공방을 함께 운영하시는 이지은(네모) 선생님과 김윤주(꿈) 선생님은 친환경 바느질장이입니다. 환경도 보호하고 건강에도 좋은 면 생리대를 비롯해, 첨연 섬유를 원단으로 한 옷과 다양한 생활용품을 제작하고, 바느질에 관심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전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셨습니다.

취미가 직업으로
 

육아문제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취미생활로 퀼트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김윤주 선생님.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지만 계속 배우다 보니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기가 되어 이지은 선생님과 함께 공방을 차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퀄트를 하면서 비싼 수입원단만을 사용해야 하는 현실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결국 자연스레 면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네모의 꿈’에서 사용하는 면은 친환경 제품만을 다루는 디자이너에게 특별 주문한 것입니다. 선생님은 예쁘게 디자인된 천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시면서 친환경 바느질장이, 친환경 디자이너와 같이 다양한 직업들이 존재함을 알려주셨습니다. 앞으로 환경에 관련된 다양한 직업이 생겨날 것이란 이야기에 학생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직업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선생님은 “남들이 알아주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때 행복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바느질을 하면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전시도 할 수 있는 이 일이 너무나 좋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진정한 직업의 의미는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학생들은 면 생리대와 파우치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아는 분에 의해 면 생리대를 알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하지만 생리할 때 나는 불쾌한 냄새와 짓물리는 피부, 만성적인 생리통 등이 일회용 생리대와 관련 있다는 사실, 일회용 생리대 하나가 썩는데 100년이 걸린 다는 사실을 알고나니 면 생리대를 쓰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면 생리대를 만들기 시작했고, 관련된 책도 출판하게 됐어요.”
 
1석 3조의 도시락

‘네모의 꿈’에서는 사람들이 면 생리대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본이 그려진 천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초보자들도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익숙치 않은 바느질에 여기저기서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래도 학생들은 초인적(?)인 집중력을 보이며 작업에 열중했습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즐거운 일도 먹어가면서 해야 힘이 나기에, 맛있는 점심을 준비했습니다. 오늘 점심은 ‘소풍가는 고양이’에서 준비한 도시락입니다.


일명 ‘청년활력 도시락’을 파는 ‘소풍가는 고양이’는 하자센터 내 대안학교 ‘연금술사 프로젝트’ 2기 청소년 6명이 창업한 도시락 가게입니다. 굳이 대학에 가지 않고도 일을 하며 전문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 성공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모인 청년들이 만든 곳이지요. 맛이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100% 유기농 자재를 사용하고 화학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열심히 일하는 청년들의 열정이 담겨서인지 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몸
에 좋고, 맛도 있고, 거기에 의미까지 더해진 1석 3조의 도시락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생각거리를 선사해줬습니다.



오후 4시경, 작품들이 거의 완성되었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면 생리대와 파우치를 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학생들.

“작은 파우치 하나에도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바느질 하느라 눈과 허리가 아팠지만 한 땀 한 땀 작품이 완성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어요. 평소에 관심이 없었던 친환경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옥주은 학생)

“직접 만들어 보니 친환경 제품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점심시간에 먹은 도시락도 인상 깊었고, 앞으로도 이런 재미있고 보람있는 체험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권하영 학생)

친환경 바느질장이 체험을 통해서는 좋아하는 일이 충분히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소풍가는 고양이’를 통해서는 어려운 현실에 맞서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가꾸어 나가는 청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자 했습니다.

장시간의 바느질로 인해 힘든 기색이 역력했지만, 뿌뜻함이 가득한 학생들의 얼굴에서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오래도록 이 날의 체험을 기억하길 바라며, 앞으로 다양한 색으로 물들 학생들의 미래를 기대해봅니다.

글ㆍ사진_소기업발전소 배경진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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