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지금, ‘SDS 인물열전’이 펼쳐집니다. 소셜디자이너스쿨(이하 SDS) 동문으로 구성된 취재단이 500여 명이 넘는 SDS 동문 중 교육 수료 후 활발하게 소셜디자이너로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을 찾아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부터 사회혁신을 위한 원대한 꿈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SDS 3기 동문이자 현수막 재활용이라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사회혁신계의 스타(?)로 발돋움한 터치포굿의 박미현 대표입니다.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한 날. 그는 한 무리의 대학생들과 인터뷰중이었다. 대학생들의 밝은 웃음소리와 사무실 입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신발들을 보니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SDS(이하 S):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박미현 대표(이하 박): 2008년 초 사회적기업 관련 세미나에서 사업을 같이 시작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세미나 숙제로 ‘우리가 만약 사회적기업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게 시작이었어요. 우리가 잘하는 것, 관심있는 것,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를 고민하다가 ‘현수막이 너무 많은데 다 버려진다, 게다가 사람들의 무관심과 습관으로 무한 반복되고 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죠. 그래서 현수막을 재활용하는 사회적기업을 해보자고 의견이 모아졌어요. 처음에는 작은 프로젝트였는데 하다 보니 재미가 있고 점점 더 잘하고 싶어지더라구요.

이후 공모전에 나가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죠. 창업 초기 자금은 공모전 상금으로 마련했어요. 당시 우리는 대학생이라 천만 원이 아주 큰 금액이었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하니 너무 쪼들렸죠. 하지만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 당시 대회를 주최한 곳의 사무공간을 지원받게 되면서 자리를 잡아나갈 수 있었어요. 대부분은 많은 준비 끝에 창업을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짧은 프로젝트라 생각하며 시작했기 때문에 부담이 적었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죠.

”사용자
S:
터치포굿의 사업 분야와 핵심 운영방침은 무엇인가요?

 
박: 사업분야는 크게 패션(현수막을 재활용해 가방, 소품 등을 제작 판매), 그린솔루션(현수막을 많이 쓰는 기업과 업사이클링 협약), 도시형 환경교육(생태중심의 환경교육이 아닌 도시형 환경교육프로그램 기획개발)으로 나눌 수 있어요. 특히 많은 회의를 거쳐 탄생한 도시형 환경교육 사업단을 소개하자면, 대부분의 환경교육이 생태교육 중심인데 도시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은 자기 생활과 괴리감이 생기게 되죠. 이점에 착안해서 도시형 환경교육이라는 차별성을 갖고 패션회사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재활용 재료로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콘텐츠가 확보되어 있어서 고객 만족도도 높은 편이랍니다.

저희 회사의 핵심 운영방침은 구성원들의 고민과 성장방향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점이에요.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 ‘내 신념을 같이 고민해주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각자가 생각하는 본인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업무에 배치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배움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면서도 청년의 유연한 사고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사용자
S: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박: 세 가지 분야(교육, 서비스, 제조)를 별도의 회사로 분리하는 게 목표에요.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팔릴만한 상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하지만 장기적인 목표는 회사를 망하게 하는 거에요. 일을 하다가 종종 ‘우리가 잘 되려면 현수막이 이쁘게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가방을 만들기 위해 현수막을 만들겠다는 기업도 있는 데 어쩌지……’ 고민에 빠질 때가 있어요.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현수막 없애기, 업사이클링 없애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면 회사가 망하게 되겠죠.(웃음)
 
S: 창업을 준비하는 20대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박: 저는 굳이 창업을 권장하고 싶지는 않아요. 창업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에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분명히 있다면 일반기업이나 NGO 등에 취업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창업을 했다가 다시 취업을 할 수도 있고, 물론 그 반대 경우도 있을 수 있고요. 우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명확해야 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방법이 반드시 창업인지 고민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 주변에 젊은 나이에 모험을 하기 위해 창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어요. 물론 실패해도 좋은 나이이긴 하지만, 꼭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모험인지는 모르겠어요. 자기의 뜻과 같은 사회적기업에 들어가  그 사회적기업이 성장할 수 있게 기여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요?

S: 마지막 질문입니다. 나에게 SDS란?

박: 제가 SDS를 수강할 무렵 상황이 안 좋았어요. 사업을 같이 해보자고 했던 친구 한 명이 그만두고 나갔을 때였거든요. 그때 우연히 지갑 속에서 시간 날 때 꼭 해보고 싶은,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것들 적어둔 쪽지를 보게 되었는데 그 중에 SDS 가 있었어요. 사업을 하면서 너무 힘들고 머리는 쉬고 싶은데 쉴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적당히 일과 분리되고 적당히 자극이 될 만한 것을 찾고 있던 차에 SDS를 만나게 된 것 같아요.
 
실제로 굉장히 만족했고 수업을 들은 다음 날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해주곤 했어요. 수업 중에 ‘강점 혁명’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다시 한 번 알게 되었고, 회사 인사제도에 도입을 했어요. 물론 지금도 하고 있고요. 그 테스트를 통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소개하게 하죠.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있고,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있다고 해요. 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나 강의를 들으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이에요. SDS 수업내용이 창업을 막 시작한 저에게는 시기적절했던 것 같아요. 귀에 콕콕 박히는 이야기들을 실제 사업에 많이 활용했죠.

”사용자

인터뷰 내내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말했지만, 사업을 꾸려온  4년 간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다. 제조업의 애로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반짝거리는 눈빛 속에서 오히려 제조업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박미현 대표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금 터치포굿에서는 영업과 해외업무를 담당할 나이 지긋한(?) 남자분을 모시고자 한다는데, 혹시 마음속 뜨거운 열정을 펼쳐 보일 곳을 찾지 못해 애태우고 있는 분이 계신다면 터치포굿의 문을 두드려 봄이 어떠실지……

기획ㆍ취재_ 인물열전 취재단 (SDS 9기 오호진, 양수진, 이재은, 김웅, 김남희)

● SDS 인물열전 연재목록
1. 탐스슈즈의 신발은 연결고리다 – 탐스슈즈 임동준 이사
2. “목표를 달성하면 우리 회사는 망합니다” –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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