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4기 소셜디자이너스쿨 6강 – 시사인 고재열 기자의 ‘세상을 움직이는 파워 블로거’

“블로그 하루 방문자 4만 명을 위해 많은 것을 바쳤습니다. 잠을 희생했고, 밥을 외면했고, 술자리를 포기했으며, 출근 전후 시간과 주말까지 모두 바쳤습니다. 하루 중 24시간을, 일주일 중 7일을, 한 달 중 30일을 블로그에 헌납했습니다. 그러나 방문자 숫자는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하더군요. 폭풍처럼 몰려왔다가 눈처럼 녹아 사라져요. 저와 같은 이슈 블로거에게 방문자 숫자는 신기루인 셈이죠.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는 아직 불완전한 1인 미디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블로그 ‘독설닷컴’(poisontongue.sisain.co.kr) 운영자로 유명하다. 몇 가지 비결이 있다. 첫째, 다른 기자들이 블로그에 ‘취재 뒷담화’를 올릴 때, 그는 ‘블로그용 기사’를 올린다. 블로그를 하면서 생긴 버릇 중 하나가 이슈가 발생하면 직장 시사인과 상관없이 무조건 현장으로 달려간다는 것이다. 둘째, 언론에서 외면하는 사건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인터넷 세계에선 ‘논리’보다 ‘감성’이 통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셋째, 하나의 주제에 대해 입체적으로 접근한다. 아무리 중요한 이슈도 언론에선 1~2번 다루면 끝이지만, 독설닷컴은 다양한 시각으로 5~20편의 글을 올린다. 그의 블로그 화면 왼편엔 지금까지 다룬 이슈 카테고리로 가득하다.

”사용자

블로그를 시작한지 이제 1년여. 현재 그의 블로그엔 하루 4만 명, 한 달에 100만 명의 블로거들이 들락거린다. 8월 17일 그의 블로그 구독자 순위는 블로거 14만 명 중 5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고재열 기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블로그에 뒤이어 등장한 뉴미디어 ‘트위터’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트위터 세계에선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었던 그는 단 2주일 만에 구독자 1000명을 가볍게 넘기며 성공적 데뷔전을 치렀다.

“블로그가 베이스 캠프라면, 트위터는 전진기지랄까요? 트위터는 사진이나 동영상은 물론이고, 글도 한 번에 140자 밖에 못 올리지만, 막사발 같은 단순하고 소박한 미학이 있어요. 블로그는 악플러들 때문에 ‘흥행’보다 ‘맷집’이 더 중요하잖아요. 하지만 트위터는 통하는 사람끼리만 교류하다보니 따뜻한 분위기가 묻어나지요. 저는 트위터가 초기 PC통신 시대의 인터넷 정신을 복원시켰다고 봅니다. 블로그 세계에서 뭔가 부족함을 느낀 분들이라면 트위터를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고재열 기자는 스스로를 ‘뉴미디어 실험가’라고 자부한다. 실제로 그는 1인 미디어 세계의 맨 앞에 서서 다양한 실험을 펼쳤고, 무시할 수 없는 성과를 냈다. ‘무명 블로거’에서 ‘유명 블로거’로 도약하는 방법, 트위터만의 ‘따뜻한 소통’의 매력을 알고 싶다면 지금부터 그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사용자

“많은 사람들이 내 블로그에 오게 하려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를 다뤄줘야 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제’로 이끌어가는 거죠. 저는 지난해 가을 남북 언론인 교류를 위해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중요한 주제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은 아니었죠. 그래서 ‘내가 본 북한의 10대 얼짱’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순식간에 42만 명이 오더군요. 방문자들은 얼짱 사진과 함께 제가 왜 평양에 갔는지 설명한 글도 읽어야 했습니다. 블로그 세계에서 성공하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센 글’부터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독설닷컴에는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등 리얼리티 오락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 관한 기사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연예계와 연예인 이야기를 통해 정치와 정치인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대중적 관심에 코드를 맞춘 것이다. 여기까지는 여느 블로그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고재열 기자의 ‘블로그 테크닉’은 남다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떤 타이밍에 어떤 방식으로 어떤 사람들에게 어필해야 할지를 알기 때문이다.

고재열 기자는 최근 미국 타임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최악의 드레서’로 선정하자 오래된 취재수첩을 꺼내 들었다. 몇 해 전 뉴욕 프라다 매장에 갔다가 취재해놓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컨셉으로 한 내부 인테리어 사진을 올린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라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180도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하지만 블로그 세계에서 ‘반짝’ 지나가는 유성은 가치가 없다. 지속적으로 깜박깜박하며 자신만의 별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 블로그에 들어가면 이런 내용의 글을 볼 수 있다’는 나만의 패턴을 각인시켜야 고정 독자가 생긴다. 고재열 기자는 ‘프로젝트’ 방법을 택했다. 국립오페라합창단 부활과 한예종 지키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퇴진 주장 등을 다룬 ‘문화예술 지못미 프로젝트’, 지난해와 올해 촛불정국 당시 발생한 각종 의혹을 누리꾼과 함께 파헤친 ‘NCSI 누리꾼 수사대’, 도시민은 ‘마음의 고향’을 갖고, 농촌에선 일손을 더는 ‘사이버 귀농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블로그 세계도 TV 예능 프로그램처럼 리액션이 중요해요. 사형제 폐지 논란 때 제가 올린 글은 일종의 발제문이 되어 누리꾼들이 댓글로 토론했고, 지난해 6월 촛불 정국 때 경찰이 시민들의 폭행을 유도한 듯한 사진을 올렸더니 누리꾼들이 합동 검증에 나섰죠.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때는 농심의 입장을 실은 글을 올렸다가 악플 공격이 쏟아졌는데, 악플을 질문 50개로 만들어 농심에 보내고 공식 답변을 받아 올려 무마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건 덕분에 블로그 위기관리 능력을 배울 수 있었어요.(웃음)”

현재 독설닷컴엔 총 60개의 카테고리가 개설되어 있다. 이슈가 꼬리에 꼬리를 문 결과다. 고재열 기자는 “어느 사이트나 블로그를 가 봐도 한 주제에 대해 이렇게 다양한 시각과 내용을 모아놓은 곳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근에는 트위터에 푹 빠져 있어 블로그에 잠시 소홀했지만, “앞으로는 미완성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따뜻한 소통’ 트위터의 매력

고재열 기자는 지난 8월 2일부터 트위터를 본격 시작했다. 그전까지 고재열 기자도 “트위터 열풍이라는데, 트위터가 뭐예요?”라고 묻는 사람 중 하나였다. 독설닷컴으로 블로그 운영에 나름 자신 있었던 그는 2주일 안에 구독자 1000명을 모으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트위터 세계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신규 시스템은 대충하면 어어, 하다가 멀어지는데, 한번 집중하면 그때서야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트위터 체험기 기사를 올렸는데 너무 싱겁더라고요. 그래서 2주일동안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내심 ‘블로그 독자들이 와 주겠지’라는 기대도 있었어요. 그런데 김제동씨가 글 2개 올리고 5000명에게 구독신청을 받을 때 저는 글 1개 올리고 2~3명이 오더군요. 제가 연예인도 아니고, 트위터 세계에선 ‘듣보잡’이었던 거죠. 그래도 지금은 1109명이 제 트위터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일단 양적 성장은 달성한 셈이죠.”

트위터는 참 단순하다. 한 번에 140자 글만 적으면 된다. 사진도, 동영상도 올릴 수 없다. 그런데 이 단순함이 거대한 네트워크의 힘을 발휘한다. 김주하 앵커가 대표적이다.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주하 앵커는 트위터에 자신의 숙제를 올리고 구독자들에게 도움을 얻는다. 사람들이 올리는 글의 규모는 숙제를 해결하고도 남음이다. 매일 밤 12시 마감뉴스 전에는 “오늘 어떤 의상을 입으면 좋을까요?”라며 다양한 조언과 잡담을 나눈다. 그는 전 세계 트위터들의 순위를 보여주는 트윗토스터(twitoaster.com)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2위는 소설가 이외수)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제 트위터 구독자입니다.(웃음) 비결은 국내외 유명인의 트위터를 구독하고, 그들이 구독하는 트위터를 저도 구독한 것뿐입니다. 그랬더니 다리 건너 유명인도 제 트위터를 구독하게 되더군요. 트위터는 만나지 않아도, 마주 앉아 밥을 먹지 않아도, 전화를 안 해도 소통이 가능한 공간입니다.”

”사용자

트위터의 가장 큰 매력은 빠른 정보력이다. 날것의 언론사 정보보고 수준의 글들이 수시로 올라온다. 하루는 트위터에서 ‘김제동 트위터가 생겼는데 진짜 김제동이냐’는 말들이 무성했다. 당시 가짜 허경영 등장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터였다. 그러자 소설가 이외수가 글 하나를 올렸다. “내가 지금 전화해봤는데 김제동 맞다.”

“트위터를 하다보면 속도에 함몰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참 소통적이고 따뜻해요. 나에게 의미 있는 소수에게 전달력이 상당하니까요. 이번에 시사인에 트위터 기사를 쓰면서 제 트위터에 각자 사진을 보내달라고 글을 올렸는데 금세 20명이 보내왔어요. 초기 PC통신 인터넷 정신이 복원됐다고 할까요. 기자 입장에서 보자면 다방면의 인적 네트워킹을 활용한 취재와 정보 취득 등 블로그에 이은 보조적 수단으로 상당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을 트위터에 소개도 하고요. 블로그를 하고 있다면 트위터에도 도전해보길 적극 권합니다.”

‘길을 내는 자는 흥하고, 성을 쌓는 자는 망한다’는 말이 있다. 고재열 기자는 지금까지 많은 길을 내왔다. 이제는 호흡을 가다듬고 약한 성들을 곧추세우는데 힘을 보탤 계획이다. 시사주간지 기자와 블로그 독설닷컴 운영자, 세계 순위 22위를 자랑하는 트위터까지 뉴미디어 세계를 전방위로 뛰어다니는 고재열 기자가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실험에 도전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 / 권지희(제4기 소셜디자이너스쿨 수강생, 前 여성신문사 기자)
사진 / 남정탁(희망제작소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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