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사용자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한 이야기를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일본통신 (13) NPO와 프로보노를 잇는 ‘SERVICE GRANT’

지난해 연말 (11월23일 화요일) 오사카 브리제플라자홀에서 프로보노 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NPO법인 서비스그랜트와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제품 브랜드 주식회사 파나소닉이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이다. 이날 포럼장에는 자리를 함께 할 일이 없을 것 같은 기업의 직장인과 갖가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하는 NPO의 활동가 약 150여 명이 함께 했다. 참여한 사람들은 이미 프로보노 활동에 참여하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직장인들과 프로보노 지원을 받고 있는 NPO관계자들이었다. 나는 이번 포럼이 오사카에서 개최된 관계로 직접 참가하진 못하고 인터넷을 통한 실황 중계를 지켜봤다.

1부 ‘My ProBono Story’에서는 이 지역에서 프로보노 활동에 참가한 프로보노 워커와 NPO가 함께 나와서 각각의 프로보노 활동 사례를 소개했으며, 2부 ‘우리 지역 프로보노’에서는 지역에서 새롭게 프로보노 활동을 조직하고 있는 히로시마와 사가현의 사례가 보고됐다.

프로보노란 무엇인가

그럼 프로보노와 프로보노 활동이란 무엇인가? 먼저 간단하게 살펴보고 포럼 이야기를 계속하자. 프로보노란 한마디로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재능기부와 같은 개념이다. 라틴어의 Pro Bono Publico(공공의 이익을 위해)의 약자로, 기업인이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업상 갖고 있는 능력과 지식을 살려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도 변호사나 회계사 등이 시민단체나 사회적기업에 법률 자문 등의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보노란 이보다 더욱 적극적인 개념으로, 기업 등에서 영업, 사무, 컨설팅, 카피 라이터, 광고 플래너, 마켓터, 편집자, 웹 디자이너, IT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일반 직장인들이 단순한 자문이나 상담, 기부에 그치지 않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NPO 의 어떤 과제를 자원활동가로 참가해 직접 해결해 주는 것을 말한다.

NPO와 프로보노의 만남

1부 ‘My ProBono Story’의 세 번째 발표자로 프로보노 활동 체험을 발표한 호카조노 토시히코(外園稔彦)씨는 미쯔이쓰미토모 은행에서 근무하는 금융맨이다. 그는 퇴근 후 시간과 휴일을 이용해서 NPO법인 위멘즈네트(Women’s Net) 고베의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에 프로젝트 매니저로 참가했다. 호카조노씨 외에, 3명의 마케터, 1명의 웹 디자이너, 1명의 카피라이터, 총 6명이 팀을 꾸려서 6개월이란 기간 동안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을 진행시켜 왔다.

팀 매니저인 호카조노는 전체 진행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팀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미팅을 가졌다. 마케터는 NPO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앙케이트 진행하면서 다른 유사 단체의 홈페이지를 조사했다. 카피라이터는 웹페이지 카피를 작성하고, 웹 디자이너는 홈페이지의 디자인에 주력해 왔다. 팀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갖는 미팅 외에 수시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구체적인 진행 상황들을 협의했다.

처음 2개월 정도는 NPO법인 위멘즈네트 고베라는 단체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위멘즈네트 고베는 1992년 설립되어서 가정 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에게 상담과 일시적인 보호 그리고 취업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정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과 캠페인 활동도 주요 활동 중의 하나이다. 2011년 가정 폭력 피해 여성의 상담건수가 880명,교육을 받은 사람의 숫자가 22,860명으로 이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NPO 스텝들과 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앙케이트를 진행했으며, NPO에서 실시하고 있는 가정 폭력 방지 강좌와 가정 폭력 피해자 지원 자원봉사자 양성 강좌에 팀원들이 직접 청강하기도 하고, 하얀 리본 켐페인 등의 활동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으며, 피해 여성들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보호시설도 견학을 했다.”

이렇게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 여성들과 가정 폭력 방지 교육을 희망하는 기관과 학생들, 그리고 이 단체를 도와주기를 희망하는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춰 리뉴얼을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한 위멘즈네트 고베 활동가들이 비교적 연령대가 높아서 IT 활용에 익숙하지 못하며 뛰어다니는 활동에 바빠 홈페이지를 관리하기 어렵고, 홈페이지의 방문자수가 하루 평균 486명인데 머무르는 시간이 평균 41초로 매우 짧기 때문에 최대한 간단하고 사용이 편리한 홈페이지로 리뉴얼하기로 했다. 위멘즈네트 고베의 동의를 얻어서 제작 작업에 들어가 현재 중간 제안을 끝내고 다음 달 최종 제안 제출을 남기고 있다고 한다.
  
”사용자“프로젝트를 위해 위멘즈네트 고베의 활동에 직접 참가하여 조사하는 과정에서 활동가들이 가정 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정말 필사적으로 뛰어다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켐페인에서 만난 남자들 대부분이 나는 가정 폭력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피해 여성들의 보호소를 방문해보면 가정 폭력이라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닌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프로젝트에 참가한 소감을 밝힌 호카조노씨는 가정 폭력 방지를 위한 위멘즈네트 고베의 하얀 리본 켐페인을 방청객에게 자세하게 소개하여, 함께 한 프로보노워커들이 가정 폭력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여, 위멘즈네트 고베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게 만들었다.

위멘즈네트 고베 활동가 모테키 미찌코(茂木美智子)씨는 ‘프로젝트를 위해 프로보노워커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가 실시하고 있는 가정 폭력 방지 캠페인이 남성들에게 의외로 잘 전달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으며, 프로보노들의 눈을 통해 사회에 우리들의 메세지를 보다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됐다.’ 고 프로보노 지원이 자신들의 활동에 좋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위멘즈네트 고베가 얻은 것이 비단 관리하기 쉽고 효율적인 홈페이지뿐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호카조노씨 뿐만 아니라 NPO지원 활동에 참가했던 대부분의 프로보노들은 일상 생활에서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만나, 일상적으로는 경험할 수 없었던 것을 경험하면서 ‘본인의 생각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며 ‘NPO가 사회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프로보노 지원을 받은 NPO 또한, 내부자의 시점으로는 찾을 수 없었던 문제들을 프로보노라는 제3자의 눈으로 평가받고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프로보노 활동을 권하는 회사

호카조노씨가 프로보노 활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근무하고 있는 미쯔이쓰미토모 은행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쯔이쓰미토모 은행은 파나소닉과 함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사원들에게 프로보노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사원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살려서 지역의 NPO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그 취지이다. 오사카에서 두 기업의 사원들의 프로보노 활동을 지역 NPO와 연결시켜 주고 프로젝트 진행을 도와주고 있는 곳이 바로 NPO법인 서비스그랜트 오사카 사무실이다.

이처럼 프로보노 활동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의 새로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 ‘자신의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사용하여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자원활동을 하고 싶다.’ 혹은 ‘일상업무 외에 시야를 좀 더 넓혀 보고 싶다.’ 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원들에게 프로보노 활동의 기회를 주선해 주고,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한다는 인식을 넓혀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원들이 일상 업무에서 얻을 수 없는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NPO와 지속적으로 만나는 과정에서 인간적으로도 성장하기 때문에 단순한 자원활동보다 사원 업무 능력 향상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NPO와 프로보노를 이어드립니다
 
일본에서 이와 같은 프로보노 활동을 도입하고 확산시킨 사람이 바로 NPO법인 서비스그랜트의 사가 이쿠마 (嵯峨生馬)대표이다. 지난해 7월 한국의 (사)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의 정선희 대표와 함께 그를 방문해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일본 종합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지역통화를 만들어 NPO와 시민들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사가 이쿠마 대표는 2004년 NPO의 자금 조달에 관한 사례와 방법을 조사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다. 그때 우연히 어떤 NPO의 홈페이지를 리뉴얼해 준 탑루트 파운데이션을 알게 됐다. 미국의 탑루트 파운데이션은 IT기업에 근무하던 아론 허스트씨가 2001년 기업의 노하우와 디자인, 카피라이팅 등의 기술을 활용해 NPO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으로, 연간 약 60건의 서비스를 NPO에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아론을 만난 날 밤 마침 한 프로보노팀의 킥오프 미팅이 있어 함께 동석했다. 그 팀은 성적 소수자들을 지원하는 어떤 NPO의 브랜딩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마케팅 회사에 근무하는 여성이 리더였고, 광고 회사와 통신 회사의 직원, 그리고 웹 디자이너 등 6명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탑루트의 사무국이 프로젝트의 개요를 설명하고 토론을 거쳐 어떤 작업을 할 것인지 화이트보드에 적는 것을 끝으로 정해진 2시간의 미팅시간이 끝났다. 다음 날부터 서비스를 받은 몇 개의 NPO를 방문해 이야기를 들었다. 버클리에 있는 장애인 지원 단체를 방문했을 때, 단체의 대표는 미국의 NPO도 전문적인 기능을 가진 기업인들과 접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드물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탑루트의 서비스는 매우 소중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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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6개월 후 미국으로 건너가 탑루트에서 연수를 한 뒤 잡지에 프로보노에 대해 연재를 하면서 2004년 12월 첫 프로보노 설명회를 개최하여, 2005년 1월 3개의 프로보노 지원 프로젝트를 실험적으로 시작했다. 처음 개최한 설명회에 30~40명이 참가해 ‘성공할지도…’ 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첫 날 진행된 설명회에 참여한 사람들 중 20명이 프로보노로  등록했다. 모두 NPO의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일을 희망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프로보노들은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6개월 안에 완성하려고 노력하지만 종종 늦어지기도 한다.

첫 프로젝트를 통해서 개인 자원활동가와 달리 프로보노는 팀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 장점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팀원간의 긴장 관계가 형성돼 작업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프로보노를 진행시킬 때 일을 너무 크게 벌이면 안된다는 것을 배우기도 했다. 3팀 중 2팀은 NPO에 약속한 홈페이지를 리뉴얼해 줄 수 있었지만, 1팀은 실패로 끝났다고 한다. 도중에 본업이 바빠져 팀리더가 빠지고 새로운 리더가 합류했는데, 리더의 재량으로 욕심을 부려 일을 키운 나머지 결국 팀이 좌초한 것이다. 서비스그랜트는 이렇게 출발은 작게 시작했지만 일본의 실정에 맞는 프로보노팀 운영의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2009년에는 NPO법인으로 등록할 수 있었으며다. 지금은 도쿄와 오사카에 사무실을 확장해 전국적으로 프로보노 활동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이처럼 서비스그랜트는 기업에서 기술을 쌓은 프로보노들과 지원을 필요로 하는 NPO를 연결해주는 단체이다.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전문가들의 힘을 모아 인재와 자금이 부족한 NPO의 홈페이지와 팜플렛을 무료로 만들어주고 있다. 최근에는 NPO의 사업 계획 수립, 프로그램 운영 매뉴얼 작성 등으로 그 지원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100여 개의 NPO 단체와 프로보노를 연결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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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프로보노들은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여 지원자들의 등록을 받고 있다. 현재 매니지먼트, 리처치, 마케팅, 웹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IT엔지니어 등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 1,387명이 등록되어 있다. 지원단체는 공모를 통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고 있는데, 단체와 지원 내용이 결정되면, 목표에 맞춰 4~6명으로 팀을 구성하여 약 6개월간 프로젝트를 진행시킨다.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프로보노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팀의 어카운트디렉터와 프로젝트 매니저의 역할이 매우 크다. 어카운터디렉터는 사무국을 통해 NPO와 만나 프로젝트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춰 팀을 편성하며, 품질관리와 평가까지 프로젝트의 기반을 만들어 간다. 프로젝트매니저는 팀의 리더로 맴버들의 작업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NPO와 일상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며 스케줄을 관리한다.

최근엔 기업과 파트너쉽을 맺어 NPO를 지원하는 사업이 크게 늘어났다. 골드만삭스 프로보노 프로젝트, 일본 IBM 프로보노 프로그램, NEC사회기업비지니스 서포트, 일본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 시민 활동, 파노소닉 NPO 서포트 프로보노 프로그램, 미쯔이쓰미토모 은행이 서비스그랜트를 통해 기업의 CSR의 일환으로 프로보노 활동을 하고 있다. 기업에 따라 파트너쉽의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면 골드만삭스는 서비스그랜트를 통해 보육시설 아동들의 진학 지원 및 모자가정의 취업지원 분야에서 활동하는 5개의 NPO에 자금 지원과 함께 사원들의 프로보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IBM은 교육 분야, 장애인 취업 지원, 청소년 육성 분야에서 활동하는 7개의 NPO를 선정해 경영에 관한 것들을 지원하고 있다. 월 2회 정도 NPO와 일본 IBM의 프로보노 사원들과 디스커션과 팀미팅을 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또한 서비스그랜트는 프로보노들의 재능을 지역 만들기에 활용하고자 지자체와 손잡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 한 예가 오사카 근교의 토요오카(豊岡)시와의 사업이다. 토요오카시는 전쟁 후 환경 파괴로 사라졌던 천연기념물 황새를 지역 만들기의 상징으로 정하고, 황새가 서식할 수 있는 무농약?저농약 농법을 도입하여 환경에 선진적인 지역 브랜드를 육성하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홍보하여 사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선 인터넷을 통한 정보 발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홍보를 진행할 인재가 없었다. 이에 서비스그랜트에 웹사이트를 제작을 의뢰한 결과, 수도권에서 5명의 프로보노들이 모여, 황새가 서식할 수 있는 토요오카시를 알리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글_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westwood@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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