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시간이 만든 독일 쥬츠겔뢴데 공원

희망제작소 뿌리센터는 현재 역사ㆍ문화자원을 활용한 목포 원도심 재생 방안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뿌리센터 김준호 연구원은 해외 사례수집을 위해 독일ㆍ영국 ㆍ 아일랜드를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관련 내용을 여러분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하지 않다 맞이하게 되는 이벤트는 계획된 이벤트보다 훨씬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이번 베를린 출장 중 방문한 쥬츠겔뢴데 자연공원(S?dgel?nde Natur Park)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이 공원은 과거 조차장(철도차량기지) 공간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관련 프로젝트를 하는 독일 도시계획가의 추천을 받은 뒤, 시간이 되면 가보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다행히 방문기회를 갖게 되었다.

계획된 일정이었다면 인터뷰 등 사전준비를 했을텐데, 갑작스런 방문이라 인터뷰도, 그리고 사전 자료조사도 여의치 않았음을 먼저 밝혀 둔다.

방치가 키운 생태계

총면적 18ha(서울광장의 약 14배)로 1841년 건설된 템펠호프(Tempelhof) 조차장(switchyard)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점점 그 규모가 축소되다 1952년, 완전히 문을 닫게 된다. 그 이후 이 공간은 특별한 개발이나 관리없이 방치되었는데, 50년 이상이 지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다양한 동물과 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공간이 됐다.

1980년대에 이르러 이 지역은 화물운송 조차장 건설 프로젝트의 대상지가 되었고, 그로 인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생태계가 파괴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 때 이 공간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던 시민들이 이곳을 지키기 위해 1987년 ‘쥬츠겔뢴데 자연공원 시민행동위원회(citizens action committee Nature-Park Sch?neb)라는 시민 중심의 공원 보존 위원회를 조직하게 된다.

처음에는 생태계 다양성 보존을 외치는 과학자나 예술가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나, 이 공간의 지역적 특성과 매력이 알려지면서 점차 정치인과 시정부가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_1C|1324479934.jpg|width=”500″ height=”22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과거 조차장일 때의 모습_##]

결국 개발프로젝트는 무산되었고, 1995년 이 지역의 토지 소유주이자 개발프로젝트 진행자였던 철도회사(Deutsche Bahn AG)는 자연보존을 위해 이 지역의 소유권을 베를린 시에 넘기게 된다. 소유권이 시로 넘어가면서 이곳을 공원화하는 움직임이 빨라졌다.

우선 베를린 시는 시가 소유한 ‘Gr?n Berlin Park und Garten GmbH’ 라는 공원관리회사를 통해 이 지역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관리하기 시작한다. 알리안츠 환경재단은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했다.  

시는 1996년 이곳을 공원으로 지정하고, 앞서 언급한 공원관리회사를 통해 1999년부터 공원 관리를 시작했으며, 드디어 2000년 하노버에서 열린 EXPO 2000의 외부 프로젝트를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하기에 이른다.

공원의 형태를 살펴보면 공원 양편을 기찻길이 둘러싸고 있어 경계가 명확하며 전체적으로 길고 가느다란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형태는 옛 조차장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공원에는 두 개의 출입구가 있고, 다른 어떤 공간이나 기능과는 연결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입구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공간이 잘 융합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공간별로 분절화되어 있다.

건물들과 이를 둘러싼 전시공간은 각기 다른 성격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녹슨 철조물이나 조차장의 흔적은 전체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_1C|1295721336.jpg|width=”680″ height=”17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쥬츠게뢴데 자연공원의 구조_##]보물찾기를 하는 재미

사실 이 쥬츠겔뢴데 자연공원(S?dgel?nde Natur Park)은 다른 공원에 비해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고, 인근 주민들의 접근성이 그렇게 뛰어나지도 않다.

또한 이 공원이 아니더라도 인근에는 충분한 녹지공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된 것은 사회적 요구보다는 생태적 가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50년 동안 두 철길 사이에 위치하면서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철저히 버려졌던 공간에는 30종의 새들과 57종의 거미류, 95종의 꿀벌이 서식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15종의 초원식물과 350종의 식물, 49종의 버섯류가 자라게 되었다. 대도시 내에 이런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접근성 면에서 살펴보면 지하철, 자동차, 버스 그리고 자전거 등으로 접근하기에 좋은 위치이면서, 교통기반시설이 잘 조성되어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통기반시설로 인해 공원과 인근 지역 사이의 경계가 만들어지고 이는 공원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 공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주로 산책이나 조깅을 하고, 자연을 감상하거나 문화 이벤트를 즐기는 데 목적을 가지고 있다. 공원은 현재 매적력인 공간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특별한 기반시설이 따로 공급된 것은 아니다.

최대한 있는 그대로 잘 보존하는 방식으로 공원은 관리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맞은 편에 위치한 한스발루스첵 공원 (Hans-baluschek-Park)이 스포츠 활동 등 적극적인 레저활동을 위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쥬츠겔뢴데 자연공원(S?dgel?nde Natur Park)은 좀 더 정적인 활동을 중심으로 공원의 성격을 유지해 조화를 이룬다고 볼 수도 있다.

생태계의 다양성이 이 공원의 가장 큰 강점이지만, 또 하나의 강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과거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원 곳곳에 170년 전부터 존재해 온 철로, 증기기관차를 수리하던 공장, 물탱크, 많은 철도노동자들이 기거하던 기숙사, 그리고 과거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는 안내판들이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곳이 조각공원, 놀이터, 공연장, 산책로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치 숨은 보물찾기를 하듯 공원은 계속 과거의 보물을 방문자들에게 보여준다.

[##_Gallery|1202197306.jpg||1119393360.jpg||1071276045.jpg||width=400_##]

이러한 공원의 독특한 특징은 언론이나 하노버 엑스포를 통해 주목받기에 충분했고, 알리안츠 환경재단에서 재정지원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체로 20세기의 많은 공원들은 녹지공간인 동시에 보이지 않는 많은 계획과 설계 속에서 탄생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쥬츠겔뢴데 자연공원(S?dgel?nde Natur Park)은 자연 스스로가 설계한 것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서울 선유도 공원의 경우도 물론 설계가 들어갔지만, 기존의 시설들을 활용한 면에서 보면 이 사례와 유사점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조성될 용산미군기지 부지의 공원이나 슬픈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DMZ의 경우 충분히 쥬츠겔뢴데 자연공원(S?dgel?nde Natur Park)처럼 조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 가치를 인식하고 즐길 수 있는 시민들의 의식과 더불어 미래가치를 내다보는 리더십과 사회적 지원이 있어야 이와 같은 멋진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 글에서는 공원 곳곳의 세부적인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다.

글ㆍ사진_
뿌리센터 김준호 연구원(dasan@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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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및 웹사이트
http://www.gruen-berlin.de/parks-gardens/suedgelaende-nature-park/
http://www.gardenvisit.com/garden/sudgelande_nature_park
http://draco.hfwu.de/~wikienfk5/index.php

● 연재순서
1. ‘북쪽의 천사’는 왜 그 곳에 섰나
2. 영국 게이츠헤드, 우리와 무엇이 달랐나
3. 50년 시간이 만든 독일 쥬츠겔뢴데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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