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시장사람들이 만드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어떤 모양이 될 수 있을까. 현재 한국사회의 재래시장은 다국적 기업과 대기업의 대형마트로 대체되고 있다.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재래시장 공동체와 상권이 위협받은 지 10여 년, 어떤 시장에는 예술가들이 들어가고, 어떤 시장에는 문화 기획자들이 들어가서 문화체험을 일상화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다. 문화체험을 통해 상인들의 공동체와 상권을 살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5월 7일,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연구원들이 방문한 못골시장에서도 2008년 10월부터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문전성시프로젝트)’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날은 여러가지 이벤트가 열리는 못골시장의 잔칫날이자, 상인과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지역공동체를 고민해보는 공부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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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못골시장의 특별한 날입니다. 특별히 붐비고 있습니다. 쉼터에서 스탬프를 받아오세요. 그러면 티셔츠와 약과를 드립니다.”
경상도 말씨의 사나이가 열심히 시장을 소개하고 있다. 시장전체에 울리는 스피커폰이라고나 할까.

‘못골’은 연못이 있던 자리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못골시장은 75년부터 형성된,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지동시장과 붙어 있는 작은 재래시장이다. 87개의 상점이 사이좋게 모여있다. 2009년 5월 7일, 이 시장에서는 마수걸이展이라는 수상한 이벤트가 열렸다.

마수걸이 「명사」
「1」맨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 또는 거기서 얻은 소득. ≒마수01「2」.
「2」맨 처음으로 부딪는 일.

마수걸이전은 못골시장 슬로건 공모전, 라디오스타 프로젝트 성과보고, 못골 문전성시 히스토리영상 상영회, 못골온에어 공개방송, 세미나, 줌마불평합창단 공연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이 자리는 작년 10월부터 진행돼온 문광부 시범사업인 문전성시(문화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시범사업) 프로젝트의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이자, 시장사람들이 그동안 만들어온 다양한 공동체 프로젝트를 세상에 내보이는 자리였다.

시장을 갤러리로 만들지 않겠습니다. 시장자체가 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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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골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은 지역활성화센터이다. 시장사람들에게 문화관광부 관계자나 지역활성화센터 사람들은 ‘외부인’이다. 하지만 “시장을 갤러리로 만들지 않겠다”는 오형은 프로젝트매니저(지역활성화센터대표, 이하 오PM)의 다짐 속에서, 외부예술가가 아닌 시장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목표만은 분명하게 보인다. 문화활동을 통해 소통하고 돈도 버는 활동의 주인공은 시장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외부인’들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자치활동을 조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곳은 시장 사람들의 커뮤니티 비즈니스입니다. 그동안
1. 동네방앗간 같은 곳을 만들어서 커피를 팔아보자.
2. 5촌 1장을 기획해 친환경적인 주스를 팔아보자.
3. 유기농 인증받은 농산물을 수수료 받고 유통시키자.
4.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자.
5. 학생들에게 액세서리를 팔아보자.

는 아이디어들을 논의하면서 어떻게 하면 문화활동도 하면서 상인들이 소통하고 돈도 벌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지역농산물, 공정무역 커피를 팔자고 했을 때 상인들은 장사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새로운 장사, 새로운 소통 모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오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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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사람들의 커뮤니티비즈니스

2시부터는 못골시장 휴식터에서 ‘못골시장 문화를 꽃피우는 세미나’가 열렸다. 희망제작소 김홍길 연구원은 ‘시장사람들의 커뮤니티비즈니스’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김 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일본의 커뮤니티비즈니스 사례 ‘(주)아모르도와’, 한국 커뮤니티비즈니스 사례 ‘성미산공동체’를 소개했다.

커뮤니티비즈니스
‘커뮤니티’와 ‘비즈니스’를 합성한 말로 지역의 문제를 비즈니스를 활용하여 해결하고 그 이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사업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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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90년에 만들어진 아모르도와는 동네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회사이다. 47년부터 87년까지 활성화되어 있던 시장이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쇠퇴하자, 상점진흥조합의 조합원들이 신사업을 모색하면서 만들었다. 처음에는 전문성을 근거로 거절도 당했다. 그러나 열정과 성의로 이를 극복했다. 아이들에게 믿을 수 있는 급식을 주겠다며 학교에 급식위탁을 신청했다가 구청으로부터 전문성을 이유로 거절당하자, 주민들은 조리자격증을 따서 다시 도전했고 결국 용역을 맡게 되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 시장을 곤경에 빠뜨렸던 핵심요인인 백화점에 오히려 청소용역을 제안해 따내고, 지역의 고령자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일을 하고, 아이들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아모르도와는 철저하게 지하철 한 정거장 내의 마을주민만 고용하는 원칙을 지킴으로써, 지역에서 200여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의 커뮤니티비즈니스 사례로 소개된 성미산 공동체는 아모르도와보다 더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운동성을 가진 움직임이다. 2001년 성미산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서울시가 배수지 건설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주민들은 100일 넘게 밤낮으로 천막농성을 벌이고, 번갈아 가며 보초를 섰다. 결국 2003년 서울시는 성미산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줬다. 성미산 공동체는 1994년부터 이주민들이 정착해 생태적, 공동체적, 자율적 가치를 기반으로 공동육아를 해오던 참이었다. 이후 마포두레생협을 만들어 안전한 먹거리를 나눴고, 지역사회에서의 협동기반을 넓혀왔다. 2001년부터 3년간 이어진 ‘성미산 투쟁’은 이후 ‘자동차 나누기’, ‘카페 운영’, ‘대안적으로 아이 키우기’ 등 생활ㆍ경제 공동체의 아이디어를 나누는 공론의 장이 되었다.

이 두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점은 경제적 단위의 삶이, 마을 공동체가 지속되는 것과 함께 굴러갔다는 것이다. 곧, 나만 잘 사는 방법을 궁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을 사람들의 경제,생태,아이들에 대한 공동의 돌봄을 함께 고민했다는 것이다.

못골시장, 새로운 커뮤니티비즈니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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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골 문전성시 프로젝트 3단계

1단계: 3인의 (외부)큐레이터가 문화활동을 통한 소통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2단계: 큐레이터와 상인들이 공동으로 기획한다. 상인공동체에서 큐레이터와 상인 기획자들에게 월급을 준다.
3단계: 상인이 ‘참여’하는 게 아니라 상인들이 기획하고 작가를 참여하게 한다.

못골시장은 주민참여의 측면에서 다른 시범사업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인들에게 ‘시장은 우리의 것’이라는 주인의식이 있고, 나고 자란 터전을 기억하는 토박이 2세대가 자리를 잡고 있다.

못골시장 상인연합회에서 재무를 맡고 있는 쉼터(분식집)의 김승일씨(33세)는 세미나를 여는 장소로 자신의 분식집을 기꺼이 내주며 문전성시전을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다.

“이 앞이 저희 집이에요. 여기에서 나고 자랐죠. 아버지도 어렸을 때 이 골목에서 뛰어놀고.”
“오늘 이 장소를 내주시면 장사는 어떻게 하세요?”
“그냥 입장료를 조금 받죠. 근데, 돈은 좀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냥 시장 좀 알리려고 하는 거죠. 이렇게 장사 안 하고 다른 행사하는 날에는 사람들이 ‘꽈배기 안 팔아?’ 이러죠.(웃음)”

김승일씨는 시장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와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쉼터분식 한 켠에 작은 방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TV도 보고, 전자오락도 하고 밥을 먹기도 한다. 생산과 나눔과 돌봄이 함께 이뤄지는 곳, 이것이 시장사람들이 일구는 커뮤니티비즈니스의 작은 예일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시간을 내어주고, 자원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제공동체, 못골시장 커뮤니티비즈니스의 진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