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아파트 평수에 따라 달라지는 신분?

아파트 광고들은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가 삶의 품격마저 결정짓는다고 이야기한다. 전국 어느 곳엘 가나 즐비한 그 광고들은 고가의 아파트에 살수록 편리할 뿐 아니라 문화적 환경이나 인간관계마저 달라져 상류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광고가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은 주로 그것이 빈부 격차를 은연중에 더욱 조장하여 상대적인 박탈감을 유발하기 때문이겠지만, 그에 더해 삶의 품격까지 값비싼 아파트가 결정한다는 발상 자체가 할 말을 잃게 할 정도로 공허하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 주거의 형태가 안락한 삶의 척도가 되어버린 현실이 버젓이 놓여 있기에, 아파트 광고의 불편한 현혹만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부동산 시세와 전세값의 요동에 울고 웃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집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욕망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미 우리는 이러한 주택시장 학습효과로 인해, 더 넓은 집, 더 비싼 집에 살기를 바라지만, 그 이면엔 용역까지 동원되는 강제철거로 대책 없이 쫓겨나는 수많은 세입자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실질적 신분의 격차가 주거의 형태로 드러나는 사회,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주거 신분사회’가 되어버렸다.

강남 8학군, 대한민국 욕망의 발신지

집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아귀다툼의 최상위에는 ‘강남’이라는 상징적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행정적으로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를 지칭하는 이른바 강남권은 애초에는 신도시처럼 주택정책의 일환으로 개발되지는 않았다.

강남 개발의 시초는 박정희대통령의 안보관에서 비롯한 것으로 ‘북한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60년대에 시작된 것으로 70년대 중반까지는 강남지역으로 주거를 옮기는 이가 실제로 많지 않았으나, 그후 정부의 각종 세제 혜택과 더불어 부동산투기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강남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소위 ‘8학군’으로 불리며 입시교육의 메카로 자리 잡은 후에는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도 강남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강박적 현상을 낳았다. 그 결과 사람들은 안정적 재산 축적과 자녀교육 투자 등을 위해 강남에 살기를 욕망하는 한편, ‘그곳’ 사람들의 인생은 자신의 것과 뭔가 다른 차원일 것이라는 막연한 열등감에 시달린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지역에 거주한다는 것이 사회적 권력집단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과 그에 따른 불안심리를 동시에 반영하는 것이고, 이러한 심리가 조장되고 고조될수록 부동산투기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공공임대주택, 주거불안은 해소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전체 가구 대비 공급 주택을 단순비교한 주택보급률은 2000년대 들어 100%를 넘어섰다. 이는 공급 주택이 가구수와 같다는 뜻이고, 산술적으로는 한 가구에 한 주택이 돌아간다는 뜻이나, 실제는 물론 그렇지 않다. 집이 상품이며 부동산이기에 발생하는 투기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공공임대주택은 집의 이러한 속성이 삶의 거처라는 본원…적 성격을 위협할 때 출현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으로 집을 지어 저소득층에게 안정적으로 임대하는 공공임대주택 제도가 자본주의가 가장 먼저 발달한 영국에서 출현한 사실이 그 점을 입증한다. 사회 불안을 해소하고 안정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어 노동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주택 보급이 우선적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총주택 중 임대주택의 비중이 20~30%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은 약 2.5%(2004년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분양아파트에 비해 떨어지는 시설 수준은 임대주택에 대한 호감도를 떨어뜨리고,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낮은 수준의 사회적 인식은 임대주택을 가능한 한 벗어나야 할 곳으로 여기도록 만들어버렸다. 이것이 공공임대주택 보급과 관련해 보급률을 높이는 일도 시급하지만, 삶의 터전으로서의 공간설계 역시 중요한 이유다.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란?

우리 사회의 현실적 담론모색에 주력해온 창비는 희망제작소와 함께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 전10권을 간행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국가정책이나 사회제도의 변화에 대한 거시적인 접근 등에 치중해온 것에서 벗어나, 생활현장에 밀착한 ‘구술면접 연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구술면접 연구는 시민들의 생생한 육성을 직접 듣고 취재한 녹취록을 바탕으로 하여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사회구성원의 생활경험과 문화적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질적 접근”은 시민들이 직접 생활세계 속에서 체험하며 얻은 지혜에 기초한 덕분에 한국사회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크게 이바지하리라 기대된다.

■ 목차

발간사_ 현장의 목소리’에서 희망을 찾다

일러두기

머리말_ 삶의 거처인가 돈벌이의 수단인가

1장 집은 당신에게 무엇인가?ㆍ최민섭
2장 공공임대주택의 비초가 그늘ㆍ남영우
3장 주택금융의 희망찾기ㆍ최은영
4장 주택문제는 수도권만의 문제인가?ㆍ강민석
5장 신도시 개발의 희망과 절망ㆍ천현숙
6장 뉴타운, 떠나는 자와 남는 자ㆍ김태섭

맺음말_행복한 집, 행복한 세상

구술자 소개

■ 저자 소개

최민섭 |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ㆍ건교부 부동산통계 자문위원ㆍ건교부 민원제도개선협의회 위원
최은영 |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재직 중
남영우 | 나사렛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 중
강민석 | 메리츠종금증권 부동산 금융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
천현숙 |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
김태섭 | 주거환경연구원 연구실장으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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