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이 글은 희망제작소 부설 간판문화연구소의 이보현 연구원이 쓴 글입니다.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2007 지하철 개선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으로,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올립니다. 사회창안센터는 항상 아이디어와 또 그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희망제작소가 하는 일이 도대체 뭐야? 사회창안센터에 올라온 아이디어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 해도 추천수만 높으면 좋은 아이디어야?” – 미정(희망제작소 온라인 회원)

지하철 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양한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사회창안센터에 등록되었다. 그 중 “지하철 도착 알림등을 설치하자”는 의견이 1월 13일 SBS 8시 뉴스에 소개되었고 나는 담당 연구원의 요청으로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그림을 그렸다.

아이디어를 처음 접했을 때는 나도 제안자와 마찬가지로 알림등이 있다면 반대 방향의 지하철이 오는 소리를 듣고 무작정 달리는 수고를 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누구를 위한 알림등인가, 무엇을 위한 알림등인가를 따져보면 비장애인 중심,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효율성 중심의 아이디어로 좋은 의견만은 아니다.

지하철이 오는 소리가 들리면서 알림등이 깜빡이고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그 지하철을 타기 위해 개찰구에서부터 뛰어간다고 생각해보자. 반대 방향의 지하철이 오는 소리에 뜀박질하는 헛수고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금방 다음 지하철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조급한 마음에 당연히 뛰게 될 것이다.

일분 일초도 낭비하지 말고 어서 뛰어가 지하철을 타라는 말처럼 들릴 것이고, 장애인들에게는 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비장애인들은 은연중 길을 막고 있는 노약자나 장애인을 효율을 떨어뜨리는 방해물로 여기게 될 지도 모른다.

희망제작소는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드는 곳이다. 시민들이 주인이 되어 소망을 현실로 만들고 지역에서, 문화적으로, 대안의 희망을 찾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희망제작소가 말하는 “시민”이란 나이와 성별, 지역과 인종, 장애 여부에 의해 어떠한 차별도 없는 모든 사람들이다. 임산부 배려 캠페인이나 시각장애인의 지폐 식별 고충 문제를 제기한 사회창안센터의 활동을 통해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면에서 희망제작소의 가치와 방향이 일관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사회창안센터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생활 속에서 나온 생생한 요구와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하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 왔다. 그 과정에서 희망제작소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다루어야 하고 교육이나 경험이 부족하여 당사자들에게 개발되지 않은 감성은 다양한 사회적 장치를 통해 길러 줘야 한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대학교육을 받은 비장애 이성애자 여성인 내가 다양한 사람들의 모든 입장을 대변할 수는 없다. 사소한 말이나 몸에 밴 행동에서 수많은 실수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희망제작소는 소수자들의 감수성을 이해하고 연구에 반영해야 한다. 희망제작소와 연구원들은 앞서 언급한 지하철 개선 아이디어처럼 “일부”시민들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가 끊임없이 되물으며 “모든”시민과 함께, 시민을 위한 희망 대한민국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