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프로그램

*아래 글은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계신 고창남씨께서 오마이뉴스 기사에 실으셨던 글입니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원을 빌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날마다 솟아오르는 태양이지만, 이날만은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차 있다.
 

희망제작소와 아름다운 가게 일꾼들의 새해맞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냥 평범한 일출 장소가 아니라 지리산이라는 것이고,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일출 맞이’라는 것이다.


12월 30일. 아름다운가게와 희망제작소의 일꾼들은 박원순 변호사와 함께 지리산으로 향했다. 함께 한 일행들은 평범한 회사원에서부터 사회적 기업가, 모금활동가, 천사클럽회원, 전직 공무원, 시인, 건축가, 학원강사, 주부, 고등학생, 대학생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진 필부필부(匹夫匹婦)이다. 심지어 태평양 건너 캐나다 밴쿠버에서 온 이도 있었다.


다만, 이들은 민주주의에 희망을 담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 지리산으로 가는 희망제작소, 아름다운가게 일꾼들의 버스 
ⓒ 고창남  지리산
 
 산행의 일정은 12월 30일 조계사를 출발, 실상사에 도착하여 1박하고 다음날 거림으로 이동하여 세석산장까지 산행하고 세석산장에서 1박하고 다음날 새해아침 촉대봉으로 올라가서 2010년 경인년 새해 일출을 보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첫날인 12월 30일 저녁, 실상사에 도착하여 전 주지스님인 도법스님의 강연을 들었다. 강연에 나선 도법스님은 우리가 갖는 희망의 근거는 무엇이며,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비교적 쉽게 강의를 해주셨다.



  
▲ 도법스님의 강연을 열심히 경청하는 일꾼들 
ⓒ 고창남  도법스님
 
 도법스님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박노해 시인의 말씀이 있는데, 이제 이말은 “자신만이 희망이다”라고 바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아무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서, 그는 “희망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교에서는 이를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 한다.

 그는 자신의 존귀함,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희망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존귀함을 인지함과 동시에 “관계를 ej나서는 내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도법스님은,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신뢰가 무너져있다’는데 있으며, 이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데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을 인정해야 하며, 그래야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도법스님의 강연에 이어 ‘원순씨와의 대화’가 이어졌는데, 박원순 변호사는 ‘원순씨와의 대화’를 통하여 자신은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를 운영하면서 매년 정초에는 지리산에 와서 새해 희망을 설계해왔는데, 올해로 여덟 번째라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도 새해 일출맞이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하면서, 올해에는 특히 초등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참여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 ‘원순씨와의 대화’를 진행하는 박원순 변호사와 일꾼들 
ⓒ 고창남  원순씨와의 대화
 
 그는 아이들에게, “인생을 너무 쫀쫀하게 살지 말라”고 말하면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너무 공부만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어른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호연지기’를 키워주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있던 한 참가자는 맞장구를 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들이 ‘공부해서 님주냐’고 말하는데, 핀란드에서는 ‘공부해서 남주는 공부를 한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무한경쟁의 교육’, ‘상대를 죽이고 나만 잘 사는 교육’이 아니라, ‘공존공생의 교육’, ‘상호협력하고 상생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박원순 변호사는 또한, ‘지역공동체 경제’ ‘지역공동체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시범사업(pilot project)으로 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역공동체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는 공동체(Community)에 기반을 두고 지역사회문제를 비즈니스 방법을 도입하여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

 그는 또한, 우리나라 각급 학교마다 서무과가 있는데, 이를 통합하여 온라인화하면 훨씬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법스님의 강연과  ‘원순씨와의 대화’를 마치고 휴식을 취한 일꾼들은 다음날(12월 31일)거림을 경유하여 세석산장으로 향했다.



  
▲ 산행에 앞서 기념촬영하는 박원순변호사와 일꾼들 
ⓒ 고창남  산행
 
 거림에 도착하자, 지리산 입산이 통제되었다고 하여 거의 정오가 될 때까지 거림 입구에서 대기해야 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세석 산장으로 들어가면서 눈 쌓인 산길과 눈꽃(雪花) 등 겨울 산의 절경을 감상했는데, 세석평전 저 아래 산등성이를 보니 노을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2009년 한해가 저물어가는 석양을 보니 하늘은 붉게 물들어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했고, 반대쪽 하늘을 보니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 아름다운 하늘, 산 그리고 해와 달이었다. 이 아름다운 노을과 밝은 달, 그리고 찬란한 태양을 주신 자연에 감사드리면서, 이 모든 빛과 아름다움을 그 모든 어두운 곳에서, 옥탑방에서, 반지하방에서 사는 많은 우리의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심정으로 세석산장에 이르렀다.

다음날 아침. 드디어 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 구름을 뚫고 솟아나는 지리산의 일출 
ⓒ 고창남  일출
 
 그러나, 밖을 보니 하늘은 눈발이 간간히 내리면서 구름이 끼어 있었다. 이 상태로는 일출을 보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세석산장을 출발해서 촛대봉으로 향할 때만 해도 비관적이었다. 구름이 자욱한 하늘, 그 어디에서 태양이 떠오를까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숨소리가 깊어지고 촛대봉이 가까워질수록 상황이 달라졌다. 거의 촛대봉 정상에 서는 순간, 사람들의 입에는 환호성이 올랐다. “우와! 일출이다! 야호!”

마치 절망으로 가득찬 세상에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본 것 같았다. 사람들은 살을 에는 듯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 환희와 황홀을 거의 30분 이상 즐기고 사진을 찍고 부둥켜 안고 구호를 외쳤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속 소원을 빌기도 했다.

 경인년 새해의 일출은 만방의 절망한 사람들에게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끝내 희망을 놓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결코 좌절하지 말고 희망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경인년 새해의 지리산 일출기행은 여느 때와는 달리,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산행으로, 세상의 온갖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싹을 틔우는, 뜻깊은 산행이었다.


▲ 산행 후 지리산 산행을 모두 마치고 기념촬영하는 박원순변호사와 일꾼들

출처 :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일출 맞이 – 오마이뉴스

글 : 고창남(오마이뉴스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