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전기성의 조례 사랑 이야기

벼랑 끝에 몰린 지방의회



지방의회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지금까지는 ‘자질론’ ‘임기 중 조례 1건도 발의하지 못한 의원이 대부분이다.’라는 정도의 평가가 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시작된 의정비 조례로 인한 갈등은 극도로 악화되어 가히 폭발상태다. 여론은 ‘지방의회가 왜 필요한가?’ ‘의원에게 단 1원을 주는 것도 세금이 아깝다.’ 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게다가 지방자치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의정수당 결정 조건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정하여 2008년10월8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방의회를 풀뿌리 지방자치의 꽃이라고 주장해온 행정학자들도 의정비 결정조건에 의정활동 성과를 반영하고 주민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방의회 스스로는 이 위기를 벗어날 힘도,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이고 거기다가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고 있으니 이보다 더 큰 위기는 없을 것이다. 지방의회와 지방자치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지방의회가 불신받게 된 3가지 원인

첫째, 지방의회 제도에 대한 이해부족이다.

국회의원은 국가사무 전반에 대해 법률을 제정하고 의원활동을 한다. 이에 비해 지방의원은 국회와 중앙정부가 정한 법?령의 범위안에서, 그나마도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자치단체장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조례안 발의가 가능한 법률적 한계가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가 전체 사무 중에서 시?도가 취급하는 사무는 27% 정도이고 시?군?자치구는 많아야 10%, 적게는 5%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의회의원이 조례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령의 범위안’에서의 사무라는 한계에 부딪힌다.

다음은 시?도의 조례와 규칙의 범위안에서 가능하며, 그나마도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사항은 미리 자치단체장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 상황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재정자립도가 10% 수준의 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지출이 따르는 새로운 조례발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와 같다. 따라서 의정활동을 전문으로 감시하는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입법활동에 제한을 받지 않는 국회의원을 연상하며 지방의원이 임기 중 ‘조례안 발의를 1건도 못한 의원’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지방자치제도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 것이다.

”?”지난 9월 말 지방언론기자들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이 점을 강조했더니 참석한 기자들도 자신들도 그렇게 평가한 적이 있다고 고백하며 평가방법에 미흡했음을 인정한 적이 있다. 참고로 국회의원과 광역의회의원, 기초의회의원의 조례제정과 활동범위에 관한 헌법과 지방자치법의 규정을 표로 정리하면 <표-1>과 같다.<표는 전문자료 참조>

둘째, 주무부처 정책상의 문제다.

지방자치를 주관하는 부처가 지방의회활동을 지원하기 보다는 오히려 견제하고 제한하는 입법과 정책을 지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방의원을 비롯하여 대통령과 국회의원, 자치단체장은 같은 공직선거법에 의해 선출된다. 그런데 유독 지방의회 의원의 수당결정만 자치단체의 재정력지수와 의원 1인당 주민 수에 더하여 자치단체종류, 주민의 의견, 의정활동평가에 따라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면 2008년 2월 제정된 ‘의정성과 공표제 시범운영 지침’ 중 ‘1. 의정성과 공표지표’<표-2>의 세부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이 지침은 자치단체의 반대로 지침에서 삭제됐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로 볼 때 그 기조는 변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표는 전문자료 참조>

<표-1>과 <표-2>를 비교하면 지방의원은 헌법과 지방자치법, 그리고 개별법과 자치단체장의 동의하에 조례제정과 활동이 가능함에도 이러한 전제를 달지 않고 마치 국회의원과 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지방자치법과 시행령을 개정하여 의정비 결정을 위해서는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의견을 수렴하여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 하는 것은 지방의원의 활동범위를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활동을 위축시키는 치명적인 조치로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문제되는 것은 의정비의 성격을 단순한 수당으로 보는가, 아니면 생계보전수당인 급여로 보는가인데, 이에 대해 법률과 정부의 명확한 설명이 없다. 실제로 학자와 의원 중에도 ‘유급제 실시’라고 하면서 급여 성격인 ‘유급제’라고 부르고 있으나 우선 이 문제부터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일본 지방자치법 제203조가 ‘의원보수’로 정하면서 아무런 조건을 붙이지 않고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한 것은 우리와 크게 비교되는 규정이라고 하겠다.

셋째, 지방의회 의원 스스로의 책임과 의지, 노력부족이다.

지방의원 활동을 냉철하게 보면 그동안 시민단체 등에서 지적한 문제점 중 조례안 발의 수를 거론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지방자치의 참뜻을 이해하고 노력하는데 미흡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성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우주선에서 인터뷰한 ‘사람이 먹고 배설하는 문제가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우주에 와서 알게 됐다.’는 말은 지방자치를 하는 분들은 잘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즉 ‘지방자치단체안에서 주민생활과 관련된 일은 자치단체가 그 지역 안에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주민생활에 필요한 공공시설인 쓰레기 처리, 화장장 등은 자치단체의 책임임에도 지방의원들은 주민의 눈치를 살피며 공약에 제시하거나 설치를 위해 노력하지 않음으로써 님비정서에 동참하고 주민생활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즉 주민의 입맛에 맞는 일에만 신경을 썼다는 말이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조례안 발의와 의정활동의 최대의 장애물인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정한‘법?령의 범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크게 미흡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국회와 정부가 제정한 법?령에는 지방자치는 고사하고 국정운영에도 적합하지 못한 내용과 적법성, 합리성, 시행가능성에 문제가 있는 법?령이 많이 있다.

이러한 법?령 규정을 평가하는 것은 국회의원이나 정부보다는 주민과 밀접한 위치에 있는 지방의원이 더 유리한데도 불구하고 거의 방치하고 있다고 본다. 즉 법령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 대안을 만들어 제시함으로써 국가와 주민으로부터 인정받을 위치에 있으나 이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지방의원에게는 보좌관제도와 활동비도 부족하다는 이유가 있겠으나 그런 이유만으로는 궁색하고 무보수명예직으로 출발했다는 점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지금의 위기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전화위복 계기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방의회가 겪는 시련은 지방의회만의 책임이 아니고 제도와 중앙부처의 책임도 일부 있다. 그렇다고 지방의회가 이대로는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어려운데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의정활동의 중심을 법령 분석에 두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 국회의 입법상황을 보면 단원제 국회의 단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 국회는 헌법 제40조의 입법전속권을 활용하면서 의원발의방식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특히 17대 국회 이후에는 의원발의 건수가 정부 제출 건수를 앞서고 있다.

문제는 국회가 법률안을 충분히 심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요한 안건에서 때로는 지방자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민소환법안의 경우처럼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심지어는 국회 본회의 의장석을 점거한 상태에서 법률을 통과시키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 헌법이 비록 제117조와 제118조의 단 2개조에 지방자치규정을 두고 있지만 국회는 그나마도 지방자치정신에 어긋나는 법률을 허다하게 제정하고 있으며 또 이를 제지할 방법도 없다.

이점에서 프랑스 헌법 제24조에 상원은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성을 보장하는 제도를 둔 것’과, 이탈리아 헌법이 제114조에서 제133조까지 무려 19개조를 지방자치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 전문을 관련자료로 첨부하였습니다.
 1267417822.PDF                                       



글_
전기성 (희망제작소 조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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