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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희망탐사 38>

“천안 KYC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자원활동으로 지역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젊은 시민단체입니다. 1990년부터 천안사랑민주청년회 활동으로 출발하여 청년들의 사회적 성장을 이루며 사회 개혁과 시민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생활의 작은 부분부터 변화를 만들어가는 21세기 시민들의 큰 희망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

한국청년연합회(KYC : Korean Youth Corps) 천안지부의 홈페이지(www.cakyc.or.kr)에 실린 천안KYC의 소개 글이다. 1999년 설립된 천안KYC는 1995년 설립된 천안사랑청년회의 전신으로, 천안사랑청년회는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지역청년운동을 고민하면서 모인 조직이었다. 학생운동 출신 청년들과 지역청년들이 모여 지역민주주의와 통일문제 등을 논의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지역 청년들과의 결합을 강화하기 위해 컴맹탈출반, 산악반, 역사기행반, 풍물반 등의 동아리활동을 했고, 1999년에 비슷한 전국의 청년회 등이 합심해 한국청년단체연합(한청) 총회를 거쳐 지역시민운동을 지향하는 한국청년연합회(KYC)가 창립됐다. 학생운동에서 재야운동으로, 그리고 지역시민운동으로 진화해온 것이다. 그 지역 KYC 주민운동 현장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꼽는 천안KYC를 만났다.

느티나무살리기로 시작한 지역운동
”?”천안KYC는 1999년 창립 첫 해에 IMF위기 속에서 실질자들을 실질적으로 돕고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희망카드’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지역업체들이 참여해 실업자들이 상품구매나 서비스이용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었는데 업체들의 호응도 예상을 뛰어넘었고 이를 이용하는 실직자들과 저소득층들도 큰 호응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계속해오고 있는 운동의 하나인 ‘좋은친구만들기’ 운동을 하면서 비행청소년들의 멘토링 사업도 역점사업으로 진행했다.

천안KYC가 지역운동, 주민운동의 맛을 제대로 맛본 것은 아파트 주민들과 ‘느티나무살리기’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강윤정 천안KYC 사무국장은 그 일화를 다음과 같이 들려준다.

“장기수 전 천안KYC 대표와 같은 주공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우연찮게도 시민운동하는 사람들이 그 아파트에 여러 사람 있었습니다. 그 아파트에는 천안시 보호수인 300년 된 느티나무가 있었는데 죽어가고 있었죠. 그 책임을 놓고 주택공사와 시가 서로 공방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 느티나무를 살리기 위해 열 가족이 모여서 ‘느티나무동네사람들’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천안시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남기고, 항의서한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느티나무아래 작은 음악회’를 열어 그 운동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호응이 좋았습니다. 음악회에 1000여 명이 모였던 거죠. 천안시와 주택공사도 놀랐습니다. 그 후 주택공사가 5000만 원을 기금으로 내놓고 배수공사를 다시 하고 나무병원에 위임해 느티나무를 살려보려고 애썼지만 안타깝게도 나무는 죽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나무살리기운동을 기화로 주민운동이 살아났습니다. 느티나무를 보내는 위령제도 지냈는데 많은 주민들이 모였고, 느티나무살리기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화재가 난 뒷산에 동네나무심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기회로 천안KYC는 제대로 된 주민운동을 벌일 수 있었습니다.”

주민과 밀착한 지역운동
”?”한 그루의 느티나무를 살리자는 운동을 통해 천안KYC는 새로운 주민운동을 모색하게 된다. “주민들이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은 천안KYC는 새로운 차원에서 주민운동을 모색했고, 그 일환으로 아파트영화제를 열게 된다. 여름방학 때 저녁시간에 야외공간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었는데, 단순히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역량을 모아내고자 했다. 한의사를 초청해서 무료진료도 하고, 풍선아트로 취미 활동을 하는 주민들을 섭외해 아파트 영화제에 직접 참여하게 했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주민들만으로 판을 만들어 주민들 스스로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게끔 했다. 아파트 영화제는 호응이 좋아 다른 10여 군데 아파트에서도 추진했다. 문화에서 소외된 시민들에게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기에 더욱 의미 깊었다.

주민운동은 자생적인 주민들의 모임과 연대했을 때 더욱 효과가 좋았다. 천안KYC는 각 아파트에 형성되어 있는 부녀회와 관련한 활동도 했다. 아파트 분쟁해결이나 어린이 방학프로그램에 대한 조언이나 섭외, 부녀회 운영을 위한 교육 등이 그것이다. 아파트부녀회나 입주자회의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주민들의 욕구는 생각보다 더욱 컸다. 자기 마을, 자기 아파트에 대한 공동체 의식이 전혀 없을 것 같았지만 막상 판을 벌여놓으니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 참여욕구가 터져 나왔다. 일례로 천안시 쌍룡3동 주민들이 발행하고 운영하고 있는 마을신문을 들 수 있다.

천안KYC가 지원만 했다는 이 마을신문은 주민들이 직접 기사를 쓰고, 발행한다. 처음 이 신문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마을신문 기자를 뽑는다는 공고를 내고, 자원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부기자학교를 통해 교육을 했다. 그렇게 뽑힌 15명의 주부기자들은 직접 취재를 통해 기사를 쓰고, 후원금도 받아가면서 신문을 직접 발행하기에 이르렀다.

주민들의 참여욕구가 분출된 것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마을신문이 정착되고 나자 그 동네에 ‘신나는 가게’를 만들었다. 재활용품을 사고파는 시장으로서의 기능이 아니라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기획된 ‘신나는 가게’는 주민들이 직접 비즈공예나 일본어 강좌를 진행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주민과 밀착한 지역운동은 이렇게 자리를 잡아갔다.

근본에서부터 지역을 바꾼다-주민리더십 학교를 열다
”?”천안KYC가 주민운동을 하면서 중점을 뒀던 부분은 지역 주민과의 관계형성이었다. 그래서 문화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동을 펼쳐갔다. 이를 바탕으로 천안KYC는 시민들의 의식변화교육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지역운동을 펼쳐가고 있다. 그 첫 출발이 민주시민교육이다. 민주시민교육을 시작한 이유는 의식변화가 있어야 근본부터 개혁이 가능하리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천안KYC는 천안시와 협력사업으로 주민리더십학교를 2007년 하반기에 열 계획이다. 주민리더쉽학교는 천안 지역의 220개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자치의 좋은 사례들, 아파트자치회의 민주적 운영, 이웃간의 갈등해결 기술, 자원봉사조직과 동아리 운영과 지원 등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주민운동, 지역운동은 그 성격상 공동체 운동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해 앞으로는 주민공동체문화센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주민들 사이에 발생하는 민원을 상담하거나 조언해주는 조직을 꾸리는 일을 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그 안에서 법률ㆍ복지ㆍ문화적 문제들을 전문가를 통해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년이여, 지역에 돌아가 시장이 되라

지역운동, 주민운동의 성과는 금세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열매는 조금씩 열리고 있다. 그리고 천안KYC의 활동이 주민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으면서 천안KYC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 그 결과 천안KYC에서 4명의 시의원이 탄생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장기수 전 대표이다. 장기수 전 대표는 이미 천안의 명사가 되었다. “지역주민들이 KYC나 장기수 중 어느 한쪽은 안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지역주민활동을 하다보니 인지도가 높아져 유리한 고지에서 출발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었다.

장기수 전 대표는 지역운동, 주민운동을 했던 사람인만큼 장기적으로 도시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천안시는 도시농촌 복합도시입니다. 저는 도시공동체 만들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학교급식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농촌지역의 유기농산물을 급식에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지역운동을 했던 경험을 살려 공동체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풀뿌리 운동을 하면 언제나 최종적으로 막히는 것이 공무원이고 공공기관이었습니다. 일을 벌려놓지만 매듭을 짓지 못하게 됩니다. 이제 시의원이 되면서 그 매듭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공무원 마인드를 바꾸려면 의원이 되어 그것을 고쳐보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장기수 전 대표의 당선으로 천안KYC는 과거에 욕심은 있었는데 실행하지 못했던 ‘의정도우미활동’을 할 계획을 세웠다. 의정감시뿐만 아니라 기초의원 활동을 잘 하도록 정보제공도 하는 게 목적이다. 4명의 시의원이 탄생한 것을 계기로 지역운동도 좀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KYC는 전국 차원에서 ‘청년이여, 고향으로 돌아가 시장이 되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래서 센터별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지방자치센터가 만들어져 거기에서 지역정치인 육성활동을 해 왔다.

어떠한 운동도 그렇겠지만 지역운동은 소통이 생명이다. 천안KYC는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끊임없는 소통으로 자생력을 길렀다. 주민들의 관심은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들과 같은 눈높이로,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들이 관심있는 영역은 무엇인지를 알고, 그들과 함께 호흡해야만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천안KYC는 이제 주민들과의 관계형성을 바탕으로 지역정치의 장으로까지 주민운동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모두 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시 한 번 소통의 의미를 곱씹어본다.

면담일시 – 2006년 8월

면담인사 – 권혁술( 천안 KYC 공동대표, 법무사.)

장기수( 전 천안 KYC 공동대표, 천안시의회 의원 )

강윤정( 천안 KYC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