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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한 걸음 더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가라.
6. 장래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을 바랄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거창고등학교 강당에 걸려 있는 이른바 ‘직업선택 10계명’이다. 서로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진학.취업하기 위하여 온갖 힘을 다하는 풍토에서 이런 엉뚱한 가르침을 주는 고등학교가 있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 엉뚱한 가르침을 받고 자란 학생들의 90%가 4년제 대학을 진학한다는 사실이다. 지리산 아래 산골 고등학교, 입시 경쟁보다는 인간이 먼저 되게 하는 전인교육을 시키는 학교, 누구도 현실적으로 여기지 않는 ‘직업선택 10계명’을 가르치는 이 이상한 학교에 들어가려고 전국의 부모들이 경쟁하고 있다.

세상에는 참 엉뚱하고 바보 같은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 엉뚱하고 바보 같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고 마침내 그 사회의 존경받는 리더가 된다. 모두가 똑똑하고 자기 것만 챙기는 그런 이기적인 사회에서 자기 것 보다는 남과 이웃의 것을 먼저 챙기고, 희생과 봉사를 즐겨하는 그런 엉뚱하고 바보 같은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이다.

최근 희망제작소가 진행하는 소셜디자이너스쿨(SDS) 1기를 수료한 분 가운데 이경희 중앙대 교수가 있다. 주거복지학과에서 평생을 바쳐 학생들을 가르친 그이는 SDS과정을 마친 다음 아직도 몇 년이 남은 교수직을 훌훌 던져 버리고 남은 삶을 자신이 가장 꿈꾸어 오던 것을 실천하는데 바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

교수가 되기 위해 온갖 서류를 준비하고 지난한 경쟁과 면접의 과정을 거쳤는데 그것을 그만 두는 데는 종이 한 장에 사인 한번 하는 것밖에 없더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이었다. 이제 그이가 버린 것은 그 핏빛 경쟁의 세상이요, 얻은 것은 아무도 가지 않는, 바로 봉사와 헌신의 블루오션이다.

소셜디자이너스쿨에 들어오고 또 수료한 이들 가운데는 이교수님과 같은 분들이 많다. 의외로 이 학교에 들어온 사람들은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료생들이 하나같이 가진 특징이 있다. 바로 꿈을 꾸고 그 꿈을 실천해 보려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자기가 잘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사회에 조금은 이웃과 사회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참 희망이 있는 사회라는 증거이다. 청년실업이 증가하고 노령화가 급속히 촉진되는 이 시대에 연령과 조건을 넘어 좋은 일을 꿈꾸고 실천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사회가 좋아지고 있다는 표시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절망이 깊어지고 꿈을 잃어버린 시대에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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