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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모의 국회를 디자인하자

한국 정치계에 ‘낙하산’이라는 유령이 나타난 지 오래되었다. 새 정치를 주창한 노무현 정부도 꾸 준히 자신의 사람들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냈다. 공공기관 선진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도 중단 없이 낙하산 인사를 하는 바람에 조선일보까지 나서 “지금 이 정권이 저들끼리 전리품이나 나누고 있을 처지인가. 무엇이든 조심하고 절제하면서 하나라도 국민의 마음을 얻어가도 모자랄 때에 이런 탐욕스런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면 국민의 마음은 정말 완전히 닫히고 말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국민 비판이 매일 등에 꽂히지만 정치인이 낙하산 인사를 그만두기는 쉽지 않다. 현 정부 고위직 인사가 노무현 정권 때 임명한 공공기관 감사에게 그만두라고 하면서 “지금 수 천 명이 목을 빼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한다. 선거란 혼자 치를 수 없으니 그 수 천 명과 함께 치렀을 것이다.

몇 년 씩 자신을 바라보며 혼신을 바쳐 일한 사람에게 따뜻한 법인 카드 하나 쓸 수 있는 자리 만들어줘야 인간으로서 도리를 한 것이다. 이렇게 다독거려야 다음에 춥고 힘든 시절이 오더라도 다시 자신과 함께 고된 정치역정을 함께 할 수 있다.

그래서 강준만 교수가 ‘지방은 식민지다’란 책에서 말했듯이 낙하산 인사의 핵심은 ‘보은’과 함께 ‘정치적 가용자원’의 비축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강 교수는 출마자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고 하는 것은 실현할 수 없는 이상을 담은 ‘천사표’ 공약(空約)이니 차라리 차선책으로 정직하게 낙하산을 탈 요원들의 수를 미리 밝히고 ‘낙하산 실명제’까지 하면 좋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국회는 낙하산 무풍지대가 아니다


국회는 과연 낙하산 인사의 무풍지대일까?
18대 국회에서 장관급인 국회 사무총장에 한나라당 박계동 전 의원이 취임하였다. 국회 도서관장은 유종필 민주당 전 대변인이 임명되었다.

대체로 사무총장은 국회 제 1당, 국회 도서관장은 국회 제 2당의 몫이고 이들의 임기는 2년이다. 17대 국회에서 사무총장은 1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남궁석 전 의원과 김태랑 전 의원이 맡았다. 사무총장은 국회법에 따라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협의를 거쳐 본회의의 승인을 얻어 임면하는데 여당과 야당의 몫인 사무총장과 도서관장을 선출하는 법률이나 근거는 없다. 이처럼 아무런 검증 없이 몫을 나누는 방식은 여야가 서로 묵인하는 ‘국회 운영 관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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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하는 낙하산 인사 실태에 대해 비난성명을 내는 정당 대변인들도 사무총장과 도서관장 임명과 절차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 않는다. 이제 대한민국 정치 현실을 해설하는 명언이 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국회 판 낙하산 버전이다. 단골메뉴로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는 언론도 국회의 낙하산 인사는 몰라서 그러는지 눈감아준다.

국회 사무직원이 입법고시 관문을 뚫고 사무관으로 출발해 수 십 년을 근무해도 수석전문위원 자리에 오르기 쉽지 않고 차관급인 국회사무차장과 입법차장이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 정치인은 단박에 3000 명이 일하는 국회 사무처를 관장하는 기관장인 국회사무총장에 오를 뿐만 아니라 이렇게 임명되는데 아무런 검증 절차조차 없다.

또한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여 의회의 전문성을 높이고 일반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지식정말英맛?인프라를 만드는 대표적인 국가도서관인 국회도서관의 관장도 마찬가지다. 국립중앙도서관과 함께 우리나라 지식정보계의 양대 산맥인 국회 도서관의 장이 되려면 적어도 책과 문화를 아는 사람이어야 하겠지만 그런 것은 아무 재론 거리도 못 된다.

그래서 전국공무원노조 국회 지부는 17대 국회 때 국회사무총장과 국회도서관장을 정치적 중립성이 있는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검증 절차를 거쳐 임명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구체적 방안을 국회의장에게 제시하였다. 정부 각 부처 장관들의 역량과 자격을 대통령 임명 전에 청문회를 실시해 검증하듯 일정 절차를 거치자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 응답 없이 18대 국회로 넘어왔다.
그런 검증 절차가 없어 담이 커져서일까? 2007년 3월 국회 도서관 문용주 관장은 외국의 입법과 정책사례를 조사 번역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해외자료관 5급 직원을 채용하면서, 면접시험에 직접 참여하여 직무 관련 능력과는 무관한 음악학 전공자인 며느리를 채용하였다. 국회 도서관 노조와 일반직 간부들까지 나서 항의가 이어지자 며느리가 물러나면서 일이 마무리되었지만 문용주 관장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문용주 전 관장은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북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으며 2006년 12월 한나라당의 추천을 받아 도서관장에 임명됐었다.


차선책으로 3배수 후보로 청문회 절차를 거치면


여야 정당에게 국회 사무총장과 국회 도서관장을 정치와는 거리가 먼 능력 있고 참신한 인물들로 뽑자는 맑고도 맑은 ‘천사표’ 제안을 하면 이들은 ‘보은’과 ‘정치가용자원’의 축적이라는 낙하산 인사의 철학을 되새기며 속으로 그런 ‘천사표’ 제안은 현실을 모르는 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정치는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을 뽑는 예술이라고 하니 차선책으로 선거 제도를 능숙하게 운용하는 정치인들에게 맞는 ‘국회표’ 처방은 어떨까? 국회 사무총장과 국회 도서관장이 지녀야할 능력을 갖춘 사람은 많을 것이다. 정당들은 내부에서 추천을 받아 사무총장과 국회도서관장 후보로 각각 3배 수 정도의 사람을 뽑아, 정부 각 부처 장관들처럼 청문회 절차를 거치고 국회 본회의 투표를 거쳐 최종 선발하는 방법이다.

아마 국회 사무총장 후보는 국회 사무처 경영을 잘하고 국민에게 다가가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국회 도서관장 후보는 보다 의원에게 지원 서비스를 잘하고 국민과 함께 정보화 운동을 펼치겠다는 공약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설령 그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난다고 해도 지금처럼 국회 사무총장과 국회도서관장을 누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철학을 가진 사람을 뽑는지 알 수 없는 안개 속 낙하산 인사보다 낫지 않을까?


*이 칼럼은 여의도 통신에 함께 게재합니다.


”사용자 정광모는 부산에서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10여년 일하며 이혼 소송을 많이 겪었다. 아이까지 낳은 부부라도 헤어질 때면 원수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인생무상을 절감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국록을 축내다 미안한 마음에 『또 파? 눈 먼 돈 대한민국 예산』이란 예산비평서를 냈다. 희망제작소에서 공공재정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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