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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코앞에 위기가 닥쳐있습니다.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소멸위험지역이라니, 과장된 말도 아닌 거죠. 단박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방소멸’ 앞에 기회를 발견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사라지는 ‘소멸’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재해석하고, 삶의 터전을 일굽니다. 희망제작소는 청년의 지역살이를 살펴보는 ‘로컬다이버’ 인터뷰 시리즈를 전합니다.

서울에서 살다가 부모님이 계신 상주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선언한 이정원 쉼표영농조합 미녀농부 대표. 농사와는 무관했던 부모님이나 지인들은 정원 씨를 향해 걱정 어린 시선을 던졌다고 한다. 이정원 씨는 인터뷰 내내 ‘밥벌이’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렸다. 지역에서 청년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서울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거다. 농부로서 안착하기 위해 세 시간씩 쪽잠을 자며 ‘밥벌이’를 했고, ‘밥벌이’로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 이정원 쉼표영농조합 미녀농부 대표 ⓒ이정원

나의 밥벌이, 그리고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꿈꾸다

Q. 지난 2019년에 만난 뒤, 두 번째 만남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이정원: 잘 지냈고요. 변화가 생겼다면, 올해 결혼해서 아이를 가졌어요. 여전히 농사를 열심히 짓고, 교육도 하고요.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청년들과 같이 모여서 견학도 가고, 프로그램도 열려고 했는데 무산돼 아쉬워요. 청년 농부와 지역에서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우리 지역의 어르신과 같이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살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이 주춤했다고 하셨지만, 책 <파밍테라피>도 출간하고 바쁘게 보내신 것 같아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이정원: 2015년부터 농사지으며 경험한 내용을 묶어 작년에 출간했어요. 농사를 맛보기로 보여주는 에세이 형식이었다면 본격적으로 ‘파밍테라피’에 관한 두 번째 책을 준비 중입니다. 경북대 평생교육원에서 ‘파밍테라피’ 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뜻하지 않게 농산물이 버려질 때가 종종 있잖아요. 버려진 농산물로 체험이나 만들기 과정을 프로그램으로 기획하는 거죠. 이밖에도 농촌 현장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분이 많이 계셔서 작년부터 <농민신문>에 제가 농사를 하면서 겪은 제도적 혹은 일상적 문제를 칼럼으로 연재하고 있어요.

Q. ‘파밍테라피’라는 말이 색다르네요.
이정원: ‘치유 농업’이라는 말이 있지만, 주로 체험 위주잖아요. 제가 대학 때 심리학을 전공했고, 현재 운영하는 쉼표영농조합의 의미도 ‘몸도 마음도 쉬어가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거든요. 2015년 첫 시작부터 ‘치유’에 중점을 뒀던 거죠. 농업도 일종의 휴먼 서비스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심리적, 정신분석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우리들의 생리적, 정서적 부분을 농업과 결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실제 우리 몸은 어떤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치유될 수 있거든요. 이러한 흐름에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활동할 예정입니다.

Q. 거의 6년째 지역살이, 농촌살이를 하셨잖아요. 세월이 흐르면서 지역에서 관계를 과정도 달라졌나요.
이정원: 상주가 고향이지만, 좋은 것도 있고, 힘든 부분도 있어요. 제가 일하는 곳의 주민이나 어르신과의 관계가 훨씬 자연스러워졌죠. 초기만 해도 서로 눈치를 보거나 불편함을 느꼈는데, 이젠 저를 손녀처럼 대해주시고, 저도 할아버지, 할머니 대하는 듯하며 편하게 지내죠. 반면, 도시에서는 이웃과 보지 않고 살아도 큰 문제가 없지만, 농촌에서는 많은 사람과 마주해야 해요. 얼마 전에 택배 물류 관련해 업무 차질이 자주 벌어졌는데, 이곳에서는 업체가 달라도 알음알음 아는 관계이니까 거래처를 바꾸는 일조차 쉽지 않죠.

지역에서 청년으로서 잘 살 수 있는 조건은

Q. 청년이 지역에서 농업 창업을 많이 하잖아요. 필요한 자원은 무엇인가요.
이정원: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상주도 집값이 오르거든요. 불과 2014~2015년에는 30평대 아파트가 1억 중반이었다고 하면 지금은 3억이 넘어요. 지역에서 보면 오르는 게 크게 체감되죠. 청년이 농지를 구할 땅을 구하기도 어려운데 집을 구하기도 어렵죠. 특히 농촌에 사는 청년은 집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공공주택, 임대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조건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Q. 농업 청년에게 주거 지원이 시급하다는 말씀이시네요.
이정원: 농업 청년 중 남자의 경우 군 복무 대신 농지를 사서 3년 간 농사를 지으며 대체 복무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요. 100평으로는 농사를 못 짓잖아요. 농림부에서 2~3억 원씩 대출을 해주는 데 10년 동안 상환해야 해요. 20대 초반에 2~3억 원의 빚을 갖고 삶을 시작하는데, 이게 또 자산으로 잡혀 임대아파트에는 들어갈 수 없는 처지죠. 빚밖에 없는 청년이 대출금도 갚고, 이자를 내야 하고, 형편이 어려운데 주거 정책에서 농업 청년은 뒷전인 거 같아요. 또 원주민 청년이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가 농업을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귀농인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어요. 지역에 계속 살았기 때문에 귀농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건데, 외지에서 온 청년과 원주민 청년 간 혜택의 차이가 분명하죠.

Q. 수도권에 여전히 머무는 청년에게 지역은 어떤 기회인가요.
이정원: 수도권 청년에게 지역은 하고 싶은 걸 펼칠 수 있는 기회의 땅이지 않을까요. 연고가 있는 청년들이 새로운 무언가를 하려면 ‘누구네 집 아들, 딸’이라는 꼬리표가 늘 붙거든요. 저도 농사 시작했을 때부터 농사의 니은자도 모르는데 왜 농사를 짓냐는 얘길 수없이 들었어요. 그런데 수도권에 있는 청년들이 상주에 오면 마음껏 무언가를 할 수 있겠죠.

Q. 수도권과 지역에서의 격차는 무엇에서 느끼나요.
이정원: 격차를 잘 못 느끼겠어요. 도시에 살던 청년이 농촌에 오면 문화생활을 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는 얘길 자주 하는데, 사실 도시에 살아도 집 앞에 바로 극장이 있는 게 아니고, 30분은 이동해야 하잖아요? 지역에서 서울만큼 많지 않아도, 30분 정도 차를 타고 나가면 극장도 있고,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카페도 있어요. 그래서 격차를 잘 못 느껴요. 오히려 여유로움이 있죠. 출근할 때 사람한테 치이지 않고, 삶이 윤택해지는 건 확실해요.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 같죠. 서울에서는 밥 먹으려고 기다리고, 급하게 먹고, 붐비는 인파를 뚫고 가고, 자연이나 풍광을 보려면 뭔가 꾸며진 공간으로 가잖아요. 그런데 이곳은 눈만 돌리면 강이고, 들이고, 산이니까. 항상 자연을 바라볼 수 있으니까 좋아요.

Q. 청년 활동이 지속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이정원: 원주민과의 융합이 중요해요. 일단은 원주민과 융합하는 것과 자기가 먹고 살 것에 대해 지원사업이 아니라 실제 먹거리를 고민하고, 그런 길을 마련하는 게 맞죠. 예술인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디자인하는 친구들이 지방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서울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지역에서는 플랫폼을 잘 활용하면 여유로우면서도 밥벌이를 할 수 있죠. 거주 문제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 부분만 해결된다면, 오히려 서울보다 자기만의 밥벌이를 할 수 있고, 정 붙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지속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만큼 지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고 봐요.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이정원: 지역과 청년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저나 주변 이야기를 많이 했거든요. 육아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닥친 상황이 아니었으니까요. 지역소멸과 함께 인구절벽 얘기가 나오잖아요. 대개 가임기 여성으로 그 수치를 보던데, 사실 청년이 아이를 낳지 않아서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황이 더 문제이지 않을까 싶어요. 덜컥 애부터 낳을 수도 없고요. 일자리, 주거에 이어 임신과 출산, 육아에 관한 것 모두 청년 문제라는 데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출산 및 육아의 격차 없이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책이 시행될 때 지역의 삶도, 인구소멸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인터뷰 진행: 정보라 미디어팀 연구원 bbottang@makehope.org
-인터뷰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yj@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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