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는 지난 28일 <일본 커뮤니티네트워크협회> 다카하시히데요 부이사장을 초청해 “저출산 고령사회에서의 지역커뮤니티”라는 주제의 특강을 마련했다. 이날 특강에는 사사키 노리코(한국법인 커뮤니티 케어) 대표의 통역 아래, 20여명의 연구원이 참석했다. 다음은 이날 다카하시 히데요 부이사장의 특강을 요약한 내용이다.

”?” [특강 요약]

우리는 자기 몸에 맞는 옷을 골라 입는다. 그런데 주택은 공급자 맘대로 만들어 놓고 입주자는 주택에 맞춰 살아야 한다. 이것은 옳지 않다. 거주자의 욕구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순서를 바꿔 우선, 거주희망자를 모아 이들이 어떤 생활을 원하며 이를 위해 어떤 거주형태가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이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건물(Cooperrative House)을 만드는 “생활과학그룹”을 발족시켰다. 우리조직의 목표는 평화, 환경, 인권의 실현이며, 구체적으로 향후 50년 동안 ① 조직의 경제적 자립, ② 일본에 1000개 커뮤니티 창출, ③ 제도개혁이라는 50년 구상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시민의 고민 및 욕구를 파악하는 “상담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일본이 커뮤니티의 붕괴로 인해 아이들과 고령자의 생활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 시기를 맞아 고령자가 늘어나는 만큼, 이들을 지원할 노인수발보험에 대한 재정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나아가 과거에 이촌향도(移村向都) 주민을 흡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뉴타운이 현재 노인만 사는 올드타운으로 전락하여 이를 어떻게 재생할까 하는 것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편 농어촌 지역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고, 지방도시의 상가는 손님이 없어 장사가 안 되는 심각한 과소지역문제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저출산 고령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일본 전국에 27개에 이르는 주택 및 커뮤니티 모델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7개 모델은 도시형, 농촌형 등 지역특성을 반영한 모두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전에는 연간 2~3군데 규모였으나 현재는 우리의 사업성과를 인정받아 연간 10~20군데 규모로 전개하고 있다. 이 27개 모델 중에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우선 <라이프하우스&시니어하우스> 도심부 모델을 소개한다. 이 사업은 유년인구의 감소로 놀고 있는 학교부지를 활용한 것이다. 맨 아래층에는 교류의 공간, 보육원, 클리닉과 레스토랑이 있다. 위층에는 도움이 필요한 고령자 주거공간(시니어하우스)이 있다. 마지막으로 상층부에 특별한 도움 없이 자립 가능한 고령자의 주거공간(라이프하우스)이 위치한다. 한편, 이 공동주택(Cooperrative House)에서는 젊은 세대에게도 입주를 개방하여, 젊은이부터 노인까지 함께 공동생활을 한다. 즉 각 가정이 독자의 거주공간을 가지면서 식사, 교류, 개호를 공동으로 할 수 있는 공유시설을 갖는다.

이곳에서는 ‘유닛케어’란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도움이 필요한 고령자 9명 정도를 작은 모임으로 만들어 생활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종래의 노인요양시설은 한 방에 2~4명이 함께 사용하여 문제가 많았다. 이 유닛케어에서는 1인 1실 체제를 갖춰, 수발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생활까지를 즐길 수 있는 수준을 지향하고 있다.

<역전재개발형>은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왼쪽에 분양아파트, 오른쪽에 임대주택이 위치한다. 공동주택의 저층에는 노인수발시설, 치과, 레스토랑과 같은 생활서비스 시설이 들어 있다. 상층에는 고령자에서 젊은 사람까지 자유롭게 입주가 가능하다. 종래의 역전재개발은 상가와 사무실 정도의 개발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 모델은 종래의 기능 외에 수발이 필요한 고령자에서 젊은 사람까지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거주 지역 유형이다.

<농촌형>으로 ‘친구들 마을’을 소개한다. 동경에서 2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가면, 도시에서 이주해 살고 있는 친구들 마을에 도착한다. 여기에는 거주 및 수발 그리고 문화와 스포츠가 가능한 문화센터가 갖춰져 있다. 고령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조건이 정비되어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 이 마을을 처음 제안하고 만들어 온 일본 여성운동의 대모가 이번 주에 돌아가셨다.
이 친구들 마을은 1998년 3월에 활동개시를 선언하고, 하나하나 입주자 스스로 만드는 스타일을 고수했다. 이 마을만들기의 주역은 여성들이었다. 과거처럼 공급자인 기업이 기획하고 건축하는 방식이 아니라, 입주희망자들이 다양한 희망을 내고 이를 토대로 설계가 이루어졌다. 현재 통상적인 고령자시설은 많은 스탭이 노인생활을 지원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스탭은 2명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고령자를 포함한 입주자 스스로가 상부상조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상,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다음으로 우리의 사업추진방식을 간단히 소개한다.
우선 <욕구조사>를 한다. 입주예정자가 어떤 욕구가 있는지 조사를 하여 이를 토대로 전문회사가 구체적인 설계를 한다. 우리는 이를 참가형이라고 한다. 기본설계가 끝나면 도심인가, 교외인가 등의 부지를 물색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생은 되지만 입주자들 사이에 진한 연대감이 형성된다.
다음은 <기획. 설계> 단계이다. 관계자들이 모여 워크숍 등을 개최한다. 입주자가 스스로 기획하고 연구소 및 전문가가 도와주는 방식이다. 나는 이렇게 25년간 만들어진 27개 공동주택에 직접 거주하면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개선하면서 보다 좋은 공동주택을 지향해 왔다.
<운영>은 입주자 운영 간담회의를 통해 입주자가 직접 경영에 참가하고 운영 상태를 잘 알수 있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업을 통한 몇 가지 포인트를 말씀드린다. 첫째, 공동주택은 노인, 어린이 등의 개별이 아닌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전세대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식을 지향한다.
둘째, 전문가들은 어디까지나 응원단이다. 특히 입주자, 관련 행정부서, 그리고 개별전문가들 사이에서 각각의 의견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종합 기획 전문가’가 필요하다
셋째, 돈의 조달이 중요하다. 우리는 주로 커뮤니티 펀드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은행에 돈을 맡기지 말고 저희한테 맡기세요’ ‘아이들에게 재산을 남기지 말고 우리 세대에 쓰자’는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현재 150억엔(약 1,500억원) 정도의 커뮤니티펀드가 조성되었다.
넷째, 처음에는 나이가 많은 고령자는 잘 모셔야 한다는 개념으로 식사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그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생활을 뺏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를 개선한 것이 고령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외에도 대학 등 지역의 여러 전문가들과의 연대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3년 전부터 우리는 아시아 연대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정치문제를 빼고 복지, 환경, 커뮤니티 문제해결 등에서의 연대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현재 한국을 비롯하여 대만, 중국, 필리핀 등과 공동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정보센터 내에 희망제작소가 입주해 있다. 희망제작소 소개책자를 보고 내가 생각하는 지향점과 너무 유사하다는 것에 놀랐다. 희망제작소와 같이 많은 일을 하고 싶다.

”?”<질의 응답>

○ 전우석 연구원 – 노인들의 개인 생활을 보장하고 각자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 개인적으로 할머니가 계시지만, 우리나라에서 딱 맞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비용부담의 어려움도 있다. 일본의 경우 개인적인 비용부담은 어느 정도이며, 젊은 사람들이 같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 젊은 사람들이 그곳에 입주할 때는 어떤 혜택을 받는지?
▶ 꿈과 타산(비용)이 맞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이 해야 할 부분과 제도로 풀어야 할 부분이 있다. 처음에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했다. 돈이 있는 사람들이 돈을 내어 만든 시설을 지역사람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비용부담이 많았지만, 지금은 상당히 저렴해 졌다.

○ 정선철 연구원 – 집을 중심으로 앞으로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셨는데 이 주택재정비에 있어 복지, 환경 일체형으로 접근하고 계신지, 집과 마을시설과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도 중요한데 이에 대한 모델이 있는가?
▶ 도시에 있는 곳은 환경을 배려하기가 어려웠다. 태양광을 이용한다든가 온천을 이용한다든지 하는 생각을 했다. 학교부지를 이용한 단지의 경우 지역주민도 클리닉과 어린이집을 공동으로 이용하고 있다. 환경과 마을시설문제는 앞으로의 과제라 할 수 있다.

○ 이용규 연구원 – 한국에서는 주택의 교환가치가 중요한데, 도시에는 불가능할 것 같다. 부동산투기와 관련해서 타운을 만든다고 할 때는 여러 업자가 붙어야 하고 개발에 대한 이익이 발생해야 하는데…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도시는 투기의 문제, 촌락은 문화적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만약, 한국에서 생활과학조합을 한다면 단계별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 일본에서도 도시와 농촌은 다르며 똑 같은 것을 한국에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한국에 어떤 것을 만들어야 하는 지 파악 중이다. 나로서는 현장에 입각해 우선 실천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러니까 베타버전으로 만들어서 점차 개량해 나가는 것이다. 저출산이나 도시의 집중화, 자본주의의 문제 등의 공통점은 있지만 차이점도 존재해 한국적인 스타일은 어떻게 할 지 연구가 필요하다.

○ 김연희 연구원 – 커뮤니티 비즈니스 부분의 사례가 있는지? 커뮤니티 펀드와의 관계는?
▶ 커뮤니티 비즈니스라는 것은 커뮤니티에서 식사, 보육, 수발 등의 업무를 통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스타일은 다양하다. 입주자 스스로 가게를 내서 하는 경우도 있다. 커뮤니티 펀드는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서, 주민들 사이에서 돈을 모아 필요한 사람한테 빌려주고 돌려받는 방식이다. 기본 생각은 커뮤니티에서 필요한 일을 상부상조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별로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 김미란 연구원 –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지역자원을 활용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는데 구체적인 예는?
▶ 나는 건축가여서 커뮤니티에 대해 집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지역자원의 활용법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본 별장지역 중에는 유기농으로 아이들 체험학습을 하는 곳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