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지난 6월 17일 희망제작소 부설 농촌희망본부(소장 김완배)는 CJ제일제당 김진수 대표이사를 초청하여 ‘우리 농식품의 세계화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열었다. 희망제작소가 매월 개최하고 있는 농촌강좌 ‘비농업인이 바라본 한국 농업?농촌의 미래’의 6월 강연자로 김 대표이사를 초청한 것이다. 김 대표이사는 국내 최대 식품회사의 전문경영인답게 풍부한 전문지식과 열정을 바탕으로 농업, 농식품, 글로벌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청중들과 나누었다.


농(農)과 공(工)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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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대표이사는 농과대학을 졸업한 농학도였다. 김 대표이사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공대가 많은 인기를 얻던 시절이었고 농업은 산업화의 여파로 왠지 촌스럽게 여겨졌을 때였다고 한다. 자신을 한글?한자 병용론자라고 소개한 김 대표이사는 농과 공을 나름대로 풀이했다.

“공(工)자는 모양이 단순하고 직선이라고 생각됩니다. 간단하여 논리만 이해하면 되고 효율적이라는 것이지요. 반면 농(農)자는 위에 있는 것도 굽을 곡(曲)자입니다. 농업은 하는 사람마다 달라집니다. 직선으로 판 도랑은 썩기 쉽지만, 굽이굽이 굽어진 도랑은 그렇지 않습니다.”

“농업은 직선의 논리라기 보다는 굽힐 줄 아는 굽을 곡자입니다. 노자가 한 이야기 중에 곡즉전(曲則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굽으면 완전해진다는 것이지요. 농업에는 아트(art)의 영역이 있습니다. 농업이 어떤 경지에 이르면 공예(工藝)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농예(農藝)라는 경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순신에게 배우는 균형의 미학

김 대표이사는 소설가 김훈이 쓴 ‘칼의 노래’에 나오는 이순신의 전략을 통해 기업 전략의 핵심을 본다고 한다. 김 대표이사는 경영에 있어서 ‘균형(balance)’를 중시한다고 했다. “이순신이 13전 13승을 거두자 부하중 하나가 이순신의 전략이 ‘집중’인지 아니면 ‘분산’인지 궁금해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순신의 비책은 어느 한가지만이 아닌 ‘전환’이었습니다. 적군의 사기, 배의 수, 지형적 특성에 따라 집중과 분산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지요. 이순신이 가장 많이 시킨 훈련은 북을 치면서 노를 저으며 배들이 잘 돌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전쟁에서 이기려면 어느 한가지만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잘하는 발란스(balance)를 가져야 합니다.”

“저희 회사에는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도 있고 식품 R&D를 담당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만약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이 식품 지식이 뛰어나서 식품공학 출신이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그 사람은 성공한 사람입니다. 반대로 식품 R&D를 담당하는 사람이 마케팅 지식을 갖추어 마케팅 전공을 했냐는 말을 들으면 역시 성공입니다. 분석만 잘하는 고학력자보다 일에 함께 달려들어서 제일 무거운 부분을 같이 들어줄 수 있는 뜨거운 마음을 가진, 그리고 적당한 발란스를 가진 사람이 필요합니다.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은 통합의 기능이지요.”

지식화 사회의 의미와 미래의 키워드

김 대표이사는 농업->공업->서비스업->정보업->지식화사회의 순서로 미래를 보는 것은 단순한 사고라고 하면서 닥쳐오는 미래사회는 지식농업, 지식공업, 지식서비스업, 지식정보업의 사회라고 말한다.

“앞으로의 지식화 사회는 지식을 가진 사람이 파워집단이 되는 사회입니다. 누가 지식농업을 해야 할 것인지, 근육 농업을 할 것인지 역할분담을 하게 됩니다. 같은 농업이었지만, 앞에 지식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분리가 되는 것입니다.”

김 대표이사는 앞으로의 트렌드는 이미 일상에 등장하고 있다고 하면서 미래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문제는 미래를 보는 것입니다. 최근 신문에 나오는 건강, 생명존중, 정신세계, 슬로우 라이프, 자연친화, 환경, 인문, 예술, 채식은 앞으로 올 세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신문에서 이러한 단어들을 보면서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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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긴 가치 사슬(Value Chain), 지식농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 대표이사는 농업에는 단순히 경작, 수확뿐만이 아니라 종묘/육종, 경작/수확, 비료/농약, 농기계/농자재, 선별보관/물류, 1차 가공, 2차 가공, 부산물 가공, Utility, 환경배려 등 긴 가치사슬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 모든 것이 농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과 내가 이 가치사슬 중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강점을 발휘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본 어떤 고구마는 겉은 보슬보슬한 밤고구마이고 속은 촉촉한 물고구마였습니다. 기술의 영역은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많습니다. 육종과 GMO의 한계선상에서 이뤄지는 일입니다. 식량업의 시대, 글로벌의 시대, 산업간 퓨전의 시대가 왔습니다.”

김 대표이사는 생명, 사랑, 보전, 자연 친화와 같은 보이지 않는 상위 가치들에 대해 해결책(solution)을 제공할 수 있다면 지식농업으로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연료 농기계, 자연친화 농자재, 100% 리사이클링, 건강 농업, 이력추적, 친환경농사, 부산물 부가가치화는 모두 미래가치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먹게 될 음식들은 이력추적(Tracibility)으로 어느 나라의 어떤 농사꾼이 지었는지를 다 알게 됩니다. 우리나라에 이러한 이력추적이 되면 앞뒤로 벨류체인이 달라붙어있는 것을 알게될 것입니다. 또한 저는 최근 부산물 부가가치화에 관심이 많은데 농작물이 나올 때 버릴 것이 하나도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미 공업과의 경계선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과 식품세계화를 위한 상상

“제가 자주 받는 요청이 우리 농산물로 우리 식문화에 따라 우리 식품의 세계화를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단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으로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식품 세계화를 해야 한다고 사람들이 말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가능한지에 대해 오히려 묻고 싶습니다.”

김 대표이사는 우리 농식품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면서 인류의 미래가치 트렌드에 맞춘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하였다. “인류의 미래가치는 친환경입니다. 당장은 안되겠지만, 예를 들어 2020년까지 전국을 유기농화한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나라 전체가 유기농이라고 한다면 그 나라의 제품은 당연히 비싸게 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같은 유기농을 하더라도 시스템과 노하우를 가진 나라라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또한 건강하고 맛있는 식품, 식도락의 나라, 발효식품의 중심지가 되어야 합니다. 김치 덕분으로 우리나라에서 신종플루 환자가 적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아무도 증명한 사람이 없습니다. 서양사람들을 납득시키려면 논리가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엉뚱한 것인데 우리나라를 정신건강농업의 메카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사계절이 있는 산악국가, 우리의 정신문화, 농악, 유기생활체험, 리사이클을 체험한다든지 절에 있는 선식 등 할 수 있는 여지는 많습니다. 그리고 단기간에 이런 것들을 이루려고 하지 말고 2020년 정도까지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가면 좋을 것입니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전략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진출방향은 바이오, 사료, 소재, 가공식품의 4가지라고 한다. CJ제일제당은 어떤 전략으로 세계화를 준비하고 있을까? “2013년은 CJ제일제당이 생긴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현재 세계식품기업 38위인 위상을 세계 15위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중국사람들과 인도사람들이 동물성 단백질과 유제품을 많이 먹게 되면서 사료사업이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그런데 CO2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이 소 트림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방귀와 트림이 안나오는 소 사료, 항생제를 넣지 않았지만 바이오 기술로 병이 걸리지 않게 하는 사료 만들기에 굉장히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설탕은 몸에 해롭다는 인식이 있지만, 당뇨를 치료하는 설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미 감미료 중에 자일리톨은 충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지요.”

또한 김 대표이사는 농식품을 수출할 때는 처음부터 우리 이름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에 처음 사시미와 스시가 들어갈 때 일본인들은 미국사람들에게 자기들처럼 젓가락으로 먹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이제 서양사람들 중 세련된 사람들은 젓가락질 잘하는 것을 자랑합니다. 일본 스시 레스토랑이 비싸기 때문이지요. 불고기를 알릴 때에도 ‘코리안 바베큐’가 아닌 ‘불고기(Bulgogi)’라는 이름 그대로 알려야 합니다. 우리의 만두를 알린다면 ‘아시안 덤플링(dumpling, 가루반죽 푸딩)’이 아닌 ‘만두(mandoo)’라는 이름 그대로를 처음부터 알려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