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깬 45인의 직장인들
201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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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의 마지막 토요일. 조용한 북촌 한옥마을이 들썩였습니다. 삼삼오오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 과연 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안국역에서 북촌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단아한 외관이 인상적인 북촌동양문화박물관이 있습니다. 이곳 박물관의 명소 고불서당에서 현재와는 다른 삶을 꿈꾸며 인생 후반전을 향한 도전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퇴근후 렛츠’ 3기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습니다. 서당 내부에 들어서자 한옥 특유의 나무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나무 냄새를 맡으니 오늘부터 시작될 퇴근후 렛츠는 어떤 모습일까 내심 기대가 되었습니다.
한 달간 함께 하는 길에 앞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애장품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안경, 기도집, 작은 돌, 열쇠, 여권, 발레슈즈까지 다양한 종류만큼 사연도 다양했습니다.
그중 여권을 갖고 온 수강생의 사연이 인상 깊었습니다. 20대 초반에 처음으로 여권을 만들며 해외여행을 많이 가리라 다짐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여권이 만료될 때까지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후 새로 발급받은 여권으로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얼마나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는지를 짐작 할 수 있었습니다.
예쁜 발레슈즈를 가지고 온 수강생도 있었습니다. 이 발레슈즈는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씨의 친필 사인이 담긴 귀한 발레슈즈였습니다. 공연기획 일을 하는 수강생은 몇 해 전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던 시기에 때마침 발레리나 강수진씨로부터 발레슈즈를 선물 받았습니다. 그녀의 응원 덕분에 지금까지 직업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애장품을 이용한 각자의 추억을 공유하는 색다른 자기소개 시간을 가진 후, 약 30분가량 북촌동양문화박물관 투어를 했습니다. 권영두 관장께서 투어를 진행해주셨는데요. 권영두 관장은 건설회사 CEO로 근무하며 모은 수백억대의 재산과 열정을 동양 문화를 보존하고 알리는 동양문화박물관 운영에 투자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추억이 담긴 애장품으로 나를 소개하고, 옛것에 담긴 조상들의 추억을 느꼈던 이 날은 퇴근후 렛츠 3기 수강생들에게 또 다른 아름다운 추억의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조금 다른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자리에 모인 퇴근후 렛츠 3기 수강생들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상태에서 첫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강연은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께서 ‘10년 후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라는 주제로 진행해주셨습니다. 유영만 교수는 낯선 방식으로 익숙한 것을 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한 화가 마그리트의 데페이즈망기법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들을 낯선 방식으로 결합하여 생각지도 못한 분야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식생태학자’, ‘학습건강전문의사’ 와 같은 익숙하지만 낯선 유영만 교수의 새로운 직함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유영만 교수는 10년 후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서 먼저 행복에 대한 각자의 정의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좀 더 행복하고 좀 더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어제와 다른 방법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각자 익숙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틀을 만들고, 그 틀을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물론 그 벽을 허물어 다른 방법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러나 교수님의 강연을 듣고 오늘부터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내게 어제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강연이 끝난 뒤 소박한 맥주파티가 진행되었습니다. 애장품 소개 때 전하지 못한 사연을 나누는 수강생들의 모습은 추운 날씨를 잊을 만큼 따뜻했습니다. 퇴근 후 조금 다른 삶을 살기 위해 모인 직장인들의 수다는 그렇게 겨울밤과 함께 깊어졌습니다.
글ㆍ사진_ 권지원(시니어사회공헌센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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