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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희망탐사 29>

평생교육은 이제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각 대학에도 평생교육원이 있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시설도 있다. 사이버상에서도 평생교육의 장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평생교육이 보통 노인들을 상대로 이뤄지는 것으로 오인한다.

평생교육법에는 평생교육을 “학교 교육을 제외한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평생교육이란 낱말을 떠올리면 우리는 보통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강좌나 스포츠댄스, 컴퓨터 강좌 등을 떠올리게 된다. 이 연상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평생교육은 노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평생교육은 사실상 학교 밖에서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받는 교육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정규교육을 마친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이 평생교육이고, 정규교육보다 자유로운 커리큘럼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평생교육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되긴 했으나 평생교육이란 말이 어울릴 법한 교육을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정규교육을 마친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평생교육시설이 흔치 않고, 취미교육 외의 커리큘럼을 만들어 운영하는 곳도 그리 많지 않다. 또 소외된 계층을 위한 평생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곳도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경북 칠곡에서 진행하고 있는 평생교육은 평생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올바르게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평생교육에 대해서 배우려면 ‘칠곡에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북 칠곡군의 평생교육은 남다른 점이 있다.

전국 ‘평생학습대상’ 수상-세계 최초 기초지자체 학점은행제 실시

경북 칠곡군은 2004년 11월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되면서 평생교육의 메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05년 초에는 기초자치단체로는 최초로 학점은행제 인정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평생교육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과 실험, 다양한 커리큘럼, 그리고 지역민과 호흡하는 교육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칠곡교육문화복지회관이 있다.
”?”칠곡의 평생교육은 소외된 계층을 위한 평생교육, 지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평생교육, 그리고 지역 특색이 가미된 평생교육 등의 특색을 갖고 있다. 이경숙 칠곡교육문화복지회관장의 말을 들어보자.

“어린이, 청소년, 여성, 노인 등 생애주기별로 특색 있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외계층을 위해 찾아가는 교육도 많이 하고 있죠. 오지마을에는 문예교육을 위주로 하고, 우리 문화를 전승할 수 있는 사물놀이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주민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향, 그리고 원하는 내용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느 지역에서든 이런 평생교육을 실현시키길 원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우선 평생교육이 생소한 지역민과 어떻게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

“사실 처음에는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릅니다. 교육받으러 오라고 새벽 6시부터 돌아다녔습니다. 초기에 교육생으로 온 사람들은 모두 저 때문에, 제가 불쌍해서 와 준 제 주변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발품을 팔아 평생교육을 홍보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지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 교육을 받는 시간은 언제가 좋은지, 교육을 받기를 원하는 연령대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등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역민이 요구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교육을 한다면 아무리 좋은 커리큘럼과 강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경숙 관장은 그 점에 주목했다.

“우리 지역에는 30~40대 여성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재교육을 시켜 재취업을 할 필요가 높다고 봤습니다. 단순히 취미교육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글쓰기지도자나 동화 구연 등 자격증 교육을 했는데 이것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초로 기초지자체에서 학점은행제를 도입했습니다. 전공을 하면서 학위도 얻는 과정을 가진 것이죠. 그렇게 만든 것이 여성농업경영 전문과정입니다. 제가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려고 하니 농촌여성들에 대한 참고문헌도 없고, 정책 또한 없었습니다. 농촌여성에 대해 정부나 학자 등 우리사회가 외면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전문학사과정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 과정이 농촌여성에 대한 역사적인 획을 그었다고 봅니다. 27개 과목을 표준화해서 여성농민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과정으로 만들었습니다. 대학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하기 때문에 주민이,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 잘 알았고, 그 요구에 적합한 커리큘럼을 짜고 교육을 진행시킨 게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여성농업경영 전문과정을 통해 지난해 여성농업전문학사 14명을 배출했다. 그리고 전문과정 진학을 위해 2006년 중졸, 고졸 검정고시반도 따로 만들었다. 농촌에 고졸여성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2006년부터 사회복지전공과 아동가족전공을 추가했다. 이 모두가 30~40대 여성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칠곡에서 평생교육을 받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주민들이 몰려와 새벽 3시 반부터 줄을 섭니다. 40명만 모집하고 9시부터 선착순이기 때문입니다. 학비가 싸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대학은 과목당 21만 원 받는데 우리는 1만 원 내지 1만5000원을 받습니다. 지자체에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주민들에게 경제적 소득효과까지 줄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죠. 지금 공간이 모자라서 다른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평생교육을 통해 삶의 질이 높아진다

칠곡의 평생교육은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문해(文解)교육부터 시작해서 대학까지 체계화되어 있고 종합화되어 있다. 이경숙 관장은 이를 가리켜 “새로운 성인학습의 모델”이라고 말한다.

칠곡교육문화복지회관의 평생교육은 또한 주민들의 요구를 적절히 파악해 교육에 접목했다. 그 덕분에 교육을 받지 못해 한이 맺힌 주민들이 평생교육을 통해 응어리진 한을 풀기도 한다.

“검정고시반은 농사를 짓는 분이 많아 야간에 개설합니다. 밤 10시까지 문을 열어두죠. 검정고시반의 다섯 명이 대학사반에 들어왔습니다. 이 분들은 40~50대인데 가난했기 때문에 학교를 못 가 한이 맺혀있는 사람들입니다. 평생교육을 통해 삶의 질이 높아집니다. 어르신들이 버스번호표를 못 읽다가 지금은 읽을 수 있게 됐습니다. 어디 가는 버스냐고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서 차를 탔는데 지금은 스스로 탈 수 있는 것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답답했겠습니까. 지금은 전화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걸 수도 있다고 좋아하십니다. 또 고학력 여성들은 이것을 계기로 취업도 합니다. 논술교사가 되기도 하고 동화 구연하러 다니는 사람도 많습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평생교육은 소외계층에게도 찾아간다.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치매노인,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어린이집에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칠곡교육문화복지회관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일부다.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 동아리가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현재 칠곡교육문화복지회관을 기점으로 하는 학습동아리가 17개나 운영되고 있다. 글쓰기, 사물놀이, 동화구연 등의 모임이다. 칠곡교육문화복지회관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하는 이 동아리들에 회관에서는 공모를 통해 100~300만 원 정도 지원하고 있다. 지역민과의 소통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학습동아리마다 자체적으로 커리큘럼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스스로 학습해 나가고 동시에 지역사회에 사회봉사를 많이 함으로써 지역사회발전에 공이 큽니다. 복지시설에서 봉사도 하고 지역의 축제에도 나갑니다. 평생학습축제를 포함하여 사회환원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 결국 지역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들이 주체가 되고 우리는 지원만 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교육 인프라를 바탕으로 해 칠곡교육문화복지회관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중이다. 지역에 있는 산업체와 연계해 IT전공학사과정을 개설하려고 하는 것이다. 주민들에게 그래픽 등을 가르쳐 산업체에 취업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칠곡에 찾아오는 다른 지역의 평생교육 관련 종사자들을 위한 교육과정도 준비하고 있고, 농촌학교의 교원들에 대한 연수과정도 실시하려고 하고 있다. 지역민과 연계된 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교육기관이 강사진에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한 일, 칠곡교육문화복지회관도 마찬가지다. 대학이 아니면서도 학사과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강사진에 더욱 신경 쓴다.

“최고의 강사진을 모시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대학이 아니면서도 학사과정을 하기 때문에 대학보다 저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학생관리와 강사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습니다. 경북대를 포함하여 정규 교수를 강사로 모십니다. 대학은 틀에 메여 있지만 우리는 전국으로 확대해 강사를 초빙합니다. 유아교육의 전문가인 경북대 유아교육학과장인 정정희 교수를 모셔오기도 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저희 교육생들은 중간고사, 기말고사날도 공부하자고 하고 휴강하면 반드시 보충을 하자고 합니다. 공부에 한이 맺혀 더 열성이죠. 이런 학생들의 열정에 교수들도 감동하게 마련입니다.”

강사진을 초빙하는 것도 그렇지만 칠곡교육문화복지회관은 지역대학과의 연계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칠곡교육문화복지회관은 현장을 갖고 있고, 대학은 유능한 교수를 보유하고 있으니 이를 접목시키자는 의도다. 이경숙 관장은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며 “관,학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것을 고치면 평생교육이 산다

그러나 칠곡을 평생교육의 모범지역으로 만드는 데 힘쓴 이경숙 관장은 평생교육에 고칠 점이 많다고 말한다. 우선은 평생교육이 수도권 중심으로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경숙 관장은 이렇게 말한다.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전국에 50~60개가 되는데 그 분포가 주로 수도권에 있습니다. 군단위로는 칠곡 밖에 없어요. 여성가족부에서 예산집행을 여성인력개발센터에만 합니다. 군단위에는 운영비나 교육비 지원이 없습니다. 그 결과 지방이 이렇게 소외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여성인력개발에 한정하지 말고 공모제로 하거나 풀어주어 균형있게 지원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역을 구성하는 주민들의 특색에 맞는 교육이 중요하다. 농민들을 대상으로 할 때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할 때, 그 교육이 다른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농민들은 시간도 그렇고, 교육받는 것이 어렵습니다. 낮에는 육체노동하고 밤에는 일찍 잠을 자야 합니다. 그러한 특색이 감안되어야 하는데 평생교육은 일반적으로 너무 천편일률적인 단점이 있어서 지방특색에 맞춰 특성화해야 합니다. 같은 농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일지라도 미곡처리장이 많은 곳에는 미곡처리 전문가를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하는 거고 우리 지역에는 참외가 많은데 참외전문가를 키워야 하는 거죠. 커리큘럼을 다양하게 짜야 합니다. 참외전공, 마늘전공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정부에서 이런 부분을 모두 자격증제로 만들면 의욕도 고취하고 지식인화 될 수 있어 좋을 것입니다. 공부하는 사람 또한 의욕이 더 충만해지겠죠.”

학문은 물을 거슬러 흐르는 배와 같아서 앞으로 가지 못하면 뒤로 쳐지게 마련이라는 말이 있다. 평생교육은 물을 거슬러 배를 앞으로 계속 가게 하는 힘이다.

이경숙 관장도 바로 그 평생교육을 개척해가는 개척자인 동시에 그 평생교육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농촌에서 자라서 공무원이 된 그가 교육업무를 시작했을 때 교육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는 지금 평생교육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자란 곳도 농촌이고, 공무원이 되면서 농촌지도소에서 근무를 시작했어요. 교육문화복지회관이 생기면서 농민을 위한 교육업무를 보게 됐는데 공무원의 경우 순환보직을 하기 때문에 마인드나 준비가 전혀 없이 업무를 맡기 일쑤일 수 있습니다. 밑바닥부터 밟아오면서 이제는 알 것 같고 이 일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가능하다면 끝까지 여기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평생교육 박사과정에 들어갔는데 이론과 실천을 결합해보고자 합니다. 시작은 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이경숙 관장은 이야기 했지만, 그는 이미 시작 지점을 알고 있었듯 그 끝도 계획대로 그려나갈 것이다. 칠곡교육문화복지회관의 그 남다른 길은 이미 시작되었고, 평생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과 주민들에 대한 사랑은 앞으로의 칠곡교육문화복지회관의 앞날을 기대하게 만든다.

면담일시 – 2007년 3월 20일

면담장소 –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 254

면담인사 – 이경숙(칠곡군교육문화복지회관장)
이영숙(칠곡군 평생학습센터 평생교육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