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 본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는 ‘해피리포터’는 NPO,NGO들을 직접 발굴 취재해 은퇴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쟈스민차 좋아하세요? 차 한 잔 하시겠어요?

소녀처럼 앳된 모습의 권복희 차장이 건넨 첫 마디였다. 그녀의 명함을 보니 ‘늦을수록 깊다고 믿는 느린 아이’라는 정다운 애칭이 쓰여 있다. 두 번째 취재이긴 하지만 첫 만남이라 약간 긴장했는데 떨림이 눈 녹듯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기자처럼, 많은 청소년들이 ‘언니 혹은 누나를 대하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다가설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의 소중한 권리’ 청소리의 권복희 차장에게서 우리 청소년들의 삶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청소년은 보호대상이 아닌 동반자

청소리는 흥사단이 운영하고 있는 지역아동청소년권리센터이다. 센터는 인권상담실 운영, 권리교육, 캠페인을 통한 모니터링, 인권캠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원래는 학교 안에 교칙을 받아보고 얼마나 인권감수성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지, 억압되고 있는지 가늠하기 위해 그런 차원에서 보여 주십사 연락을 했으나 교칙을 공개하는 걸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쉽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방법을 바꿔 학교 앞에 가서 청소년을 직접 만나고 그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을 듣고 설문이나 길거리 투표를 통해 인식조사도 같이 했죠. 청소년 인권실태를 취재할 기자단도 운영하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입시 때문에 활동이 쉽지 않아요. 그래도 다들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청소리는 올해 안으로 10번의 캠페인을 더 진행할 예정이다. 얼마 전 경기상고의 ‘두발자유화 시위’ 때나,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촛불집회 때도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상기된 표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권복희 차장의 모습에서 활동에 대한 애정이 엿보였다.

“사진전 등을 통해 ‘청소년의 인권이 이렇게 억압받고 있는데 사회가 같이 안고 가자, 같이 고민 하자’는 식으로 청소년이 객체가 아닌 주체임을, 어른들도 같이 동참해야 함을 강조하죠. 저희 센터의 슬로건이 ‘청소년은 동반자’라는 거에요. 미래사회의 주인일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주체라는 거죠”

공론의 장만 만들어진다면

“방학 때 인권캠프를 했었는데 대부분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인권이 있는 줄 몰랐다’ ‘권리가 있는 줄 몰랐다’ ‘인권은 무거운 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라고 하더라구요. 판만 벌여 준다면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재 우리 교육 체제가 껴안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렇다면 저희처럼 외부에서라도 할 수 있게 해줘야죠. 그러면 확산되고 커지게 되겠죠.

저희가 학교로 들어가는 인권교육을 하려고도 시도해봤는데 편견 때문에 쉽지 않더라구요.‘애들 꼬드겨서 두발 자율화 운동하라고 할꺼냐’ ‘선생님이 때리면 인권침해라는 식의 얘기하게 만들거냐’ 등등. 학교 측의 염려가 이해가 되긴 하지만 여전히 답답하죠. 사실 청소년 인권이라는 게 외부에서 두드리기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요. 학교 안에서 이뤄져야 인권감수성이 더 향상될텐데 아쉽죠. 그래도 확실히 예전보다는 달라지고 있어요”

청소리의 기자단 활동 또한 청소년 본인들이 직접 논의해 기획기사 주제를 자유롭게 선정하는 등 나름의 ‘내공’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었다. 조만간 수능이 끝나면 비싼 대입원서 전형료에 대해 그들의 얘기를 스스로 풀어낼 예정이라고 했다.

“한 번도 이런 활동을 해본 적이 없는 친구들이 태반이었어요. 포럼이나 기자활동을 통해 조금씩 변해갔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네요’ ‘인권이 있는 줄 몰랐어요’ 등등.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장 행동이나 습관이 변하긴 어렵겠지만 내적으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변하기 시작한다는 게 중요한거죠. 십 몇년 살던 거랑 다르게 살려면 일상에서 얼마나 많이 부딪쳐야 할까 싶어요.”

‘인권’은 결코 무거운 단어가 아니에요

성인들에게도 무겁게 느껴지는 단어, ‘인권’. 청소년들이 이 단어의 참의미를 깨닫고 흡수하도록 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강의보다는 모둠별로 토론하고 그림을 그리는 등 감수성 교육, 참여형 교육을 하는 거죠. 1박2일 동안의 강의는 무의미하고 너무 딱딱해요. 예를 들어 서로 대화한 결과를 가지고 ‘인권나무 그리기’ 같은 걸 합니다. 어떻게 하면 함께 성장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해가 되는지 모둠별로 발표하는거죠.

인체 그림 위에 자신이 침해받은 곳을 표시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상처받은 친구에게는 다른 학생이 반창고를 붙여주는 이런 상징적인 학습을 해요. 그런데 프로그램을 진행한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도 해마다 내용도, 결과도 달라요. 참 신기하죠. 제가 오히려 더 많이 배웁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국영수처럼은 아니더라도 정규 교과에 인권교육을 일주일에 한 두 시간이라도 넣었으면 좋겠어요. 왕따나 약자를 괴롭히는 것도 괴롭히는 친구 자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의 영향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인식을 확산시켜야 합니다. 가끔은 사회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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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아’와 비교하지 말아주세요

“세간에 ‘엄친아(엄마친구아들)’라는 단어가 인기일 정도로 아이에게 미치는 엄마의 영향은 상당합니다. 그래서 학부모를 위한 인권상담 교실을 열어 자녀와의 대화기법을 함께 나누고 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아요.

많은 분들이 ‘내 아이의 인권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어머님 스스로의 인권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으신 것 같아요. 본인도 엄청나게 억압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사는 게 맞다고 가르치는 거죠.

한 예로 굉장히 공부도 잘하고 순종적인 딸(어머니는 착하다고 하시는데 제가 보기엔 순종적인)을 둔 어머니가 무난하게 대학까지 갈 줄 알았던 아이가 고2때 갑자기 학교를 안 가겠다고 했대요.

그 조짐은 예전부터 있었고 딸은 계속 신호를 보내왔지만 어머니는 감지를 못 하셨기에 ‘갑자기’ 라고 생각하신 거죠. 그래서 왜 그러느냐 물었더더니 음악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는 거에요. 공부를 잘해서 의대나 한의대를 보내려고 했기에 크게 당황했고 그렇게 계속 부딪치다가 결국 애가 집을 나가버렸죠.

그러다 학교 그만두고 대안학교를 갔는데 지금은 음악공부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대요. 인권교육 후에 얘기하면서 어찌나 우시던지… ‘진작 알았으면 서로 행복 했을텐데 고2까지 얼마나 눌려 살았겠느냐’ 라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그만큼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자녀의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바로 엄마에요. 앞으로도 꾸준히 상담교실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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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인권법이 한 줄로 끝이라구요?

‘학교의 설립자, 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 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최순영 의원이 2006년에 발의해 신설된 초중등교육법 18조 4항이다.

선언적이며 추상적이고 강제성도 없는 이 조항 하나로는 청소년의 인권을 보장하기 어렵다. 이 조항을 현실화하기 위해 청소리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다른 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사회적 협약’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각각의 교육주체들, 국가인권위 등이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합의과정을 통해 학생인권 보장을 실현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고 틀을 만들어내는 것을 올해의 목표로 정했다고 한다.

“인권위에서 회의를 하는데 교육청 관계자 등은 조항들이 너무 많다고 하지만 청소년들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거기에도 빠진 게 많아요. ‘교권에 대한 건 왜 없냐’라고 하시는데 학교 내에서 인권친화적 교육을 하려면 교사, 학생 모두 행복한 학교가 돼야만 하잖아요.

결코 교권을 무너뜨리거나 침해하려는 게 아니에요. 학생들만 행복하자고 교사를 무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학교 안에서 학생은 약자 위치에 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권에 대한 포커스가 당연히 학생에게 맞춰지는 건데 자꾸 교사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건 모순 아닐까요.

어떤 선생님이든 처음 교대, 사대에 입학했을 때 ‘나는 학교 가서 좋은 선생님 되어야지’ 라고 생각 안 하시는 분은 없었겠죠. 하지만 한 반 정원이 40명이 넘고, 만만치 않은 행정업무 처리도 병행해야하기 때문에 모든 학생을 일일이 정성으로 보살피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선생님들만 잘못했다 비난할 수는 없어요. 우리 사회가 그렇게 내 몬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정말 나쁜 선생님은 하나도 없어요. 교사연수 때 인권교육을 해보면 언제나 반응도 좋고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느껴집니다. 이 일을 꾸준히 한다면 상황이 충분히 개선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정말 학생다운 건 뭘까

“청소리의 이런 노력들을 어른들이 마음을 열고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울긋불긋 제각각인 아이들의 머리모양을 보고 ‘요즘 애들이 다 저렇지’ 라고 하는 게 아니라, ‘저 친구는 독특한 머리스타일이지만 잘 아울리는군’ 이런 식의 열린 마음을요.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라나요? 아무튼 ‘청소년도 이 사회의 주체다’ 라는 인식이 널리 퍼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권복희 차장은 그 역시 학교 다닐 때 ‘때리면 때리나 보다’ 식의 인권의식을 내면화한 채 20년 넘게 살아왔기 때문에 세상을 달리 보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부 잘하는 애들에게 특혜 주는 게 뭐 잘못된 건가’ 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청소리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그러면 상대적으로 혜택이 덜 가는 대상은 그냥 두면 되나?’ ‘학생다운 건 뭐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촛불 집회를 가득 뒤덮었던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라는 아이들의 절절한 외침을 듣고 기성세대로서 너무 미안해 마음의 빚을 진 듯한 죄스러움을 느꼈다는 그녀. 그녀는 앞으로도 그렇게 오랫동안 청소년들의 누이로 남을 듯하다.

청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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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 스 : 070-7090-7979
☞ 누리집 : www.chungsori.net

[사진제공 : 청소리]

”?”해피리포터 최주희(josumi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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