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조계사 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한ㆍ일 소셜디자이너 사회혁신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소셜디자이너, 소셜디자인이라는 용어를 한국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박원순 희망제작소 이사입니다. 이 낯선 단어는 한국 사회에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퍼져갔습니다. 2009년, 한국사회에서 ‘소셜디자인’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어떻게 사회혁신을 위한 움직임들을 해석할 수 있을까요.
[##_1C|1014392582.jpg|width=”500″ height=”36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워크숍이 열린 조계사 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 (사진:강홍수)_##]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다양한 비영리기구(NPO), 사회적기업, 중간지원조직에서 활동하는 ‘소셜디자이너’들과 한국사회의 다양한 분야에몸 담고 있는 120여명의 청중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유시주 희장제작소 소장은 다음의 질문으로 여는말을 시작했습니다.
“혁명, 개혁, 이런 것이 아니고 굳이 왜 사회디자인이라는 용어로 우리는 만난 것일까요. 사회디자인이란 이름 앞에 이뤄지는 여러시도의 특징을 꼽자면, 분노나 개탄보다는 상상력, 소셜미디어의 적극적 활용, 영리·비영리·정부·기업·시민사회 등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활동, 상관없거나 적대적으로 보였던 것들의 융합이 아닐까요.”
그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디자인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디자인이라는 말이 혁명이라는 말과 같은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 라며 “이는 사회디자인이라는 이름 하에 벌어지는 작업이 얼만큼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고 화두를 던졌습니다.
이어서 ‘소셜디자이너의 상상력이 사회를 바꾼다’ 라는 주제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기조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일본의 릿쿄대학을 방문 했을 당시 사회디자인학과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는 박원순 상임이사. 인테리어나 패션 분야 처럼 우리 사회 역시 좋은 세상을 위해 디자인할 수 있다는 데 영감을 받아 소셜디자이너라는 이름을 사용했다고 하네요.
그는 전 세계 사회혁신가들의 모임인 ‘소셜이노베이션 섬머캠프’에서 이탈리아 밀라노 공대 에지오 만지니 교수(디자인학과)를 만나 대화를 나누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한 동네에 길을 만드는 것이나 가난한 이와 부자를 소통시키고 동네의 평화를 만드는 것 모두 디자인의 영역에 포함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소셜 디자인을 개념화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_2C|1180430664.jpg|width=”340″ height=”25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 (사진:이상미)|1256346858.jpg|width=”340″ height=”25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희망제작소 유시주 소장 (사진:이상미)_##]
박원순 상임이사는 공무원일까요, 아닐까요? 일본 닛케이를 보면 기업과 NPO가 융합하고, NPO 역시 기업화되고 있기도 한데요. 상임이사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므로 공무원이자 CEO로도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는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등 다양한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했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소셜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빌 게이츠가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말을 사용했듯, 그는 “경제라는 것이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모든 이의 가슴 속에 필 수 있는 꽃이라고 생각한다” 며 “이러한 실천들이 아직은 거대한 변화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오늘과 같은 자리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지속적인 네트워킹이 이뤄진다면, 결정적인 사회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기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기조강연 이후에는 ‘사회혁신의 새로운 방법론과 패러다임’을 주제로 한 워크숍 제1세션이 이어졌습니다.
1세션의 발표들을 통해 지역ㆍ 사회적 기업ㆍ소셜미디어ㆍ사회혁신의 세계적 흐름 등 우리가 본질적이라고 생각했던 패러다임들이 어떻게 융합하고 변용을 거듭하고 있는 지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_1C|1258188223.jpg|width=”500″ height=”36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사회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1세션 토론 모습 (사진:이상미)_##]
무라카미 쇼이치 생활클럽 생협도쿄 전무이사의 첫 번째 발표는 지역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대도시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에서, 그리고 역시 도시 집중화 현상이 심각한 일본에서, 양 국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수 있을까요.
무라카미 쇼이치 전무이사는 지역을 살릴 수 있는 풀뿌리 조직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가 생활클럽 생협도쿄의 가치와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였지요. 그는 공동조합, 특히 생활협동조합이 가지는 가능성에 대해 발표를 해주었습니다.
생활클럽 생협도쿄는 31만 명의 조합원과 82억엔 가량의 매출액을 자랑합니다. 생협활동을 펼치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법 제도의 차이가 큽니다. 또 일본의 생활협동조합은 무척 역사가 길죠. 한국의 경우 생협법의 제정 자체가 얼마 되지 않았고, 사업을 벌이는 데에도 제한이 많았기에, 역설적으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활클럽 도쿄생협의 기본적인 사업 내용은 식자재 공동구매인데, 이는 워커즈(조합원이면서 조합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멤버들이 대부분 담당하며, 생산물의 90%이상을 생산자와 공동으로 만듭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 생산자에 대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 이를 통해 일본 국내 1차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투자로서의 생협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테마는 공동ㆍ 협동섹터의 확대입니다. 창업과 투자도 중요하지만 협동조합의 본연의 목적, 즉 그 지역에 사는 주민이 그 지역의 주역이 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지요. 일본 생협의 경우도 아직 이러한 측면이 미흡해 지속적으로 주민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확대해 가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지역에 사는 주민이 지역의 산업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경영자이면서 동시에 노동자로서의 일자리 창출을 한다는 점에서 사회 혁신적 성격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이는 제과점, 리사이클 상점, 도시락 사업 등에서 장례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업종에서 확산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사회를 바꾸려는 움직임을 생산의 현장, 지역사회에서 일으키는 것인데, 이러한 움직임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려는 열망이 결국 정치적 현장까지도 변화시키고 있었습니다. 현재까지의 성과를 보면 생협도쿄에서 33개 지자체 도의회의원을 배출했고, 모두 여성이라고 합니다. 놀라운 결과인데요.
각 영역의 융합을 위한 끊임없는 네트워킹과 자가발전의 노력이 전통적인 생협운동의 사회혁신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생협을 통해 획득한 ‘관계’가 결국 다양한 사업체와 정치적 파워로까지 이어졌다는 측면에서 여러모로 시사해 주는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_2C|1022724759.jpg|width=”340″ height=”25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깃카와 준코 일본 희망제작소 사무국장 (사진:이상미)|1057999892.jpg|width=”340″ height=”24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무라카미 쇼이치 생활클럽 생협 도쿄 전무이사 (사진:이상미)_##]
두번째 발표자로 나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계획이었던 주식회사 엠퍼블릭의 히로이시 타쿠지씨는 건강상의 사유로 워크숍에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일본 희망제작소의 깃카와 준코 사무국장이 발표를 맡아 일본 현장에서 지켜 본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두 가지 섹터 융합의 전형입니다.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목적이 융합된 것이지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또 전 세계에서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기업이라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일반 영리기업과 무엇이 다른가?’, ‘기존의 시민운동과는 무엇이 다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합니다.
발표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이 던져야 할 세 가지 물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람들에게 어떻게 희망을 줄 것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는 어떠한 참여의 장을 만들어 낼 것인가?
2, 인간의 가능성을 얼마나 이끌어 낼 수 있는가?
3. 1과2의 시너지로 좀 더 많은 사람의 힘을 사회변화의 힘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의 답은 기존의 비정부기구(NGO), NPO 운동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도입해야 할 방식으로 제시되었습니다.
깃카와 준코 사무국장이 소개한 ‘대지를 지키는 모임’의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농약 사용 반대’를 외치며 시작한 사회 캠페인은 고전을 겪어야만 했지만, 농약의 위험성을 외치기 보다 ‘한 뿌리의 무농약 무를 만들고 운반해서 먹는 일 부터 시작하자’ 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사람들을 쉽게 참여시키고, 주역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이었죠.
장애인의 노동력을 통해 일본 유명 제과점으로 우뚝 선 ‘스완 베이커리’의 사례, 노인 노동력과 지역의 낙엽을 이용해 음식 포장재를 만들어 연 매출 3억엔의 사업체가 된 ‘이로도리’ 등도 언급 되었는데요.
기존의 비즈니스계에서 무능력하다고 인식되는 인력의 잠재력을 뽑아내는 것도 사회적 기업의 방식으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기업의 모델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일자리 창출 방안 중 하나로 많이 제시되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_1C|1033933436.jpg|width=”500″ height=”33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한ㆍ일 소셜디자이너 사회혁신 워크숍 자료집 (사진:강홍수)_##]
일본의 경우도 많은 젊은이들이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지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깃카와 준코 사무국장은 어쩌면 일본이 한국보다도 이러한 기회를 얻기가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참여의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인가의 문제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깃카와 준코 사무국장은 앞으로 사회적 기업에 관련해서도 일본과 한국 사이에 다양한 현장 교류가 이루어진다면 양 사회의 혁신이 좀더 빨라질 것이라 전망하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한국 사회의 빠른 변화 속도와 변화를 향한 의지, 그리고 단단하게 다져진 일본의 조직적인 성과들과 다양한 사례들이 좀 더 서로 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오전 세션의 나머지 두 발표와 열띤 토론 시간의 이야기는 두번 째 글을 통해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글_강유가람(희망모울 연구원 gradiva@makehope.org)
메인플래시 사진_ 강홍수
■ 워크숍 두번째 글 ‘사회혁신, 공은 당신에게 넘어갔다’
■ 워크숍 세번째 글 ‘광화문광장 두 달 관리비는 얼마?’
■ 워크숍 마지막 글 가난뱅이의 반란은 명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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