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08년 2월 28일 교토시민활동종합센터를 방문하기 위해 교토로 향했다. 시내에 들어서자 과연 고도(古都)답게 나무로 지어진 전통가옥이 줄지어 있었으며 신사와 고성들이 웅장한 위용을 뽐내며 하늘을 향해 처마 끝을 높이 치켜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방문했던 도쿄와 오사카의 거리풍경이 한국과 너무 흡사해 일본에 와있다는 사실이 잘 실감나지 않았는데,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교토거리를 둘러보니 비로소 설렘과 긴장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경탄하며 교토의 풍광을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으려 애쓰는 사이, 어느새 목적지인 교토시민활동종합센터(이하 센터)에 도착했다. 그런데 교토시내의 여느 고풍스런 건물들과 달리, 센터의 외관이 너무 세련된 모습이어서 조금은 놀랐다.

5층 건물 전체가 투명 통유리 외벽과 깔끔한 철골구조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얼마 전 비슷한 형태로 사옥을 신축한 참여연대처럼 ‘투명하고 밝은 사회’를 지향하는 마음, 모든 시민들과의 열린 소통을 지향하는 마음을 담아 이렇게 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입구에는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는 4개의 안내게시판이 센터 소식 이모저모를 알려주고 있었고,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화단에 꽃을 심으며 새봄소식까지 덤으로 전해주고 계셨다. 건물전체에 훈훈한 온기가 감돌았다.

1층의 교토역사전시관을 지나 2층 시민활동종합센터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니시다 센터장이 방문단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시민활동의 메카, 교토

“먼저 건물에 대한 설명부터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니시다씨의 센터 설립배경 설명이 시작됐다.

“교토에서 동경으로 수도가 바뀌자 도시의 미래를 염려하며 지역민들이 동요하기 시작했어요. 도시에 새로운 활력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그 때 국가보다 앞서서 시민들이 나섰습니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64개의 초등학교를 설립한 것이지요.” ”?”이는 일본 최초의 초등학교 설립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2년 전의 일이다. 당시 주민들은 행정의 관심과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설립자본금을 스스로 마련했을 뿐 아니라, 공동으로 회사까지 세워 그 이윤으로 학교운영에 필요한 제반비용을 댔다. 이른바 ‘사회적 기업’의 원조인 셈이다.

곧이어 초등학교뿐 아니라, 소방서, 병원 등 많은 공공시설들이 같은 방식으로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고 도시는 어느새 넘치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예전의 활기를 되찾아갔다.

그로부터 100년이 흘렀다. 교토재건의 초석이 되었던 최초의 민설초등학교는 시설이 노후해 주변의 학교와 통합이 결정되었고, 주민들은 폐교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다시 머리를 맞대고 모여 앉았다.

시민들은 교토 시민활동의 메카인 학교터에 ‘시민활동종합센터’를 설립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이것이야말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힘을 모아 미래를 지탱할 주춧돌을 놓은 선조들의 정신을 계승하는 가장 올바른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곧이어 연구자, 시민단체 활동가들, 주민대표 등이 모여 ‘시민활동추진협의회’를 꾸리고 나섰다. 이들은 ‘시민의 손으로 만드는 센터’를 표방해 건물의 설계부터 시설운영, 사업 등 모든 부문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센터설립을 마무리 지었다.

”?”현재 센터 건물에는 전체운영을 관리하고 있는 ‘교토시민활동종합센터(센터장 니시다)’외에도 복지볼런티어센터, 관광마을만들기센터, 노인들의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돕는 장수센터 등이 함께 입주해 다양한 형태의 시민참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교토역사전시실, 자유열람실, NPO 및 볼런티어 관련 자료실도 함께 마련되어 있어 명실공히 교토의 시민참여활동의 중심지이자, 시민들의 휴식공간, 소통의 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상태다.



풀리지 않는 숙제

이렇게 ‘잘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센터에게도 풀기 힘든 숙제가 있단다.

“애초부터 볼런티어(자원봉사 활동)에 의지가 있었던 사람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평범한 일반시민들도 공익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해요.

때문에 정보 그 자체보다도 최대한 효과적으로 ‘정보를 가공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죠. 어느 단체나 의례적으로 펴내기 마련인 기관지도 재미있게 만드려고 표지디자인 하느라 마감시간을 훌쩍 넘기곤 한답니다.”

니시다 센터장이 사람 좋아 보이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전단지 한 장을 책상 위에 펼쳐서 꺼내 놓았다.

일종의 NPO박람회인 ‘2008볼런티어 시민활동 페스타(페스티벌)’의 전단지였는데, 분홍바탕에 색색의 글씨와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가득한 것이 흡사 ‘놀이동산’ 광고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전단지 곳곳에서 센터사람들의 ‘예쁜’ 고민과 ‘착한’ 열정이 뚝뚝 묻어났다.
”?”NPO견본시에서 실제 진행되는 행사들도 핑크빛 전단지만큼이나 톡톡 튄다.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기부촉진을 위한 추첨’이 대표적이다. 우선 관람객들에게 한 장 당 300엔에 추첨권을 판매한 뒤, 150엔은 대회운영비로 회수하고 나머지 150엔을 관람객이 지정해 기부의사를 밝힌 단체에게 전달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운이 좋으면 견본시 말미에 열리는 추첨식에서 선물을 얻어갈 수도 있고, 설사 추첨이 안 된다하더라도 자신이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공익단체에 기부를 할 수 도 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인 셈이다.

덕분에 매년 열리는 박람회 때마다 2000여 명의 시민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는데, 올해는 벌써부터 기업들의 경품후원 문의가 쇄도하고 있고, 교토볼런티어센터와 함께 협력해 박람회를 주관하기로 한 만큼 최소 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니시다 센터장은 전했다.


교토 ‘행복발전소’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건물 곳곳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해 4월부터 12월 사이 건물의 2층에 위치한 지원센터를 다녀간 인원은 9만6천여 명, 건물전체 이용객을 다 합치면 자그마치 19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NPO 관련 자료가 빼곡한 열람실 한 켠에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는 초로의 신사, 휴게실에서 MP3 이어폰을 한 쪽 씩 귀에 나누어 꽂고 함께 머리를 맞댄 채 숙제를 하고 있는 여중생들, 각종 사무기기가 가득한 스몰오피스(소규모 NPO들을 위해 마련된 편의공간)에서 왁자지껄 유쾌하게 회의 중인 대학생들, 그리고 이들 사이를 비집고 돌아다니며 각종 자료들을 들춰보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우리 ‘해.방.단’까지.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모였지만, 모두들 교토시민활동종합센터의 한 부분을 이루며 절묘한 하모니를 연출하고 있었다.

니시다 씨는 “일반 시민들이 운영의 주체가 되고 직원들은 옆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센터의 핵심적인 운영방침” 이라며, “교토시민활동종합센터야말로 전국 최초로 행정이 설립하고 ‘시민이 운영’ 하는 모델을 성공시킨 NPO지원센터” 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마을 풍경, 그리고 삶의 방식. 시민활동종합센터야말로 교토의 진정한 ‘행복발전소’가 아닌가 싶다.

[글_윤미라,영상_김해인/해피리포터]



”?” <편집자 주> 해피시니어팀은 지난 2월 26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일본 NPO지원센터 현황을 방문조사하고 돌아왔습니다. 현재 구상중인 NPO센터, ‘행복발전소’의 밑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전국의 모든 NPO들이 자유로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 행복발전소가 힘차게 가동될 그 날을 위해, 앞으로도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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