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한 사람의 몸은 한 나라와 같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한 사람의 몸은 한 나라와 같이 중한 것이고, 건강은 행복한 삶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현재 한국 사회 안에서 건강에 관한 한 가장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는 이들이 있다면, 다름 아니라 외국인 이주민들이다. 이들 또한 한 나라와 같이 존중되어야 할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건강은 위기상태다.

한국이주민건강협회는 이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1999년 설립되었다. 처음에는 ‘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이주민 스스로 조합원으로 가입해 의료공제를 받을 수 있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의료공제 뿐만 아니라 진료, 건강교육, 홍보 및 출판, 해외 병원 건립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진료와 치료사업
한국이주민건강협회의 주된 사업은 물론 이주민 진료와 치료이다. 진료와 치료사업은 의료비 직접지원, 순회 진료, 약품지원으로 나뉜다. 의료비직접지원은 의료공제회원의 수술, 입원, 분만 등과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비를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작년 한 해만 총 311건을 지원했다. 원래 운영비는 이주민들이 내는 회비가 대부분이었으나 워낙 수요가 많다 보니 지금은 외부기관이나 개인 지원금에 많이 의존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원금은 안정적이지 않아 재정에 대한 불안이 늘 따라다닌다.

순회 진료는 이주민들의 접근성이 높은 장소로 직접 찾아가서 진료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서울, 인
천, 고양 등을 비롯해 8개 지역에 11차례 순회 진료를 했다. 그렇게 진료한 인원이 909명이나 된다. 이주민들의 건강 진료의 필요성이 심각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약품지원사업은 무료진료소에 약품을 지원하는 것으로 작년 15개 지역, 41회에 걸쳐 기초약품 50~90종을 지원했다. 이 또한 수요에 비해 지원이 늘 부족한 편이다.

예방이 가장 훌륭한 진료
“사실 예방이 가장 중요하죠. 애초에 아프지 않게 잘 대비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진료입니다. 대부분의 이주민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은 노동환경에서 유해물질과 위험한 장비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일하다가 점점 자신도 모르게 병이 들고, 대부분 가난한 노동자들은 치료를 거의 받을 수가 없게 됩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입니다.”

이애란 의료팀장의 말처럼 가장 중요한 진료는 예방이기에 한국이주민건강협회는 진료와 더불어 건강교육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총 11개국 386명의 이주노동자들에게 산업재해예방, 직업병예방, 응급처치 등 사업장에서 안전하게 일하는 데 필요한 산업안전 교육과 생활상의 안전교육을 실시하였고, 다양한 식품섭취를 통한 건강관리 등 강연회도 열었다.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홍보출판사업도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를 위해 6개 국어로 이주노동자 건강교육교재를 제작했고, 8개 국어로 건강수첩을 발간, 배포했다. 또 매월 단체 홍보와 후원자 참여를 돕기 위한 소식지를 발간하고 있다. 그 밖에 이주노동자 일반건강실태를 조사하는 연구조사사업과 이주노동자 자녀 적응 지원사업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업을 하는 만큼 인력도 많이 필요하다. 현재는 상근자 7명으로 운영되는데, 당연히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 진료를 나갈 때에는 여러 시민의료단체들의 지원을 받지만 수시로 받는 의료 상담이나 도움요청은 상근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자원해서 일해 줄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제도권 밖의 사람들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앓는 질환은 직업병과 관련된 질환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적절한 예방책 없이 위험에 노출된 채 일하고 있고,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불법체류자의 경우다. 아파도 병원조차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런 문제는 여성 노동자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작년 한 해 의료비 지원을 받았던 사람들 311명 중에 192명이 여성이었다.
또 질환별 통계를 보면 산과가 126건으로 41%를 차지하고 있다. 즉, 이주여성들이 건강상의 어려움을 더 많이 겪고 있는 것이다. 이주여성들은 임신을 하면 직장에서 산후 복직도 없이 모두 해고된다고 한다. 때문에 이주여성들은 임신 후 정기적인 검진과 분만, 회복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새로 태어난 신생아들도 문제다. 정해진 시기에 받아야 할 예방 접종이나 검진을 대부분 받지 못한다. 실제로 신생아 질환이 16건, 5%로 질환별 통계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이주노동자와 이주민가정 전체의 건강이 위험한 상태인 것이다. 이애란 의료팀장님은 이런 문제가 ‘악순환’ 속에 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악순환이에요. 돈이 없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위험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위험한 환경 때문에 건강이 악화되고, 건강이 악화되니 일을 할 수 없고, 일을 못하니 돈이 없고, 돈이 없으니 병원에 갈 수 없는 거죠. 여성들도 임신을 하니 일을 못하게 되고, 일을 못하게 되니 제대로 검진이나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것이죠.”

이런 악순환은 이주민들 관련 제도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 모든 제도가 외국인 노동자들과 이주민 가정들을 제도권 밖에 머물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도권 밖에 있기에 복지에서 제외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이애란 의료팀장님이 생각하는 대안을 들어보았다.

“귀환사업의 일환으로 작년부터 본국사회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요. 실제로 네팔에 병원건립 사업과 의료진 초청과 함께 연수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주민들이 그들의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지요. 그래서 저희는 지속가능한 국제적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내도 이렇게 지속가능한 사업들을 진행해 나갔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각 단체들의 지속적인 연대가 필요합니다.”

결국 정부, 시민단체, 이주민들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료의 문제는 반드시 우선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민애_해피리포터]

한국이주민건강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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