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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중한 발바닥의 기록

“어?! 이 녹음기 좋은데요, 카메라는 어떤 모델이죠?”

취재하러 온 나보단 내가 들고 온 녹음기와 카메라에 더 관심을 보인다. 늘 인터뷰를 하는 입장이었는데 막상 ‘받는’ 입장이 되니 낯설다며 자꾸 웃는다. 그러면서도 주어진 질문에 성실하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참 일품(一品)이다. 이야기를 ‘듣는’ 재주 뿐 아니라 이야기를 ‘하는’ 재주도 남다르다. 정인숙(희망제작소 시니어 기자단)씨와의 인터뷰는 이처럼 감탄의 연속이었다.
”?”인생의 이모작, 그 첫 발을 내딛으며

정인숙(51)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평범한 교사였다. 교직에서 함께 일했던 남편과 은퇴한 것은 지난 2월. 27년간 천직으로 여겼던 직업이었다. 하지만 남편이 교직생활을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함께 퇴직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함께 살아왔고, 가장 힘든 시기에 함께 해야겠다는 마음에 함께 은퇴를 결심한 거죠.”

평소 은퇴 이후 시민단체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계획이 있었기에 시민기자단의 일원이 된 것은 ‘필연’ 아닐까.

“나름대로 혜택을 받은 세대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했고요. 퇴직 이후 시민단체에서 일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그 찰나에 희망제작소를 만나게 되었죠.”

그래서 3월부터 시작한 일이 희망제작소 안에서 NPO단체를 취재하는 시민기자단 활동이다. 물론 시작이 쉽진 않았다. 50을 넘겨 시작한 시민기자가 만만할 리 없었다. 그럼에도 직업특성상 몸 깊숙이 체득된 ‘들어주는’ 기술은 취재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일이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활동하는 분들을 만나면서 배워야 할 것도 늘어나고요.”

51살, 정씨의 인생 이모작은 이제 막 첫 스타트를 끊었다.

언제나 ‘연습’하고 어디서나 ‘성실하게’

평소 책 읽는 습관은 정씨의 필력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것이 힘이 되어 기사작성도 어렵지 않게 하고 있다고. 그럼에도 정씨는 끊임없이 노력한다.

“책 읽는 걸 좋아해요. 또 책 읽는 것은 그 연습에 많이 도움을 줍니다. 시간이 되는대로, 그리고 기사를 위한 책이라면 시간을 내서라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좋아하는 일은 독서뿐만 아니다. 그림 그리기, 답사 가기, 여행하기, 농사짓기. 이 많은 활동들을 하고 있는 정씨지만 마감날짜를 어긴 적이 한 번 없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일찍, 더 많은 기사를 쓴다. 비결을 묻자 오랜 직장생활이 ‘성실함’을 몸에 배게 했다고 대답한다. 늘 꽉 짜인 생활을 하다가 시간을 자유롭게 쓰게 되면 너무 한가할까 걱정은 기우였다.

“다양한 활동을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 일에 관해 늘 연습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역시’하는 감탄이 또 절로 나온다.

또래의 50대 자원활동가들로부터 배운다

정씨가 지금까지 취재한 NPO단체들을 보면 환경, 아동, 지역, 교육 등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다.

“처음이니까 모든 분야를 한 번씩 경험해보려고 해요. 하다보면 아무래도 관심분야가 생길 거예요. 그럼 그 때부터 전문적으로 한 분야를 해볼 생각이에요. 아직은 배우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나고 싶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단체는 없냐고 묻자, “기억에는 다 남는걸요.”하며 웃는다. 물론 특별히 공감하는 활동가는 있었다고 한다.

“궁궐 지킴이, 박물관 유물 해설가, 노인복지센터 활동가. 이 분들이 모두 50대 활동가였어요. 어쩌면 그렇게 열정적으로 일하시는지 정말 많이 배우고 왔어요. 꾸준히 활동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힘이 나더라고요. 마음이 참 좋았어요.”

정씨는 그들을 보며 한 달에 2편, 일 년에 20편, 5년에 100편의 기사를 쓴다는 자신의 다짐을 다시 한 번 되 뇌였다고 한다. 선한 눈매가 그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날렵하게 변한다.

”?”
‘먹고사니즘’에서 탈피한 나만의 철학 가져야

하루하루 바쁘지만 정씨는 꼭 하루에 얼마만큼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있어야 나를 조절할 수 있고 지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

“사람들은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만나는 일을 소홀히 합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면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노력이 있어야 인생의 이미를 찾을 수 있어요. 한마디로 나만의 철학이 만들어지는 거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그의 인생목표는 크고 화려하지 않았지만 깊고 원숙한 것이었다. ‘내 몫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살자’는 것. 그 깊고 원숙한 꿈을 위해 정씨는 오늘도 취재를 가고 글을 고치고 또 고친다.

기자는 ‘발’로 뛴다고들 한다. 그래서 기자가 취재 가는 곳곳에는 기자만의 발바닥 기록이 남는다. 인생의 이모작을 기자로 다시 시작하는 정인숙씨, 그가 가는 곳곳마다 소중한 발바닥의 기록이 또렷이 남기를 바란다. 더 선명히, 더 많이 발바닥 자국이 선명했으면 좋겠다. 열정적으로 일하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시민기자단의 이름으로 오랫동안 보길 희망한다.

[글,사진_ 송은하/해피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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