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시민미술단체 늦바람>

해피시니어 프로젝트는 전문성있는 은퇴자들에게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 에 참여해 사회공익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NPO·NGO에는 은퇴자들의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기구의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희망제작소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학생 시민기자단 ‘해피리포터’들이 은퇴자와 시민들에게 한국사회의 다양한 NPO·NGO 단체를 소개하는 코너가 바로 ‘해피리포트’입니다. <편집자 주>

자유로운, 혹은 자유롭고 싶은 사람들
”?” ‘늦바람’에 입회한 회원들은 누구나 첫 3개월간, 이른바 ‘자신을 깨는 과정’을 거친다. 처음 그림에 입문한 이들이 수 많은 고정관념들 속에 갇혀,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2주 동안 진행되는 한 번 관찰 후 1mm씩 그리기, 대상 거꾸로 그리기, 먹을 이용해 공간만 그려보기, 뷰파인더를 사용하여 그리기 등의 프로그램들이 망치와 정이 되어 그 힘든 파열과정을 돕는다. 그리하여 마지막 과제로 자화상을 그리는데, 대부분 예상보다 더 강렬하면서도 사실적인 결과물이 나와 스스로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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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미술도 다른 예술들과 마찬가지로 생활의 한 부분이자,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거든요. 그림 앞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요. 그리는 도중의 심정이나 건강상태가 고스란히 붓 끝에 전해지기 때문이지요.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 답니다.”

‘이주연 사무국장은 미술사랑에 늦바람난 못 말리는 회원들을 ‘자유로운, 자유롭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애초에는 민애청(민족통일애국청년회)의 회원미술모임으로 출발했지만 단체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97년 독립해, ‘늦바람’을 창립하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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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회원 가운데 직업 화가들도 상당수 있어, 몇몇 분이 산파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그림이 좋아서 모여든 일반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직업도, 나이도 천차만별이고 모두 얽매이기 싫어하는 성격들이지만, 서로 ‘터치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작업하고 밤늦도록 잔도 기울이며, 잘들 어우러진다. 오죽하면 한 달에 한 번씩 야외스케치를 나가 단체사진을 찍으려 해도 두 세 명 정도는 꼭 앵글을 벗어나 있다고 한다. 그니들을 재촉해 불러 모으려는 이 또한 없음은 물론이다.

”?”배움과 그림을 향한 끝없는 갈증

하지만 모든 늦바람 회원들이 철저하게 지키는 두 가지 의무사항이 있는데, 늦바람 대중강좌 참석과 정기전시회 출품이 그것이다. 두 달에 한 번씩 전문가를 초청해 열리는 대중강좌는 올해로 3년차를 맞았는데, 늘 회원과 일반청중들이 가득 몰려 만원사례다. 다들 뒤늦게 미술을 시작한 사람들인지라, 배움과 그림을 향한 열정 하나만큼은 누구 못지 않다고 한다. 강의주제도 처음에는 미술사와 장르이해 중심이었는데 ‘미술의 사회화’와 같은 문화전반의 문제들로 그 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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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에 개최하는 정기전시회는 해마다 주제를 달리해서 기획되는데, 올해는 뜻 깊은 10주년을 맞아 ‘10’ 을 테마로 잡았다. 완성과 새로운 출발의 경계에 서 있는 10이라는 숫자처럼, 늦바람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차분히 준비하자는 의미에서다.

“회원 1인당 자유작 1점과 주제작 2점을 출품해야하기 때문에 여름만 되면 전기세며 수도세가 평소의 두 배는 넘게 나와요. 대부분의 작업이 작업실에서만 이루어지니까요. 회비를 올리든지, 전시회를 겨울에 하든지 해야지 원.”

이주영 사무국장이 농반의 푸념을 털어놓았다. 회원들이 열정적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전시회에 참여해 한시름 놓긴 했지만, 20~40여 정기회원의 회비로 운영되는 살림살이다 보니, 늘 빠듯할 수밖에 없어 걱정인 모양이다. 최근에는 회원 수도 감소세여서, 조금 작은 공간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기도 했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우리 동네 이야기

주중의 정규작업시간 외에는 각종 공모사업이나 기획전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그 중에서도 2000년부터 시작한 벽화그리기 사업에 가장 많은 힘을 쏟고 있다. 대부분의 시민미술행사처럼 1회성이 아니라 적어도 5년 이상은 낡은 담벼락을 환하게 빛낼 수 있고, 아이들과 함께 그림으로 소통할 수도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미 단장을 마친 학교만 어림잡아 10여 곳에 이른다.

“보통 5학년 각 학급에서 재능있는 친구들 3~4명씩이 먼저 모여 구상하고 스케치를 한 뒤, 같은 반 친구들을 이끌고 나와 반별로 색칠을 하지요. 혹시나 하시던 선생님들께선 늘 ‘어머나’하고 놀래요. 다들 즐거워하면서도 진지하게 작업을 해서요. 아이들은 원래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책임을 맡겨주면 다 잘하거든요.”

”?”이주연 사무국장은 4년째 성동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운영하는 ‘지구촌마을’에도 미술교사로 참여하고 있다. 매주 몽골, 필리핀, 베트남에서 온 각양각색의 학생들과 함께 하는데, 그녀와 대화를 하다보니 가르친다기보다는 ‘놀아주고 온다’는 말이 괜한 겸손만은 아닌 듯 하다. 아이들에 대한 믿음, 존중이 그야말로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뚝뚝 묻어난다.

“한번은 아이들을 피카소 작품전에 데려갔는데, 다들 굉장히 좋아했어요. 거기서도 그냥 아이들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보게 내버려뒀죠. 그래도 물어보면 강렬하게 남은 이미지들이 있어서 아직도 기억하고 얘기하기도 하고 그래요. 솔직히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큐레이터 앞에 앉혀놓고 작품설명 받아 적게 하는데, 자유롭게 보고 느끼면서 놀러간다는 기분을 심어줬으면 좋겠어요.”

늦바람? 신바람!

이 사무국장은 2000년에 늦바람에 입회했다. 그 역시 이전에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아 본 적은 없었다. 덕수궁 야외스케치 때부터 활동에 참여해, ‘자기를 깨는 과정’을 거쳤고, 그렇게 그림에, 함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 점차 매료되어 갔다고 한다. 지금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늦바람의 유일한 상근자로 일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그 계기를 묻자 토마토라는 애칭에 걸맞게 살짝 볼을 붉히며 ‘한 번 맛을 보면, 쉽게 다른 것을 찾는 것이 힘들 수도 있다.’는 답을 남겼다.

“오직 링 위에서 내 세상의 끝을 보았노라.”고 속삭이던 영화 속 어느 여자복서처럼, 인터뷰 내내 그녀의 진솔한 대답들에는 단단함과 따뜻함이 고루 녹아 있었다. 미술사랑에 늦바람, 신바람이 난 모든 이들이 그러하듯.

[글/ 이재흥 _ 해피리포터, 사진제공/ 시민미술단체 늦바람]

시민미술단체 늦바람

전화 : 02) 2298-9468
e-mail : tomatoljy@hanmail.net
홈페이지 : http://www.nbaram.org
자원활동 참여 : 서울시 성동구 홍익동 492 201호 우)133-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