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한국의 여성 운동. 우리 사회에서 유난히 찬반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이 운동을 누군가는 ‘여성들의 투쟁과 한(恨)의 역사’라고 했다. 인천여성회를 찾아가는 길, 인천여성연대가 미스월드 선발대회 인천 유치를 반대하며 시청 앞에서 격렬히 항의하는 사진을 보면서 이 말과 여성 투쟁의 의미를 곱씹어 보았다.

저녁 6시 인천여성회 문 앞, 까칠한 말투를 예상하며 긴장속에 노크를 했다. 하지만 웬걸, 문을 열자마자 특유의 고운 향이 흘러 나오며, 공간을 따뜻하게 채우는 사람들의 정다운 이야기 소리와 함께 반가운 인사들이 정신없이 건네졌다.

“밖이 많이 춥죠?”
“저녁 식사는 했어요?”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했어요.반가워요.”

뜻밖이었다.
”?” 여성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기

인천여성회는 2001년 부평여성회 및 지역여성회 활동을 시작으로 여성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모토 아래 2004년 1월 31일 창립되었다. 현재 각 지부를 통틀어 200여 명 정도의 회원들이 여성을 대상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최주영 사무처장은 요즘 인천시의회가 공포한 영?유아 특기활동 허용 조례 때문에 정신이 없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 5세 미만의 어린 아이들까지 특기활동을 시키게 되면 특기활동비까지 부모가 부담하게 돼 보육료가 치솟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에요. 취학 전 아동들까지도 사교육 시장에 노출되는 거죠.”

대부분 회원들의 연령대가 3~40대인 만큼 육아에 대한 관심이 크고 또 관련한 프로그램도 다양했다. 미성년자 성추행?성폭행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서 ‘어린이 성교육 인형극’은 자녀를 둔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동감을 이끌어냈다.

“성교육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어린이들에게 이해시킬까 고민이 많았어요. 12회 강좌로 진행해서 무대부터 인형까지 직접 만들었어요. 찾아가는 교육으로 어린이 행사나 공부방, 어린이 집 요청을 받아서 총 5회 정도 공연을 했지요. 성을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는 걸 부모와 같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얼마 전 진행한 ‘자녀와의 대화법’이라는 기획 강좌는 자녀와 대화하는 법을 몰라 갈등을 키웠던 부모들의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주요 회원들이 엄마이다 보니 항상 고민하는 것은 자녀와의 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진정한 육아는 자기 자녀만으로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 속에서 아이를 잘 키워내는 것이라는 시각을 형성하는 거죠.”

여성회 소통의 시작, 수다

‘들풀도 제 고유한 이름이 있다는데
골목어귀 시장 틈 어디에서 마구 부르는
어이,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었다.’

안정옥 회원의 「귀한 딸 (네 혼신을 실어 춤추라)」이라는 시 중 일부이다.

수많은 중년 여성들이 자신을 잃어버린 채 그저 ‘아줌마’라는 이름 하나로 살아가야 하는, 그 사무치는 허무함. 그 허무함의 해법을 최 사무처장은 ‘여성의 연대’에서 찾았다.

“인천 여성회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바로 여성주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거예요. 여성은 심리적인 연대가 강하다는 것이 특징이죠. 서로 상대의 삶을 지지해주고 위안하는 능력은 여성들의 힘입니다. 여성들의 대화를 수다라는 이름으로 격하시키지만 수다가 바로 그런 연대를 가능하게 합니다.”

“수다 중에서도 여성회에서 하는 수다는 ‘내 삶에 대한 수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전에 대한 수다, 사회로 다시 나가기 위한 수다라는 면에서 더 긍정적이라 할 수 있죠.”

연대로 끌어안기

인천여성회는 주부 회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층이 얇은 20대 여성을 포옹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작년부터 인하대와 경인여대에서 열고 있는 ‘차세대 리더십 캠프’와 ‘인천 여성영화제’가 그런 노력의 하나이다.

“‘차세대 리더십 캠프’는 현재 인천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여대생들이 여성 리더의 역할을 이해하고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입니다. 여학생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모임을 구성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죠. 올해 6월 말로 계획하고 있는 리더십 캠프는 인천시 지원을 받아서 인천 전체로 확대해 꾸릴 예정이에요.”

올해로 4회째 열리는 ‘인천 여성영화제’는 여성단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접근성이 좋고 영화제라는 축제를 통해 시민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 했다.

“올해는 여성 영상교육을 통해 영상을 찍는 법부터 시작해 자신의 소소한 삶이 담긴 단편 다큐들을 만들어 볼 예정이에요. 영화제 때 발표할 계획도 있고요.”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더불어 사는 사회인만큼 남성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 단체에도 10명 내외의 남성회원이 있어요. 비록 대부분이 애인이나 아내 등 누군가의 압력을 받아서 오긴 했지만(웃음), 남성들도 함께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죠. 4월 중순에는 아빠들의 모임을 가질 예정이에요.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교육철학을 아빠들의 퇴근 시간에 맞춰 저녁 강의로 준비하고 있어요.”

“이런 프로그램들을 처음 추진할 때는 과연 사람이 모일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관심도 많았고, 반응도 좋았습니다. 또 모임을 통해 서로 연계되는 사람도 생기니 방향도 잡혀갔어요. 사실 서로들 참여하고 싶었던 마음은 있었지만 단지 ‘꺼리’가 없었을 뿐이라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되었죠.”

애정과 믿음을 나침반으로 삼아

사람에 대한 애정이 인천여성회의 최고의 장점이라 자랑하는 최 사무처장은 인천여성회가 나아갈 방향도 애정에 있다고 하였다.

“여성들이 스스로 자기 삶을 사랑하고 그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해요. 삶터와 일터 양측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당당히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죠. 앞으로도 여성들에 대한 교육과 문화 활동을 주축으로 능동적인 여성상을 그려나갈 겁니다.”

흔히 여성단체라 하면 여성학을 공부했거나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들 외에는 활동하기 힘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하자 편견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누구든지 환영이죠. 꼭 여성 관련이 아니더라도 곤충을 잘 아는 분이면 아이들에게 곤충 이야기를 해주셔도 좋고, 육아 경험이 있는 분은 보육 활동을 하셔도 돼요. 회원 활동이라는 것이 우리 삶 속에 다양하게 있는 거니까 항상 열려 있어요.”

마지막으로 인천여성회가 인천 시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알려졌으면 하느냐는 질문에 그동안 막힘없이 술술 대답하던 그가 “어려운 질문”이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한 회원이 우스갯소리로 ‘인천여성회는 인천에 살고 있는 여성이면 누구나 당연히 가입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자. 곧 이루어질 거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 믿음……. 시민들이 그만큼 믿을 수 있는 여성회였으면 좋겠어요. 또 동시에 우리 자체적으로 그만한 역량을 가지도록 더욱 더 노력해야죠.”

[글_정여은/해피리포터, 사진,영상 제공_인천여성회]

[인천여성회]

전화 : 032-435-3080
E-mail : incheonwomen@hanmail.net
홈페이지 : www.incheonwomen.org
주소 : 인천시 부평구 십정2동 493-4번지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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