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강동사랑시민연대>

사회문제가 곧 지역문제입니다

우리에게 천호동은 성매매 집결지의 대명사인 ‘텍사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성매매 집결지를 철거하고 뉴타운을 건설하며 옛 기억을 지워내려 했지만, 요즈음은 아무개의 특혜분양 시비가 일어 다시 한 번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많은 이들이 새 삶을 찾아 천호동을 떠나간 지금, 오직 오갈 데 없는 독거노인들만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차 많은 사람들(千)이 모여 살만한 곳(戶)이 되리라’는 뜻을 담은 천호라는 동 이름이 무색한 현실이다.

”?” “뉴타운이 개발되었다고는 하지만 천호동, 암사동 지역에는 어려운 삶을 사시는 분들이 아직도 많이 있어요. 보통 다른 동에서는 독거노인의 수가 10~20명 정도인데, 천호4동에는 거의 100명 이상에 이른답니다.”

강동사랑시민연대(이하 강동연대)의 이화열 공동대표는 강동초등학교 1회 졸업생인, 그야말로 이 지역 토박이다. 10살 때부터 지금까지 강동 이웃들의 지난한 삶을 보며 자라왔고, 대학에서 6월항쟁을 거치면서 사회의식에 눈을 떴다. 그는 통일논의가 한창이던 90년대 초, 민통련(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서울지부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20여년째 강동지역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 동안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해 여러 단체와 연대, 해체, 결성의 과정을 계속하다가 ‘동서울시민연대’ 강동지부를 거쳐, 2003년에 비로소 ‘강동사랑시민연대’로 자리를 잡았다.

”?”강동연대가 내건 표어 중에 유독 눈에 띄는 단어는 바로 ‘평화’이다. 언뜻 지역공동체, 지역시민단체가 내걸기엔 너무 큰 지향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이미 여러 차례 분단선 기행, 철원지역 순례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한다. 통일운동의 대부격인 문익환 목사가 의장으로 있었던 민통련에서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자연히 형성된 문제의식이기도 하지만,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문제라고 강동연대는 확신하고 있다.

“저는 시민운동을 한다기보다는 ‘지역을 위한 운동’을 한다고 말하곤 해요. 그렇기 때문에 지역을 풍요롭고 살맛나게 하는 활동 못지않게, 지역문제를 근본적으로 꼬이게 만드는 사회적 이슈들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간의 군사대치상황, 도시서민과 농어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한-미FTA라든지 비정규직문제가 풀려야 지역도 건강하게 발전하는 거지요.”
”?”이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강동연대는 최근 송파시민연대, 성동광진시민연대, 용산연대, 중랑시민연대 등의 풀뿌리 시민단체들과 함께 ‘서울시민네트워크’를 결성했다. 구나 동 단위의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다보면 결국 광역자치단체나 중앙정부와 상대해야하는 경우가 많아 연대기구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가까운 마포연대의 경우만 해도 일방적인 ‘성미산 배수지 건설’ 을 철회시키기 위해 마포구가 아닌, 서울시와 3년여 동안 공방을 벌여야 했다.

이미 사회적 이슈별로 ‘시민단체 연석회의’ 등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중앙의 대형시민단체들이 주도하고 있고, 대응의 성과가 곧바로 지역의 문제해결로 이어지는 데에 부족함이 많은 실정이다. 현재 지역문제를 천착하고 있는 중앙의 시민단체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느낀다는 이 대표는, 단기적인 프로젝트 이외에도 중장기적인 합동사업, 지속적인 연대와 유대관계를 쌓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민주화 이후 전국의 이름 없는 개인들이 보내준 관심과 후원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시민사회가 이제 지역에도 충분한 관심을 보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희망나눔

서울시민네트워크를 통해 전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은 ‘희망나눔센터’ 활동이다. 각 지역의 저소득층, 소년소녀 가장, 독거노인에게 반찬을 나누고, 집을 수리하고, 말벗이 되어주는 활동을 하는데, 강동연대를 비롯한 회원단체들이 사업내용이나 성과, 고민을 함께 공유하며 나아가고 있다. 일방적인 동정은 지양하고, 함께 희망을 나누며 만들어가자는 취지의 사업명도 함께 정했다. 강동연대는 아직 센터를 준비하는 단계에 있지만, 최근에 집수리3호점을 오픈하는 등 센터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강동연대는 지역의 저소득층 자녀교육을 위해 두 개의 부설기관을 이미 운영 중이다. ‘강동꿈나무지역아동센터’와 ‘강동꿈나무청소년공부방’이 바로 그것인데, 특히 꿈나무아동센터는 2006년 구청의 인가를 받아 재정과 행정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전문보육교사와 복지사가 함께 하면서 방과후 학습, 음악교실, 예술치유, 야외체험학습, 저녁급식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뜻이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과 80명의 회원과 단체들의 후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중고등학생들을 위해 운영되는 청소년 공부방 역시 지역 내의 현직교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운영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아직 인가를 받지 못해 교회건물을 빌려 생활하고 있지만, 11월에는 새로 이사하는 강동연대의 공간에서 함께 할 예정이어서 도약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운영에 어려움이 없는지를 묻자, 이 대표는 재정적인 문제와 관련된 고민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꿈나무 아동센터와 청소년 공부방과 같은 부설기관들은 고정적인 후원회원들과 지원이 있는 편이지만, 사업을 총괄하고 구상하는 강동연대는 운영비마저도 빠듯한 형편이다. 고등학생과 초등학교 6학년 두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가계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한다.

”?”반상회가 만들어 가는 우리 마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공동체의 미래, 지역자치의 의미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자, 이내 상기된 표정으로 활기찬 미래의 청사진을 펼쳐보였다.

“대학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사회에 나왔는데, 10살 때부터 주욱 살아온 이 곳 천호4동에서 지역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저는 지역에서 삶의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진짜 살맛나는 사회로의 변화는 이루어 낼 수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도 요즘 지방자치가 많이 활성화되고, 지역시민단체 수도 늘긴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죠.

요즈음 베네수엘라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는 ‘지역자치위원회’ 수준까지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동마다, 마을마다 있는 우리네 반상회들에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거죠. 지역주민들 역시 ‘우리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꿈을 시작하는 곳은 바로 나와 이웃이 사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힘주어 강조했다.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곧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저 텍사스와 뉴타운으로만 알고 있던 천호동에도 역시나 사람이 살고 있었고, 소외받은 이웃들이 있었으며, 그들과 함께 평화와 자치, 나눔을 묵묵히 실천해 나가는 이들이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해 장차 수천, 수만호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가꾸어나가길 기원한다.

[글/ 이재흥 _ 해피리포터, 사진제공/ 강동사랑시민연대]

강동사랑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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