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변화, 살고 싶은 당진

목민관클럽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모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모임입니다. 지방자치 현안 및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루는 정기포럼을 개최하며, 연 2회 정기간행물 목민광장을 발행합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자치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서해대교를 지나면 눈에 띄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눈 닿는 곳마다 우뚝 선 송전탑 다른 하나는 6개의 발전소에서 번쩍이는 불빛이다. 충남의 최고 평야지대이면서 한국사회의 고속성장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는 당진, 그 곳에서 우리나라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해 보고 싶다는 김홍장 당진시장을 만났다.

● 일시 : 2016년 3월 2일(수요일) 14시
● 장소 : 당진시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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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이하 이): 당진시의 민선 6기 핵심전략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김홍장 당진시장(이하 김): 당진시가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주민자치, 지역경제 활성화, 3농 혁신입니다. 지역 주민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중심으로 실질적 주민자치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14개 읍면동 544명의 주민자치위원으로 구성된 주민자치협의회가 2015년 3월 출범하였고, 주민 스스로 자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 간담회, 공모사업에 참여하는 등 당진형 주민자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성장 둔화로 기업의 투자가 크게 위축된 상태이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를 유치해 지역경제를 진작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3농 혁신은 농업을 영위하는 농어업인과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인 농촌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민관 협력 시스템과 지역 농정 혁신 모델을 구축해 가고 있습니다.

: 주민자치를 최우선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한국은 헌법 체계로 운영되는 국가입니다. 제도로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발전의 동력이었던 시장자본주의도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주민들의 요구는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국가가 이를 따라가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하나의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주민과 중앙정부 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주민들이 자치를 해야 합니다.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논의와 결정은 직접민주주의로 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가 최근의 흐름인 것처럼 주민자치 역시 커다란 변혁의 한 줄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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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당진형 주민자치 정착의 원년

: 어떤 체계와 구조의 주민자치를 구상하고 계신지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헌법 2조 2항은 한국이 주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 보장되고 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저는 지방정부의 수장으로 주민들에게 권한과 예산을 주고자 했습니다. 당진의 273개 마을에서 각각의 주요 의제를 논의해 시에 제안하면, 시와 의회가 협의해 집행하는 방식입니다. 마을에 가로등을 세운다든가 회관을 수리한다든가 하는 사안은 시보다 마을주민들이 더 잘 알고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공장 설립 신청이 접수되면 시 공무원들은 법적 하자가 없으면 허가를 내지만, 그곳에 사는 지역 주민들은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사안을 보기 때문에 이후 갈등이 발생하거나 집단 반발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민자치는 이런 일들을 마을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합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에게 권한을 주면 되는 일입니다.

물론 이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주민자치위원을 선발하고자 하니 이·통장을 비롯한 기존에 마을을 위해 봉사해 온 분들과 갈등이 있습니다. 지금껏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해 오신 분들입니다만, 기존 관행과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일입니다. 지금껏 마을 일에 대해 주민들이 함께 모여 토론하거나 의견을 모아 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민자치에서 필수적인 토의 등의 과정이 아직은 서툴고 학습이 필요한 점도 있습니다. 시의회와의 공감대 형성 부족으로 조례 재개정이라는 진통을 야기하기도 했지만, 앞으로 시민과 공무원의 관심도를 높여 주민자치와 지방자치가 함께 작동할 수 있게 하고자 합니다.

대규모 투자유치로 지역경제 활성화의 불씨를

: 활발한 기업 투자가 인상적입니다.

: 당진에는 1천200만 평의 산업단지에 1천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습니다. 수도권의 규제완화 정책으로 국내 기업 입주가 현저히 줄고 있지만, 지난해 처음 중국에서 해외투자 설명회를 개최해 랴오디 그룹으로부터 6천400억 원의 투자협약을 이끌었고 북해그룹, 코니 자동차와 프랑스 옥사 그룹 등에서 총 1조9천405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외견상 수치만으로 당진이 발전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서해안 시대를 예측했던 민간인들이 삽교천, 석문국가산업단지 등 해안선 중 경제적 가치가 높은 토지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당진 내 농경지 외 일반 택지 중 70%가 외지인 소유입니다. 시에서 지역 주민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중국 투자 유치도 현재로선 호재이나 앞으로 벌어질 상황 중 우려되는 점 역시 있습니다. 일례로 중국중소기업협회와 한국중소기업진흥회가 투자해 건축자재공장을 짓는데 중국에서는 중국인 근로자를 한국에 대거 데려오려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생활여건 조성을 위해 새로운 도시를 만들 계획입니다.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획을 살펴보면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예측되는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현재의 지역 개발 방식에 대해 지역 주민과의 갈등은 없는지요?

: 지역 주민들은 어떻게 해서든 산업단지나 공장을 유치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길 기대합니다. 당진은 철강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도시입니다.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인 이점 덕에 인구가 꾸준히 증가해 왔고, 편리한 교통으로 투자 유치와 관광객 역시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상권과 금융 등은 수도권에 역외 유출되고 있으며, 철강 제조업 경기의 둔화로 관련업체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늘 자동차 산업의 메카이자 미국 4대 도시 중 하나였다가 몰락한 디트로이트시를 상기합니다. 디트로이트시가 재정적자를 견디지 못해 파산 신청한 예는 당진시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당진의 지속 가능 발전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

: 이제는 당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당진시는 전국 지자체 중 최고 규모인 6개의 발전소가 641만k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고, 15개 노선 189km에 이르는 송전선로와 526개의 철탑이 들어서 있습니다. 전력사업이 국가 기간사업이라는 점은 수용하지만, 시장으로서 주민의 건강권과 재산권을 보호할 책무 또한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한전과 정부를 상대로 추가적인 송전탑 건설 반대와 기존 송전선로 전 구간의 지중화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한전은 삼성전자 반도체 단지가 들어설 평택 고덕산단으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 북당진 변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당진 내 발전소에서 하루 사용하는 석탄만 400만 톤이 넘습니다. 이를 보관하는 세계 최초 저온 창고가 있는데, 인근에 뿌리채소를 심으면 냄새가 나서 먹을 수가 없습니다. 통상 2개월 분량의 석탄을 저장하는데 석탄이 자연 발화해 동네에 날리고 자체적으로 산소와 결합돼 불이 나기도 합니다. 당진이 하나의 커다란 연탄을 사용하는 집인 셈입니다.

당진에는 현대제철이라는 대기업이 있습니다. 하지만 본사는 서울에 있습니다. 지역에 투자하지도 소비하지도 않습니다. 충남당진현대제철 설립 초기에는 지역에 학교나 병원을 지어 정주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에 기여한다는 논의가 있었으나, 문을 연 2002년 이후 지금까지 낙수효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도리어 투기로 인해 지가가 올랐고, 지역은 공장에 근로하는 서민 노동자들만 사는 베드타운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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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은 당진 지속가능발전의 열쇠

: 당진의 미래 동력산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제가 3농 혁신을 추진하는 이유는, 농업이야말로 우리의 뿌리 산업이자 생명 산업이고 새로운 희망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농업은 여전히 1차 산업에 머무르고 있고, 농민들의 의식 전환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지난 4월 3농 혁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여 3농 혁신을 위한 제도를 마련했으며, 농업 전문가와 관계자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3농 혁신위원회 위원을 위촉하고 140여 명으로 구성된 14개 읍면동 지역혁신추진단을 발족해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 추진에 힘쓰고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농어업 기반시설 투자로 농촌 일자리를 확충할 생각입니다. 대호 간척지 일원에 폐열 이송관로, 열교환기 등 폐열재 이용 기반 시설을 조성하여 화력발전소 온배수열 활용 농어업 시설단지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국비 33억 원 등 사업비 55억 원을 투자해 기반 시설을 조성하였고, 민자를 유치하여 첨단 시설 원예 단지를 만들 예정입니다. 또한 30ha 규모의 친환경 양식 단지를 조성하여 고부가가가치 어종인 뱀장어, 새우 등을 중국에 수출하여, 농어촌 일자리를 확충하고자 합니다.

취임한 후 바로 15개소의 지역농협 조합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올해 하반기까지 지역 농축협 마트 내 로컬 푸드 판매장을 9개소 설치할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6차 산업화 기반 조성 등 12개 사업을 위해 47억 원을 확보했습니다.

: 삽교호 수질 개선도 좋은 먹거리 생산을 위한 사업의 일환인지요?

: 삽교호는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 10.5ppm으로 농업용수 기준을 초과할 정도로 수질이 악화되어 있었습니다. 삽교천 유역은 7개 시군으로, 관할 지자체 협조 없이는 수질개선 효과가 미미합니다. 이는 당진시만의 현안이 아니라 충남도 전체의 문제로 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축 및 환경부, 충남도와의 긴밀한 협조체계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수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국민의 건강을 해친다고 발언하고 다니니 농민단체에서 쌀값이 떨어진다며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도리어 쌀가마 쌓아두고 데모하기보다 삽교천 수질 개선을 요청하면 국민들이 호응해 줄 거라고 그들을 설득했습니다. 삽교호 수계 남원천, 석우천을 대상으로 생태하천 복원, 환경기초시설 확충 등 개선사업을 한 지 1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임기 내 최소 4급수, 최대 3급수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목민관클럽 회원 단체장으로서 목민관클럽에 기대하시는 점은 무엇입니까?

: 지난해 12월 17~18일 당진시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목민관클럽 보좌진 아카데미에 30여 명이 참석해 당진시의 우수 정책 사례를 둘러보고 혁신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공유했던 알찬 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앞으로도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목민관클럽이 그 지평을 더욱 넓혀 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긴 시간, 감사합니다.

정리 : 이민영 | 목민관클럽팀 선임연구원 · mignon@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