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는 한국지방신문협회와 공동으로 중앙 정치권 및 정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지방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지역과 현장의 시각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연속토론회를 개최합니다. 그 여덟번째 순서로 지난 5월 20일 대전일보사 1층 대회의실에서 ‘성공적인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절차적, 단계적 설계’를 주제로, 지구촌시대의 경쟁주체, 지방정부 경쟁의 조건과 과제에 대해 짚어 봤습니다.


* 이 기사는 공동캠페인 기사입니다. 저작권 협의하였습니다.

“‘국민적 합의기구’ 구성 전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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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중앙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국민적 합의기구를 구성한 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지방자치 역량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광역과 기초단체 간 기능분담 논의를 전제로 통합보다는 협력 방식의 논의가 바람직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국지방신문협회와 희망제작소가 공동 주최하고 대전일보가 주관한 ‘성공적인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절차적, 단계적 설계’ 토론회가 20일 대전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대전일보를 비롯한 전국 9개 지역 대표 일간지로 구성된 지방신문협회와 희망제작소가 ‘행정체제 개편 논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대안을 찾다’라는 대주제로 기획한 전국 순회 토론회로 지난 1월 22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주, 춘천, 수원, 광주, 대구, 부산에 이어 8회째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 주도의 일방적인 행정체제 개편에 큰 우려를 표시했다. 또 주민, 시민사회단체, 학계 전문가의 의견이 충실히 반영될 것과 지역의 특수성, 경제·문화적 효율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점에 견해를 같이했다.

안성호 대전대 교수는 ‘정치권의 지방자치체제 개편 논의의 문제점과 대안 구상’이란 발제를 통해 “광역시와 도 자치정부를 없애고 중앙정부 산하의 국가지방광역행정청을 만들거나 도지사를 국가에서 임명하는 것은 중앙집권적 관치행정으로 가겠다는 속내”라며 “이는 유엔의 지방분권 국제지침에도 어긋나며 소규모 기초정부라는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 궤변”이라고 질타했다.

안 교수는 “좋은 제도, 필요한 제도는 유지하고 개편을 하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학계 전문가의 자문절차가 배제된 상황에서 국회의원 등 정치권의 밀어붙이기식 논의는 편견과 부당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송석두 대전시 기획관리실장은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광역과 기초 간 기능분담, 지역현실을 고려한 자원 활용과 자치권의 일원화, 재정여건 반영 등이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태 충남도의원은 “현 시점에서의 개편 논의는 시기, 타당성, 방법론 측면에서 적절치 못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후 “국민적 합의기구 구성과 비용, 공직사회 혼란 문제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추진돼야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윤기석 대전발전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가늠하는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행정구역개편안에 대해 범국가적 차원에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첨예하게 반영할 선거구 조정은 지방행정구역 개편과 연계하지 말고 따로 분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희 대전여민회 공동대표는 “정치권이 중심이 되고 주민의사가 무시되면 포퓰리즘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며 “전문가의 심층 검증과 충분한 사회적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문갑 대전일보 60년사 편찬위원은 “5+2 광역 경제권을 토대로 수도권에 메리트를 실어주는 불합리한 맹점에 빠질 수 있다”며 “지방의 존재 가치를 되살리고 희망을 전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역 순회토론회를 마친 지방신문협회와 희망제작소는 오는 6월 중순 서울에서 종합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황해동 기자

현행 시·군 기본 골격 유지 속…읍·면·동, 준자치행정기관으로

17대 국회에 이어 18대 국회에서도 지방자치체제 개편 논의가 무성하다. 지난해 8월 민주당이 도를 폐지하고 시·군·구를 70개 내외의 통합광역시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한나라당도 적극적 찬성 의사로 화답했다. 자유선진당은 국가구조 및 행정체제의 개편에 대해 ‘강소국 연방제’ 안을 제시했다.

시·군·구를 묶어 통합광역시로 만들고 시·도 자치정부를 폐지하는 대신 국가지방광역행정청 또는 국가지방행정기관인 도를 설치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은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정부 간 관계의 재정립을 위한 지방분권 개혁이 필요하고, 현행 시·군·자치구제도의 기본골격을 유지하면서 개편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 주민의 의사에 따라 자율 조정토록 하며, 읍·면·동을 준(準)자치행정기관으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또 세계화·지방화 시대의 광역행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행 광역시를 도에 흡수 통합하면서 일부 도와 도의 통합을 비롯한 도 경계의 부분적 재조정의 가능성 타진을 주문하고 싶다. 국가통치체제의 근간을 재편성하는 자치구역 및 자치계층의 개편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신중히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다.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 주도의 일방적 개편은 부당하고, 개편안의 설계과정에 전문가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개편안의 최종 선택은 개헌과 관련되는 경우에는 국민투표, 그 밖의 경우에는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많은 전문가의 심각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촉박한 시한을 정해 놓고 지방자치체제를 개편하려 하고 있다. 시·도 자치정부를 폐지하고 국가지방광역행정청 또는 국가지방행정기관인 도를 설치하는 것이 정치권의 주장대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님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이런 정치권의 의도는 ‘정치적 지방분권은 민주화와 굿 거버넌스 및 시민참여의 본질적 요소로서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의 적절한 조합을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한 UN-HABITAT의 지방분권국제지침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근래 선진국들은 초광역적 행정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 광역정부의 구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영국은 지역의 경제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광역정부인 카운티들의 통합을 꾀하고 있고, 프랑스는 26개 레이옹 중 22개를 6개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일본은 광역자치정부의 역할 및 위상 강화와 관련해 전전(戰前)부터 도주제의 도입을 논의해 왔다. 최근에는 도주제 도입을 자민당과 정부의 주요 정책의제로 채택하고 설계와 시행을 위한 검토를 진행하면서 북해도(北海道)를 ‘도주제 특구’로 지정, 실시하고 있다.

중국도 성(省)정부의 역할과 위상이 크게 신장돼 연방국가가 아님에도 성정부 중심의 ‘사실상의 연방국가’ 또는 ‘중국식 연방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관심을 갖는 개편안대로 지방자치제가 개편된다면 그동안 어렵게 쌓아올린 지방자치의 기틀은 통째로 뒤흔들리고 지방자치는 크게 후퇴하고 말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및 계층구조는 국가 백년대계인 만큼 특정 정당의 당리당략이나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섣불리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자치체제 개편이 지방자치를 퇴보시켜서는 안 된다.

한종구 기자

정치권 끊임없는 개편논의 왜?

“국회의원 정치적 영향력 확대 노림수…개편절차 공정성 확보 제도장치 필수”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행정구역 개편을 논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제를 맡은 안성호 교수와 대다수 토론자들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낸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행정구역 개편 논의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소개한다.

토론자들은 “정치권에서 내세우는 행정효율 향상과 지역감정 해소라는 자치체제 개편의 명분 뒤에는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의원들에게 가장 두려운 경쟁자들인 지방정치인들의 수를 일거에 4분의 1로 줄이고 강력한 대권도전의 경쟁자들인 광역단체장들을 일거에 없애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의 편견을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광역 시·도를 폐지해 3계층을 2계층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상은 신설될 통합광역시 안의 현행 시·군·구를 행정구로 전환하면 ‘2자치계층 + 1행정계층’이 ‘1자치계층 +2행정계층’으로 전환되므로 오히려 지방자치가 후퇴한다고 토론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에서는 뿌리 깊은 중앙집권적 정치·행정풍토에서 시·도로 분권하는 것조차 기피했던 정치권과 정부가 시·도 규모의 4분의 1에 불과한 통합광역시로 분권화하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정치권이 제안하는 광역시의 중앙정부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안 교수는 “도를 폐지하고 국가광역행정청을 신설해 도의 광역적 기능과 중앙정부가 관장하던 기능을 처리토록 한다는 것은 중앙집권적 관치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선진국들은 광역 및 초광역 행정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지방 및 광역정부들 간의 협력을 도모하면서 필요한 경우 광역정부를 신설하고 기존 광역정부들의 통합을 모색해 왔다”고 소개했다. 안 교수는 도를 폐지하는 대신에 국가지방광역행정청을 설치하려는 복안에 대해 “지방자치를 약화시키고 중앙집권적 관치로 회귀하려는 시대역행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권 개편안의 다른 문제점으로 △시·군·구 통합으로 인한 민주주의 결손 △시·군·구 통합의 가장 큰 폐해는 지방민주주의의 결손 △시·군·구 통합의 난관과 부작용 △불필요한 갈등과 마찰 야기 △계층 수의 증가 우려 △시·도 폐지로 인한 지역정체성과 건전한 지역주의의 파괴 △지방분권 개혁의 지연·중단 △천문학적 개편비용을 꼽았다.

구재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