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편집자 주/ ‘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본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는 ‘해피리포터’는 NPO,NGO들을 직접 발굴 취재해, 은퇴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자원순환사회연대(이하 순환연대)’ 건물이 있는 길은 내가 바로 며칠 전에 지나쳤던 곳이다. 그곳이 목적지가 되니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다. 삼환빌딩 별관이라… ‘가든타워’라는 건물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삼환빌딩이 있다.

작은 게 별관이겠지. 혹시나 해서 큰 건물로 먼저 걸음을 옮겼다. 입구에 서서 안내판을 샅샅이 뒤졌지만 순환연대는 없다. 또 혹시나 해서 경비아저씨에게 물어봤다.

“옆 건물 5층에 있어요.”


여기는 ‘자원순환사회연대’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두배로 반으로’

순환연대의 멋들어진 간판이 문 앞에 걸려있다. 홈페이지에서도 찾아낼 수 없었던 저 슬로건의 뜻을 꼭 물어볼 테다.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은 또 다른 것들. 분리수거함. 왠만해선 그냥 지나칠 쓰레기통에 불과한 놈들인데 그 앞에 있으니 참 의미심장하다.

”?”
아담한 사무실. 분주한 사람들. 그 와중에 받은 따뜻한 환영. 부랴부랴 테이블을 정리한다. 괜히 나 때문에 할 일이 하나 더 는 건 아닌지. 시원한 물이 유리컵에 담겨져 나왔다. 유리컵, 이 녀석도 의미심장하다.

순환연대는 1997년 문을 열고, 현재까지 쓰레기 문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산업폐기물, 매립, 음식물 등 쓰레기에 관한 모든 문제를 아우른다. 주로 하는 일은 정책제안. 환경부나 국토해양부 등의 부처를 상대로 자원의 순환이 더 잘될 수 있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뿐만 아니다. 순환연대에는 전국의 180여개 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쓰레기 운동’에 관한한 이들에게는 순환연대가 컨트롤타워나 다름없다. 각각의 단체들이 자신의 영역에 맞는 문제를 선택하면 순환연대는 제도적 측면이나 캠페인적 측면, 심지어 재정적 측면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캠페인이나 워크숍, 교육활동 위주의 연계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함께 일해온 지도 10년이 넘었다. 어떤 단체가 어떤 일을 잘 하는지, 어떤 특기가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순환연대는 그에 맞게 효율적으로 일을 분배해준다.


알고 보면 다 우리 작품

지난달 26일에는 ‘산업폐기물 불법처리 감시센터’ 개소식이 있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신고센터의 탄생으로 보다 효율적인 감시가 가능해졌다. 산업폐기물은 처리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불법 소각이나 매립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임에도 단속이 쉽지 않은 것은 워낙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이런 행위를 목격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적발은 대부분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통해 이뤄진다. 이들은 신분을 함부로 노출시키며 신고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신원보호가 확실히 되는 시민단체를 주로 찾는다. 이제는 전국적 규모의 감시센터 운영으로 더 활발한 단속활동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우리가 일상에서 참여해왔던 환경보호 정책들은 알고 보면 대부분 순환연대가 펼친 노력의 결실이다. 최근까지 계속됐던 1회용컵 보증금제도, 비닐백에 한해 유지되고 있는 쇼핑백 보증금제도, 기종마다 제각각이었던 핸드폰 충전기를 표준화시킨 것까지, 이들의 노력은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올해에는 ‘그린마일리지’ 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했다. ‘그린마일리지’는 상품의 2중 포장이나 과대 포장을 자제하고 이를 지키면 다양한 혜택을 주는 운동이다. 포장을 하나만 줄여도 연간 1000억 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
전면 시행한 지 이제 3개월째 이지만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렇게 불필요한 포장재의 생산 자체를 줄임으로써 석유 사용 감축, CO2 배출 감소 등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0년 동안 잔뼈 굵은 환경통, 하지만 시민단체에는 유감

순환연대의 ‘행동대장’ 김미화 사무처장은 20년 넘게 환경을 위해 일해온 시민운동계의 산 증인이다. 문화운동을 통해 행동가로서 첫 발을 내딛었지만, 그 당시 핵발전소 주변의 아이들 중 무뇌아가 많은 것을 보고 환경의 중요성을 절감해 그 길로 환경운동가가 됐다.

“80년대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던 시절이다. 민주화와 통일 문제로 다른 것들은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그때 환경운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갖고 있는 문화적인 기질을 이용해서 환경운동을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거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
그는 현재의 환경운동이 위기상황이라면서도 “굉장히 세분화되고 다양화된 점에서 본다면 분명 극적인 성장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엇이 위기라는 것일까. “’정체성’만 따지고 보면 환경운동의 한계라 할 수 있다. 환경에는 너무 다양한 분야가 있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이슈에 따라서 몰려다닌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없다. 전문성도 떨어지고 장기적인 전략도 세울 수가 없다.”

그는 각 단체가 각각의 사안별로 전문성을 갖추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전문적인 활동가가 만들어내는 전략과 전술에 따라 운동을 펼치는 단체, 이들에 의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움직이는 시민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린 공든 탑

‘지금 길거리에는 방치돼 있는 1회용 컵들이 넘쳐난다. 테이크아웃 커피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주변은 특히 더 그렇다’ ‘종이 쇼핑백에 대한 보증금 제도가 폐지된 이후 이용량이 5배 이상 늘었다. 심지어 백화점 관계자가 왜 폐지를 끝까지 못 막아주셨냐며 항변할 정도다’

위의 두 사례는 올해 보증금제도가 폐지되고 나서 발생한 상황들이다. 한 정책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과 기업, 정부를 설득하고 정책을 입안한다. 그리고 시범사업을 통해서 그 타당성을 인정받으면 제도로서 시행이 되는 것이다.

보증금 제도는 환경정책 중에서도 상당히 큰 성과를 낸 제도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들의 편의’를 내새워 한 순간에 공든탑을 무너뜨려 버렸다. 수년 간의 노력을 만들어낸 환경정책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것도 견디기 힘들지만, 그보다 더 절망스러운 것은 실질적으로 또다시 엄청난 쓰레기가 생겨나는 현실이다.

중국의 경우, 현재 쇼핑센터에서 비닐봉투 사용을 일체 금지시키고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의 보증금 제도를 매우 우수하게 평가하고 또 배워가고 있다. 경제지상주의로 빠져든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한탄스러운 이유다.


다시, 미래를 꿈꾸다

“사회운동은 항상 희망을 보고 하는 거다. 쇠도 때리고 달굴수록 더 강해지는 법이다”

순환연대는 수많은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김미화 사무처장은 미래의 ‘환경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나라는 환경산업이 살 길이다. 우리나라처럼 환경적 시스템이 잘 돼있는 나라가 별로 없다. 바로 이 환경에 대한 노하우를 기술로 발전시켜야 한다. 세계시장을 리드하면서 선점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자원의 순환이 최첨단 환경기술이다. 이제는 재생자원을 어떻게 천연자원처럼 활용하는가가 이슈다. 기술의 싸움이다.”

“지금까지의 환경산업은 일본이나 미국의 독점체제였다. 하지만 한국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환경을 어떻게 사업화시킬 것인가. 어떻게 국가에 이익이 되도록 할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봐야한다. 이게 바로 녹색성장이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경제적 측면과 환경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다.”


반으로 두배로

처음 단체의 문을 열며 가졌던 궁금증을 이제야 풀었다. ‘쓰레기는 반으로 재활용은 두배로’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사무처장님의 한마디.

“지금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라는 말을 사용한다.”

제로 웨이스트… 제로 웨이스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머릿속에서 한 세 번 정도 되뇌었던 것 같다.

”?”
옷을 사러 갔다.

“쇼핑백 무료인데 드릴까요?”

순간적으로 ‘예’라고 대답할 뻔했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받아왔던 나인데. 주위를 둘러보니 저마다 손에손에 쇼핑백이 한 가득 들려 있었다. 좌절까지는 아니지만 씁쓸함이 밀려왔다.

도서관에 갔다. 평소처럼 커피자판기에 200원을 집어넣었다. 밀크커피 버튼으로 손이 올라가다 멈칫했다. ‘멜라민’ 때문이 아니다.

‘이 200원 중에 종이컵 값은 얼마일까’

자판기는 거칠게 돈을 뱉어냈다.

자원이 쓰레기가 되기까지 거치는 단계 중에 마지막 관문은 아마도 사람이 아닌가 싶다. 쓰레기가 다시 자원이 될지, 땅에 묻혀 썩기만을 기다리는 존재가 될지 결정하는 것도 사람의 몫이다.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자원순환사회연대
대표 : 김미화 사무처장
주소 : 서울 종로구 운니동 삼환빌딩 별관 501호
전화 : 02-744-5305
팩스 : 02-744-5306
누리집 : www.waste21.or.kr
[글, 사진_전경운/해피리포터]
”?”해피리포터 전경운(refresh83@hanmail.net)
앞으로 나는 내 자신에게 무엇을 언약할 것인가. 포기함으로써 좌절할 것인가. 저항함으로써 방어할 것인가. 도전함으로써 비약할 것인가. 다만 확실한 것은 보다 험난한 길이 남아있으리라는 예감이다. 이 밤에 나는 예감을 응시하며 빗소리를 듣는다. – 박경리 선생님의 글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