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민관이 함께 기획한 ‘양천구 협치학교’

민선 7기가 시작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협치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요는 어디에서 엿볼 수 있을까요. 바로 전국 곳곳의 지방자치단체에서 희망제작소에 협치 교육을 문의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첫 협치 교육은 서울시 양천구에서 열었습니다. 양천구청은 시정 운영 철학(소통, 공감, 참여 다함께 행복한 양천!)에서도 드러나듯이 협치를 중요한 시정 운영 요소로 삼고 있는데요.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주민협치과를 통해 협치 기조를 시정에 전반적으로 확장하고, 민관협치팀을 별도로 구성해 협치 기반조성 및 역량 강화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민의 협치 역량을 강화하고자 이번 교육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주민의 참여, 협치의 경험에 따른 맞춤형 교육

희망제작소는 협치교육인 ‘양천구 다함께 협치학교’를 대상에 따라 기획했습니다. 먼저 협치를 처음 접한 주민(기본반), 협치 경험이 있는 주민(심화반)으로 나눠 기본반, 심화반으로 구성했는데요. 이어 심화반을 다시금 나눴습니다. 지역 내 위원회 등에서 이미 활동 경험이 있는 주민과 민간단체에서 협치를 경험한 주민을 대상으로 나눈 것인데요. 이처럼 주민이 활동하는 반경과 참여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해 꾸려진 양천구 협치교육은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5일까지 약 2주간 반별 2회씩, 총 6회(회당 3시간)로 교육이 진행됐습니다.

요즘 뉴스에서는 ‘협치’란 말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단어지만, 그 뜻을 명쾌하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데요. 희망제작소는 협치를 처음 경험하는 주민으로 구성된 기본반에서 참가자 관계 맺기,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 협치 특강, 2030 양천구 상상테이블을 위주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협치는 무언가를 결정하기에 앞서 협의와 공감대 조성이 필요한 만큼 서로를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 만난 주민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첫 단계로 참가자 간 관계를 맺는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다행히 주민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이어 희망제작소는 주민들이 발을 딛고 있는 지역사회가 무엇인지, 지역사회에서 협치는 왜 필요한지를 살펴보는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주민들은 강의를 통해 협치에 참여하는 민(民)과 관(官)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고, 민관협치가 이뤄낸 사례들을 접하며 주민의 역할을 되짚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30 양천구 상상테이블 워크숍도 열었습니다. 주민들이 양천구의 5대 분과(환경안전, 교육문화, 복지경제, 청년, 협치)를 중심으로 비전 세우기와 개인별 이슈를 도출하고, 지역 의제까지 발굴하는 과정인데요. 희망제작소는 해당 워크숍을 통해 주민들이 평상시에 나누는 ‘일상의 언어’가 아닌 ‘정책의 언어’로서 의제를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내 다양한 공론장을 형성하길 기대했습니다.

 

주민 참여도를 높일수록 민관협치의 가능성도 열려

‘협치’를 한 번쯤 경험한 심화반은 어떻게 진행됐을까요. 심화반에서는 참가자 관계 맺기를 비롯해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 협치, 지역사회혁신계획 특강을 비롯해 2030 양천구 상상테이블 등이 이어졌습니다. 심화반에서는 기본반과 공통의 커리큘럼에 더해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 협치, 그리고 지역사회혁신계획에 관한 심층 강의를 선보였습니다. 심화반에서 진행된 상상테이블 워크숍에서는 주민들이 ‘정책의 언어’를 사용하는 경험적 차원을 넘어서 실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아이디어까지 도출되기도 했는데요. 이는 심화반에 참여한 주민들이 지역 또는 단체 활동을 거치며 여러 단위에서 의견 개진, 논의, 합의 등 민주적 소통을 경험했던 게 영향을 끼친 셈입니다. 그만큼 지역에서 주민들을 위한 소통의 장과 공론장을 얼마나 열고, 함께 하느냐에 따라 민관협치의 더욱 다양하게 시도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2주에 걸친 교육이었지만, 이번 양천구 협치 교육은 여타 교육과 다른 특별함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교육 운영 자체가 협치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양천구청 민관협치팀와 협치기반조성분과위원회, 그리고 희망제작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교육 기획·운영 그리고 평가까지 수행했습니다. 다양한 민관 단위가 함께 교육을 운영하니 시야가 넓어지고 이해당사자들의 입장도 다방면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양천구 협치 교육을 통해 협치가 무엇인지 또 다른 경험의 결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양천구 다함께 협치학교’는 올 하반기에 더욱 알차게 기획해 2기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누구든지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협치를 일굴 수 있을지, 이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찾아보는 기회가 더욱 늘어나길 기대합니다.

– 글: 박정호 시민주권센터 연구원·coala@makehope.org
– 사진: 시민주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