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가 주요하게 여기는 활동 중 하나는 바로 ‘주민참여예산’ 관련 교육입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해 지역에 필요한 예산에 대한 지역주민의 의견을 검토 및 조정하는 제도인데요. 주민참여예산이 중요한 이유는 시민이 행정의 권한을 공유받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정책 수혜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직접 활동할 수 있고, 지방정부는 예산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하면서 재정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간 희망제작소의 활동이 시민참여를 촉진하는 데 힘을 기울여온 만큼 주민참여예산 교육도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민참여예산은 지방재정법 제39조에 근거해 예산편성의 과정에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효능감을 느끼고,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는 게 관건이지만, 막상 이를 실현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습니다. 지역마다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운영을 둘러싸고 논의 거리가 산적해 있는 게 현실입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민에게 어떤 방식으로 권한을 부여할지 고민하고,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 지점은 결국 주민의 역량을 얼마나 강화하느냐로 귀결되기에 희망제작소는 주민 스스로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고, 이를 평가하는 등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18일까지 경기도 시흥시 내 신규 주민참여예산위원과 동지역회의 위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2019 주민참여예산학교’ 교육을 열었습니다. 기존 시민 강사와 신규 시민 강사 희망자를 대상으로한 시민 강사 양성교육을 포함해 총 8회에 걸쳐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2019 주민참여예산학교’ 교육과정은 주민참여예산제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훑어보는 동시에 참여예산위원들이 최대한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참여형 워크숍 방식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18일 시흥시 주민참여예산위원 30여 명이 조를 꾸려 직접 사업제안서를 작성하고, 평가기준을 점검하는 ‘참여형 워크숍’ 현장을 소개합니다.

이날 강의를 맡은 오지은 시민주권센터장은 “참여예산의 장점은 지역민 스스로 동네에 필요한 내용을 제안해 실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는데요.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참여예산위원들과 함께 시흥시의 2018 참여예산 사업부터 쭉 훑어봤습니다. 작년에 선정된 시흥시 주민참여예산의 사업은 총 163건, 예산은 44억 9000만 원가량 편성됐습니다. 해당 사업은 시흥시 내 여러 동에 영향을 미치는 시단위정책사업과 동단위지역사업으로 나뉩니다. 실제 시흥시는 전국에서 주민참여예산제를 활발하게 운영하는 지자체로 손꼽히는데요. 그간 시흥시에서 참여예산을 통해 제안된 사업과 완료된 사업들은 ‘시흥시 참여예산 홈페이지’(링크)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어 시흥시 18개 동에서 모인 참여예산위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시단위정책사업을 꾸려보는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참여예산위원들은 ‘참여형 워크숍’을 통해 사업 제안 및 평가, 그리고 예산의 편성·집행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첫 단계로 참여예산위원들은 시흥시 시단위정책사업을 제안하기 전 행복한 시흥시의 모습부터 떠올렸는데요. 서로 다른 구성원이 공동의 미래를 상상해보는 워크숍 중 하나인 ‘소셜픽션’입니다. 참여예산위원들은 꿈꾸는 시흥시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를 쏟아냈습니다. ‘맛있는 식당’, ‘백화점’, ‘편리한 교통’, ‘좋은 교육환경’, ‘대형병원’, ‘복지’, ‘문화공간’ 등 실생활 편의부터 삶의 질을 높이는 아이디어들이 나왔습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우리 삶과 직결돼있는 만큼 색다른 아이디어는 아니어도, 지역마다 부족한 자원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참여예산위원들은 각각 내놓은 아이디어를 사업제안서로 구체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서 ‘소셜픽션’을 통해 미래를 상상했다면, ‘사업제안서’ 워크숍은 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한 방법을 짚어봅니다. 실제 주민참여예산을 운영할 때, 제안된 사업의 필요한 자원이 무엇인지 따져보는 일은 제도의 효능감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또 사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하거나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빚어졌을 때 사업의 방향성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닻’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사업제안서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각각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끔 명시함으로써 활용 가능한 지역자원, 주체, 조직 구성 및 추진 계획, 예산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참여예산위원들이 꿈꾸는 시흥시의 모습은 ‘신도시와 구도심의 주민들이 화합하는 시흥시’, ‘오랫동안 살고 싶은 도시, 시흥시가 좋다’, ‘누구나 살고 싶고, 떠나고 싶지 않은 교통, 문화, 복지의 도시’, ‘시민 누구나 편리한 교통을 누릴 수 있고, 복지와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도시’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과정 끝에 시흥시 먹거리를 활용한 ‘로컬푸드 트럭 거리 조성’,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청소년 진로체험관’, 녹지를 늘리는 ‘나무야, 나무야’ , ‘중심도시 건설을 위한 도시순환 교통 인프라 구축’, ‘미세먼지 없는 시흥시’ , ‘색깔 품은 지붕’ , ‘보고, 먹고, 놀 수 있는 시흥’ , ‘청소년이 안전한 마을 만들기’ 등의 사업이 제안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참여예산위원들은 사업제안서를 평가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제안된 사업이 목적에 부합 하는지, 주민참여예산 취지에 걸맞은 기대효과를 낼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일입니다. 익히 알려진 공익성, 시급성, 타당성, 효과성, 수혜도 등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조에서는 ‘지속성’, ‘환경개선 정도’, ‘경기활성도’ 등의 새로운 기준을 논의해 제시하면서 사업을 다각적으로 점검했습니다. 이처럼 시흥시 참여예산위원들과 함께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운영부터 사업 제안, 운영, 평가까지 살펴봤는데요. 희망제작소는 시흥시 참여예산학교뿐만 아니라 지역 곳곳의 주민들이 내가 사는 ‘삶터’에 애정을 갖고, 더 많은 참여를 누릴 수 있도록 함께 하겠습니다.

– 글: 방연주 경영기획실 연구원·yj@makehop.org
– 사진: 시민주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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