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과 함께 발견한 ‘우리의 희망’

여느 해처럼 정겨운 인사와 따뜻한 응원이 가득한 후원의 밤을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12월 3일 밤, 민주주의가 짓밟히는 일이 벌어졌죠. ‘한 사람 한 사람 희망의 끈을 연결해 희망의 실타래를 만든다’는 행사 콘셉트를 제안한, 세상 참한 담당 연구원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말했습니다.

“그 희망의 실타래, 국회 앞에서 만들어야겠어요.”

창립 18년을 맞은 2024년 희망제작소 후원의 밤 행사는 그렇게 ‘민주주의 현장에서 함께하는’ 콘셉트로 바뀌었습니다. 급기야 행사 당일인 지난 12일, 윤석열 씨는 거짓과 모멸 가득한 긴급성명을 발표했고, 희망의 실타래는 분노의 불꽃으로 점화돼 희망의 횃불이 될 판이었습니다. 그리고!

▲ 지난 12일 후원의 밤 행사를 마친 뒤 여의도 집회에 참석한 후원회원과 희망제작소 연구원의 모습

#1. 후원의 밤_희망의 실타래

행사는 오후 7시에 시작되는데 6시도 안 돼 회원들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후원회원과 이사진, 연구원 등 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후원의 밤 1부 ‘희망의 실타래’가 진행됐지요. 이은경 희망제작소 소장은 올 한해 희망제작소가 한 일들을 ‘빠르게’ 짚어봤습니다.

2024년 희망제작소는 사회혁신, 지역혁신, 시민연결 등 크게 세 영역에서 우리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연구와 사업을 했는데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전국의 혁신가들을 찾고 만나고 연결하는 일(청년×로컬×임팩트 소셜디자이너클럽, 장벽 없는 양산 만들기 혁신 실험실 등), 민주적이고 포용적이며 활력 있는 지역경제의 새로운 모델을 연구하고 제안하는 일(영암형 지역공동체자산구축 모델 연구, CWB 국제포럼, 안성시 핵심전략산업연구 등), 실력 있고 혁신적인 공공리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목민관클럽 운영, 안성시 혁신공무원 교육 등) 지속적인 사회혁신을 위해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는 문화를 확산하는 일(CMF 펀드 등) 등입니다.

이은경 희망제작소 소장은 “올 한해 연구와 사업을 통해 현장에서 발견한 희망의 씨앗들과 혁신의 정책들을 모아 2025년에는 ‘넥스트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창립선언문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함께 읽자”고 제안했어요.

“갈 길은 멀게만 보입니다. 그러나 절망의 끝에서 희망은 시작됩니다. 희망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위로부터의 구호가 아니라 삶에 뿌리내린, 작지만 지혜로운 생각과 소망이 바로 희망의 원천입니다 … 희망은 결코 늦은 법이 없습니다. 이제 다시 희망을 노래합시다.”

소리 내어 한목소리로 문장을 읽는 동안, 현장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졌어요.

▲ 집회 참석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마련된 ‘촛불 대신 들어드립니다’

#2. 민주주의 현장에서 희망을 외치다!

짧은 행사를 마친 후원회원들과 이사진, 연구원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민주주의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LED 촛불과 응원봉을 챙기고 텀블러에 따뜻한 물도 담았어요. 오늘 집회에는 희망제작소가 진행한 후원의 밤 사전 이벤트 “촛불 대신 들어드립니다”에 참여한 시민들도 함께 갑니다.

“촛불 대신 들어드립니다”는 집회에 참석하고 싶지만 여러 사정으로 함께하기 어려운 분들을 대신해 희망제작소가 촛불을 들어드리는 작은 이벤트인데요, 3일 동안 무려 49명의 시민들이 신청해주셨어요. 의미 있는 한마디도 남겨주셨죠.

▲ 여의도 집회 현장 깃발로 사용된 ‘촛불 대신 들어드립니다’

형형색색 응원봉 불빛 사이로 희망제작소 깃발이 나부낍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외치며 노래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한 올 한 올 모인 희망이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커져 거대한 실타래가 되는 모습을, 나는 보았습니다. 멀지 않은 곳, 바로 저기요!

글: 이미경 희망제작소 연구위원 / 사진: 희망제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