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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사회적 기업가라고 불리는 아쇼카재단 CEO 빌 드레이턴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사업과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구분한다.
“사회적 사업(social business)이란 돈을 벌면서 사회적 성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가 정신은 이런 정의를 넘어서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정신을 뜻하는 것이다.”
심혜인씨(서울대 외교학과 4학년)는 서울대 사회적기업 연구 동아리 ‘WISH(What is Strategy for Humanity?)’에서 ER 팀 Activity Manager이다. 사회적 기업이라 함은 ‘기업을 하면서 좋은 일 하는’ 피상적인 인식이 전부였기에 학생동아리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며칠간 인디언 썸머를 연상할 만큼 따뜻한 날씨더니 인터뷰를 약속한 날 아침에는 바람이 다소 거세게 불었다. 심씨는 인사동의 한 찻집에 미리 도착하여 눈빛을 반짝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 희망제작소를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카이스트 안철수 교수님이 박원순 상임이사님과의 인터뷰를 수업 과정으로 잡고 ‘WISH’도 함께 하기를 권하셨어요. 안철수 교수님이 콘택한 경영자 인터뷰에 저희 동아리가 동참한 거죠. 지난달에 한 시간 정도 상임이사님 방에서 인터뷰를 하였는데 이런 말해도 될까요? 실제로 보고 들으며 반했어요. 무엇보다도 인간미 넘치고 따뜻한 분이라서요. 제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 그날 인터뷰를 한 후에 후원회원이 되셨군요.
“그분의 말씀을 듣고 가치관에 공감했으니까요. 저는 뜻이 있는 곳에 기부해야한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유니세프에도 계속 후원해 왔어요. 희망제작소 일에도 공감하기에 함께 일하고 싶지만 우선은 후원을 하게 되었죠.”
후원금보다 더 많이 얻어가요
– 학생 신분으로 두 곳에나 후원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요.
“사실 제 입장에서 큰돈이기는 하지만, 없다고 생각하면 후원하기가 그리 큰일은 아니거든요. 결과적으로 후원하는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이 얻으니 제가 더 감사하죠.”
심씨는 간간이 웃으며 또박또박 논리적으로 말한다. 희망제작소가 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박원순 상임이사가 전 방위적으로 뛰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후원회원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힌다. 경쟁적인 사회에서 경쟁적으로 자라 온 요즘 젊은 학생들답지 않게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간다.
– 외교학과는 어떻게 들어갔나요.
“사회과목을 좋아했고 사회에 대한 열정으로 더 배우고 싶어서 지원했어요. 국제정치에 대해 알고 싶었죠. 하지만, 공부할수록 사전지식이 부족하고 나이브한 상태로 온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와 외교적인 것을 넘어서 보다 넓은 것을 보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외교관의 길이 저의 길은 아닌 것 같아 어려움을 겪었고요. 행시준비도 했지만, 원래 나의 길하고는 먼 거 같아 진로를 바꾸었고…. 정부보다는 기업이 사람들의 생활에 더 깊은 영향을 준다고 깨달았어요. 기업적인 영역에서 나의 꿈을 펼치고 커리어를 쌓으려고 국제정치학쪽이지만 경영학적 마인드로 공부합니다.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택하였고요. 그동안 진로를 정하는 길이 순탄치 않았지만, 그렇기에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더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 현재 4학년?
“6학기를 마치고 현재 휴학 중입니다.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WISH’에 가입하였고 사회적 기업을 알게 되었지요. 그동안 제가 꿈꾸고 나가고자 하는 길과 접목이 되더라고요. 먼 길을 돌아온 느낌이랄까요?”
사회적기업을 연구하는 학생동아리
– ‘WISH’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한 학기동안 세 팀이 활동하는데, 각 팀별로 일주일에 한번 정기 세미나를 통해 공부하고 결과물을 냅니다. 인턴 활동이나 자체적인 사회적기업을 만들기도 하고요. ‘소셜벤쳐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공부의신’팀에도 ‘WISH’에서 많이 참가하고 ‘Social Consulting Group’과도 같이 일하고 있어요. 저는 ER(External Relationship)팀으로 세미나를 조직하고 외부사람을 만나는 역할을 합니다.”
– 사회적기업 아이디어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모든 회원이 창업을 꿈꾸는 것은 아니에요.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가진 출발이 중요하니까요. 사회적기업가 정신이죠. 기업이나 시민단체에서 일할 때 혁신적인 사회적기업가 정신이 중요합니다. 창업하는 분, 진학하여 사회적기업을 연구하는 분, 기업에서 그 정신을 구현하는 분들로 구분된다고 할까요. 저는 제 가치관에 맞는 기업에 가서 영양가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 동아리 활동을 한 느낌은?
“마음먹고 들어왔어도 압박도 심하고 과제 량도 많아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사회적기업가들 모임이나 세미나를 하면서 점점 즐거워지네요. 사회에 나름대로 기여하는 게 보여 뿌듯하기고 하고요. 저희 노력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저 개인적으로도 모든 사람들이 가는 길을 선호하지 않아요. 생소한 길이라 힘들어도 즐겁게 가고 있어요.”
– 사회분위기도 그렇고 요즘 젊은이들도 본인의 이익만을 위해 산다고 한탄하는데 ‘WISH’는 그렇지 않네요.
“이런 일은 혼자 힘만으로 꾸려가기 힘들지요. 혼자로는 생각만으로 끝나지만 사람이 모이니 서로 공유하면서 소망을 나누고 힘을 얻고 뜻을 나눌 수 있게 되더군요.”
모든 것의 출발은 ‘진심’에서
– ‘WISH’를 후배들에게 홍보한다면요.
“인생을 바꾸는 계기는 우연히 이뤄집니다. 저도 우연한 기회에 ‘WISH’를 알게 되어 뒤늦게 새로운 세상에 눈 뜨고 많은 것을 얻었지요. 모든 것의 출발은 진심이라고 믿어요. 내 안에 숨어있는 잠재력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기회였죠. ‘WISH’ 활동을 하면서 정말 보석 같은 경험을 했으니까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배우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그동안 행시나 외무고시 공부를 하면서 뭔가 미진한 느낌, 아쉬운 느낌이 ‘WISH’를 만나고부터 갈 길을 찾았단다. 많은 학생들이 회계나 재무쪽 동아리에 모이지만 심씨는 흔들리지 않고 제 갈 길을 찾아간다. 만들어진 길보다는 개척해 나가는 길이 즐겁다. 그런 면에서 ‘WISH’는 제대로 주인을 만난 셈이다. 심씨가 꿈꾸는 세상은 어떨까. 전공과는 달리 평생 관심사가 좋은 음식, 좋은 먹을거리를 알려주는 마케팅, 그의 관심사를 통해 본 세상은 기본적인 것을 속이지 않는 세상이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 희망제작소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요.
“사람들은 ‘박원순’하면 70%이상이 아름다운 가게를 연상합니다. 아름다운가게처럼 앞으로 그분이 안 계셔도 자체적으로 잘 운영되는 구조가 되기를 바라죠. 아름다운 가게는 직접 사람들과 접하면서 파급력이 있어서 더 성공적인 거 같지만, ‘희망제작소’는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쳐주면서 일상사에 정책적으로 파고들기에 더 영향력이 큰 거잖아요. 자체적으로 탄탄하게 잘 운영되었으면 하고 바라죠”
한 시간여 동안 줄곧 진지한 이야기만 오갔다. 생각해보니 심혜인씨는 한창 발랄한 대학생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노래가 있냐고 물으니 연예인보다는 음악을 열광적으로 좋아한다는 대답이다. 한때 음악을 전공할 생각을 했을 만큼 음악을 사랑한다고. 가수로는 린을 좋아한다. 린의 목소리에 진실이 담겨있어 호소력 있는 그 목소리를 듣다보면 가슴이 떨려온다고 한다.
–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나봅니다.
“감성적인 타입이라 이해와 공감을 잘 하니까요. 요즘 <SECRET>을 다시 읽고 있어요. 그 책에서 사람의 생각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생각을 통해서 많은 것을 끌어당길 수 있고 생각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좋은 쪽으로 계속 생각하다보면 실현이 되고 생각의 고리를 끊고 작은 것에서 희망을 찾는 긍정적인 힘, 힘들어도 끌어당기는 힘이 나를 이끌어 간다고 믿으니까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힘이 생기고 이런 책을 읽으며 힘을 얻습니다.”
힘들게 찾은 길이라 쉽게 물러나지 않을 거라며, 경험을 쌓아나가고 개발해 나가면 꿈을 이루며 살 수 있으리라 믿는다는 야무진 젊은이 심혜인씨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많은 분들을 보면서 삶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 안에 갇혀 살다가 시원스레 갈증을 풀어 준 느낌이랄까하는. 그래서 우리 사회에 멘토 역할을 할 사람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진심’과 ‘진실’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심혜인씨. 진지하게 말하다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싱그럽고 사람을 파악하는 눈이 매섭다. 혁신적인 사회적기업가 정신으로 세상을 헤쳐 나갈 터이다.
“앞으로 기회 닿는 대로 희망제작소를 위해 일하고 싶어요. 지난 번 인터뷰 후, 상임이사님과 메일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어요. 그 바쁘신 와중에 바로 답장주시고 세심히 신경 써 주셔서 참 놀랍고 감사했어요. 사소한 인간관계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진실로 대하는 분이기에 후원하는 것 보다 인간관계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얻고 있습니다.”
[글/사진 _ 민들레사업단 정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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