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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한 걸음 더

”?”얼마 전 쌈지로부터 이런 메일을 하나 받았다. 쌈지가 농산물 판매를 시작했다며 농업에 대한 글을 하나 청탁하면서 온 메일이었다.

“인사동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 쌈지길에서 우리 땅에서 나고, 착한 농부의 손에서 자란 행복한 농산물 장터가 열린다. 7월 4 ~ 5일(금, 토) 이틀간 진행되는 ‘쌈지농부’ 농산물 장터는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안전하고 맛 좋은 우리 농산물을 농부들이 직접 소개하고 판매하는 직거래 장터다.”

쌈지는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문화예술을 활용한 패션잡화를 생산하는 기업이 아닌가. 그런데 왜 갑자기 농산물인가. 계면쩍었는지 그 원고의 청탁자는 스스로 이렇게 해명을 붙이고 있었다.

“패션기업 쌈지에서 농산물을 소개한다고 하니 조금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일 중에 가장 창조적인 일이 농사’ 라는 말이 있듯이, 농부가 오랜 공력을 들여 자연과 함께 탐스러운 농산물을 창조해 내는 것은 작가가 긴긴 고뇌의 시간을 인내하며 독창적인 예술작품 하나를 창조해내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쌈지는, 올해부터 소외되어 있는 또 다른 예술인 농사를 사랑하는 일을 시작하려 합니다.”

사실 희망제작소에서 농촌희망본부를 설립하면서 ‘비농업인이 바라본 농업’이라는 제목으로 우리사회 각계 인사들을 강연자로 모셨다. 그 중의 한 분이 쌈지의 대표이신 천호균 사장이었다. 이 분은 처음에는 내가 웬 농업이냐, 농업에 관해 아는 것이 없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막상 승낙한 이후 너무 훌륭하고도 상상력이 넘친 강의를 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순서 이전에도 몇 차례 강연을 들으며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다.

나는 쌈지가 미래의 블루오션이며 대한민국의 비전인 농업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꼬시기도 했다. 천호균 대표 같은 분이 이런 일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농업에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도 꼬드겼다. 실제로 나는 늘 농업이 농업인만으로 회생하기는 힘들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참여로 농업이 부활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비농업인이 바라본 농업’이라고 하는 다소 엉뚱한 세미나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이메일을 받으면서 나는 희망제작소의 작전이 이제 조금씩 먹혀들고 있다는 생각에 즐거웠다.

또 며칠 전 정진승 전 환경부차관께서 역시 이 강좌의 강사로 오셨다가 내 방에 들러 차를 한 잔 하였다. 그런데 이 분의 말을 듣고 나는 또 깜짝 놀랐다. 정 선생은 KDI연구위원도 지내고 환경부 차관을 거쳐 KDI국제대학원장도 지낸 분이다. 그런데 이 분이 농촌희망본부의 그 강의를 청탁받고 난 다음 농협이 주최하는 강의들을 쫓아다니면서 공부를 하는가 하면 그 강의에서 만난 농부들을 만나기 위해 전라도로 경상도로 다녔다는 것이다.

그냥 만난 것이 아니라 함께 농사일도 거들며 새롭게 농업을 익혔다고 한다. 마침 안식년을 맞아 이렇게 농사에 몰입한 그는 완전히 농업에 빠졌다고 스스로 고백을 했다. 환경문제와 경제학을 전공한 정 선생이 우리의 농촌과 외국의 농촌을 다니며 그 견문과 기록을 책으로 내 보는 프로젝트에 도전해 보실 것을 또 꼬드겼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는 답을 얻어낸 것은 물론이다.

나는 희망제작소가 기획한 한 강좌 프로그램이 이렇게 우리 사회의 기업가와 지식인들을 새로운 사업, 새로운 인생의 단계로 모실 수 있었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다. 사실 많은 강사들이 갑자기 농업문제를 가지고 강연을 하라니 황당해 하거나 엉뚱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세상은 엉뚱한 일로부터 시작한다.

따지고 보면 농업은 결코 농업인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먹은 식품을 생산하는 것이 바로 농업이 아닌가. 우리 모두 소비자로서 진정한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이 땅의 농업은 점점 쇠퇴해갈 것이고 우리의 식탁의 안전과 풍요는 위협받을 것이다. 나는 이 두 분의 생각과 행동의 전환으로 오늘 우리 농업의 미래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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