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문화연구소] 희망제작소, 멋진 간판을 달다!

[##_1C|1235668626.jpg|width=”670″ height=”502″ alt=”?”|_##]’동일빌딩 몇층’으로 총칭되던 희망제작소에 드디어 간판이 생겼다.

희망의 별이 홀씨처럼 뿌려지는 지금의 간판은 특별할 것 없이 자연스럽지만 ‘어떤 간판을 달까’ 디자인을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합법적으로 간판을 신고, 등록’하기까지 회의에 회의, 문의에 문의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조금 지친 것도 사실이다.

건물에 간판을 달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제작을 담당한 간판디자이너는 작아서 신고도 할 필요 없겠다고 하셨지만 ‘간판’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행정적 절차를 모르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 정확한 정보는 체험을 통해 습득된다는 믿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희망제작소, 간판을 달다!>

[##_1R|1243095730.jpg|width=”560″ height=”250″ alt=”?”|종로구청 홈페이지_##]종로구청에 옥외광고물 신고하기

희망제작소가 자리잡고 있는 곳은 종로구이다. 종로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간판이 ‘옥외광고물’로 분류되는 것도 알고 있었고, 도시계획과에서 담당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구청 홈페이지의 ‘종로생활포털-지적/건축/주택란’에서 옥외광고물 관련정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곳에는 옥외광고물과 관련된 서식, 법령, 조례 등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득 간판이 옥외광고물로 분류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것이 도시계획과 소관인지(다른 행정구에서는 도시계획과가 아닐 수도 있다) 알지 못한다면, 그보다 먼저 이런 홈페이지 인터페이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옥외광고물’에 대한 자료를 찾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간판을 제작하고 건물에 설치하는 간판 의뢰인이나 상점주들의 나이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분명 그네들의 대다수가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닐 것이다.

광고물이 허가제와 신고제가 있었는데, 이 둘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기가 어려웠다. 읽다보니 감은 왔지만 그것은 정확한 근거가 있는 결정이 아니라 그저 그런 ‘감’이었다. 그렇다면 허가제와 신고제의 명확한 차이는 무엇일까?

일단 우리 희망제작소의 간판은 신고대상 광고물이라 가정했다. 다행히(?) 신고대상 광고물이든 허가대상 광고물이든 신고할 때 필요한 구비서류는 동일했다.

[##_1C|1155513210.jpg|width=”480″ height=”501″ alt=”?”|_##]‘건물(토지)주 사용 승낙서가 뭐지? 허가증인가, 일정한 양식이 있나, 그냥 가서 서명만 받아오면 되는건가?….행정절차라는 게 다 그렇지. 첩첩산중이로군.’ 막막함을 느끼며 결국 도시계획과로 전화를 걸 수 밖에 없었다.

도시계획과 공무원은 기대 이상으로 친절했다. 한국의 공무원들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 거짓말은 아닌 듯 114 서비스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것 같았다. 문의 결과, 희망제작소 간판은 글자형, 네온이나 LED를 사용하는 조명도 없는 가로형 간판이었다. 돌출간판이나 조명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안전허가증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서류가 필요하다고 안내해주었다.

홈페이지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간략했다. 그리고 이해하기도 쉬웠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홈페이지에 쉽게 나와 있었다면 허둥거리며 헤매지 않아 좋고, 이렇게 반복적으로 도시계획과에 전화를 걸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드디어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처음 관련서류를 다운 받고 나서 3시간이 훨씬 지난 시점이었다.

허가신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하는데, 처음부터 막힌다. [광고주(옥외광고업자)]란엔 도대체 무엇을 적어야 하는 것일까? 준공업자를 쓰는 란이 따로 있는데, 광고주와 옥외광고업자는 같은 것이란 말인가? 전화기에 서린 내 입김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광고주/옥외광고업자 란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서식은 복합적인 양식으로 취해져 있는 것이라서 광고주(광고를 의뢰한), 혹은 광고업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복합양식은 복합적이다 싶을만큼 복잡했다. 그리곤 아무데도 복합양식이라는 설명도 없다.

광고주 자리에 이름을 쓰는 것부터 상담이 시작된다. “희망제작소가 뭐냐?” “법인 단체다.” “그러면 성명에 이사장 이름을 쓰고, 이사장이 바뀔 수 있으니 ‘(재)희망제작소’라는 명칭을 또 써라.” “옥외 광고업 신고 번호는 옥외 광고업자의 신고 번호이니 참고해라.”와 같은 설명을 들었다.

신고서 외의 다른 서류들은 상대적으로 준비하기 쉬었다. 건물주 승낙서는 관련서식에 양식이 있었고, 설계서와 시방서는 간판디자이너가, 현장사진과 위치도는 우리가 준비하면 될 터였다. 시방서라는 말은 홈페이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아 다시 문의해보니 제작설명서를 말하는 것이었다.

종로구청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긴 했는데 막상 하려니 부딪히는 것들이 참 많았다. 하루에도 수백 통씩, 이런 문의 전화를 받을 도시계획과 공무원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과정이나 절차를 조금 단순화하고 쉬운 말로 썼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곁들여서.

[##_1L|1286268690.jpg|width=”670″ height=”314″ alt=”?”|_##]시공을 담당할 간판디자이너의 옥외광고업 등록번호가 필요해서 관련서류를 받아놓은 게 있었는데 종로구청에서는 신고서류 접수시에 ‘옥외광고업 신고필증’도 요구했다. 이 서류는 홈페이지에서도, 전화상으로도 안내받지 못했던 것이어서 이 서류를 갖추지 못해 헛걸음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신고를 하러 갔지만 그냥 되돌아왔다. 희망제작소 간판은 5평방미터 이하의 크기라 신고도 허가도 필요 없었기 때문이었다. 행정절차의 수고로움을 몸으로 느낀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였다. 간판의 크기를 글자 자체만으로 보면 5평방미터 이하이지만 창문에 장식된 별들까지 포함한다면 신고제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신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판단은 임의적인 경우가 많아 확실히 하는것이 좋을 것이라는 운영위원님의 조언에 따라 다시 한번 종로구청 담당자에게 확인을 하고 길고 어려운 ‘간판신고과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결과적으로는 별것 아닌 일 같지만 그 과정은 복잡하고 피로하다. 그래서 간판을 달 때 대부분 이런 행정처리까지 간판디자이너분이 대행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복잡할 필요가 있는지, 어렵지 않은 일을 어려운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건 아닌지,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행정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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