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간판문화연구소는 10월 27일 간판별동대 제 6회 교육을 진행했다.
강의를 맡은 김영배 사인디자이너는 “세간의 정의를 따르자면 나는 간판디자이너라기보다 경관디자이너” 라며, 간판은 주변경관과 잘 어울려야 한다는 간판디자인 철학을 밝히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 제6회 간판별동대 교육 <간판 디자인의 이해>

– 일시: 2007. 10. 27
– 강사: 김영배 사인디자이너
– 참석자: 별동대원(이재준, 허승량, 이병수, 정의현, 오수진, 김현기, 원숙영 총 7명), 최범 간판문화연구소장, 희망제작소 연구원(백현주, 김신미, 송정아)

”?”간판디자인은?

간판은 간판(看板, —-판) 이상이다. 간판은 소비자나 고객에게 말 걸기, 곧 대화이다. 그런데 그 대화의 방식은 아주 다양하며, 그 다양한 방식은 바로 간판디자인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간판디자인은 1)간판 자체의 디자인과 2)간판과 주변의 디자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희망부동산’이라는 가게가 있다고 하자. 어떤 색, 어떤 레이아웃에 어떤 배경을 선택할지에 대한 것은 ‘간판 자체의 디자인’이다. 이것은 일반적인 그래픽 디자인의 영역이다. 그러나 아무리 간판 자체의 디자인을 잘해도 어떤 건물에 걸리는가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진다. 즉, 간판 자체에 대한 디자인뿐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다느냐, 달리는 조건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이기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건물, 이웃한 간판 등 주변 여건을 배려하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지각구조는 전체를 먼저 보고 나서 부분을 보게 된다.
간판은 전체에 종속된 부분일 수밖에 없다.
간판은 기능적이어야 한다. 간판을 만든 목적은 전달성이다.
간판은 나의 시야각 안에 들어와야 한다.
간판이 지켜야 할 도덕과 예의가 있어야 한다.
간판이 주변경관과 어떻게 어울리나 늘 생각해야 한다.

”?”통일성 속에 다양성, 그렇지 않다면 혼란

판류형 간판들이 건물을 덮고 있어 입구, 창과 벽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법도 그런 현실에 일조하고 있다. 건물을 볼 수 없게 되므로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일반적인 지각구조와는 달리 간판이라는 부분을 먼저 보게 하는 게 우리네 경관, 우리네 거리이다.

간판은 영업사원이다. 광고주에게 능력 있는 영업사원을 취하도록 얘기한다. 간판이라는 영업사원이 반드시 번듯하고 클 필요는 없다.
간판 크게 만들면, 크게 망한다고 한다.

지나치는 공간 (넓은 곳)인지 모이는 공간(좁은 곳)인지에 따라 간판 크기 규제가 달라야 하는데도 우리나라는 일률적인 법률을 적용하고 있다. 거리의 특성에 맞는 간판 크기 규제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지나치는 공간에서는 간판을 인지하는 데에 지주간판, 돌출간판들이 불필요하나, 모이는 공간에서는 돌출간판이 효과적이다.
다양한 지역적 여건을 반영하는 법이나 시행령이 현재 없다.

수직모듈, 수평모듈
간판이 모듈에 의하는가에 따라 간판의 호불호를 나눈다.
건물은 기둥과 보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을 그려넣고 모듈선을 그어놓고 보면, 통일성이 있다.
해외의 간판들이 깔끔한 것은 수평, 수직 모둘 영역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ci 회사들은 대부분 디자인은 잘하지만 건물에서 간판을 어떤 위치에 걸어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좋은 간판은 건물(의 형태/질감/정서/색) 등과 조화되어야 한다.
건물마다 특징이 맞게 간판들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 안목을 길러야 한다.

김영배 사인디자이너는 다양한 거리 풍경을 제시하며 별동대원들에게 호불호를 묻고 의견을 나누었다. 두 그림 중 선호하는 그림을 고를 때, 대다수 별동대원들이 일치하는 의견을 보였는데, 이는 역시 우리가 전체를 본 후 부분을 보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특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간판이 건물을 덮어버리면, 건물을 파악 후 간판을 보려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주변환경과 공존하고 자연스러운 간판이 인간의 시각적인 안정은 물론 시인성에도 기여한다는 것을 새삼 알게 해준 강의였다.

* 더 자세한 내용은 <대한민국 좋은간판상> www.ganpansang.org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